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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결혼부터 출산까지 '2시간'…부부에게 어떤 사연이?

입력 : 2015-08-27 16:43:05 수정 : 2015-08-27 16:4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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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아기가 나오겠어요. 얼른 준비하셔야겠는데요.”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한 종합병원을 찾은 스테파니 탈렌트(41·여)는 간호사의 말에 깜짝 놀랐다. 예정일까지 3주가량 남았는데 아기가 나오려 한다니. 태동이 시작됐다는 간호사의 말에 의료진이 바삐 움직이자 그와 남자친구 제이슨 니스(41)는 어찌할 줄 몰라했다. 이들에게는 출산 전 할 일이 하나 남아 있었다.

“선생님, 저희가 아직 결혼식을 올리지 못해서요. 아기를 낳기 전에 꼭 결혼식부터 치르고 싶습니다.”

제이슨의 말에 주치의 바그너 박사는 당황했다. 출산이 임박한 상황에서 결혼식부터 올려야 한다니. 바그너 박사는 산부인과 의사생활 동안 이런 부탁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바그너 박사는 갑작스러운 결혼식 부탁에도 “그럽시다”라고 흔쾌히 승낙했다. 아기를 낳기 전에 결혼하고 싶다는 두 사람의 소박한 소원을 들어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조금 전까지 분만을 준비하던 의료진은 ‘결혼식 준비’를 위해 재빨리 움직였다. 한 간호사는 스테파니를 위해 진주 목걸이를 어디선가 빌려왔으며, 다른 간호사도 제이슨의 목에 달아줄 파란 리본을 구해왔다.

주례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병원 주재 목사 요한나 페이버의 몫이었다. 그는 제이슨과 함께 한 검사실에 자리 잡았으며, 작은 부케를 든 스테파니가 반대편에서 간호사들의 휴대전화 축가를 배경으로 천천히 두 사람을 향해 다가갔다.

결혼식 하객으로 참석한 병원 관계자들은 25명이었다. 이 중에는 두 사람의 결혼식에 감동했는지 코를 훌쩍인 사람도 있었다. 비록 병원이지만, 행진부터 주례사 그리고 아카펠라 축가까지 어느 것 하나 일반 결혼식과 비교해 빠지는 것이 없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였지만, 사실 스테파니는 오는 9월초 제왕절개 수술이 예정되어 있었다. 뱃속 아기의 위치가 다소 위험해 바그너 박사가 제왕절개로 아기를 낳자고 두 사람에게 이미 제안한 상태였다.

결혼식을 마친 스테파니의 휠체어에는 ‘방금 결혼했음’이라는 작은 카드가 붙었다. 그는 결혼식을 마치고 즉시 수술실로 옮겨졌으며, 2시간쯤 지났을 무렵 몸무게 2.8kg의 건강한 딸을 낳았다.

바그너 박사는 최근 미국 피플지와의 인터뷰에서 “결혼식과 출산을 동시에 다루는 건 내가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며 “두 사람 덕분에 무사히 일을 치러 기쁘다”고 말했다.


현재 니스 부부는 집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 이들은 출산과 결혼이라는 거대한 이벤트를 잘 치르게 해준 병원 관계자들에게 고마워했다.

제이슨은 “정말 놀라웠다”며 “모든 분이 우리의 결혼식을 위해 빠르게 대응해줬다”고 말했다. 스테파니도 “결혼식과 출산을 같은날 겪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며 “결혼기념일과 아이의 생일이 같다는 것은 우리에게 큰 행복이 될 것”이라고 웃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미국 뉴욕데일리뉴스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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