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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돈 선거·인사 파행… 보훈처 명령도 무시한 ‘막가파 회장님’

입력 : 2015-09-10 06:00:00 수정 : 2015-09-1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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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마전' 재향군인회 해부] (상) 조남풍 회장의 ‘失政’
재향군인회(향군)는 산하에 중앙고속 등 10개 사업체를 거느린 자산 규모 1조원대 그룹이다. 국내 최대 안보단체인 향군이란 이름에 걸맞지 않게 회장 선거 때면 금권선거가 판을 쳤다. 또 선거자금 마련을 위해 대가성 협찬을 받고 당선이 되면 신규사업을 남발해 빌린 돈을 갚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잡음이 계속됐지만 정부는 강 건너 불구경했다. 장성 출신 예비역들로 ‘대물림된’ 주먹구구식 경영은 2009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때 무분별한 부동산 PF(Project Financing)에다 BW(신주인수권부사채) 사건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 때문에 향군은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5516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부채를 짊어지고 있다. 그런데 빚 갚기에도 바쁜 향군에서 최근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1952년 창설 후 처음으로 노조가 만들어지는가 하면, 감독기관인 보훈처가 특별감사에 나서기도 했다. 인사전횡 등 갖가지 추문으로 향군 회장은 검찰에 고발까지 당했다. 모두가 지난 4월 조남풍 회장이 취임한 뒤 빚어진 일이다. 도대체 향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조남풍 향군 회장은 지난 4월 선거에서 당선된 직후 ‘실정(失政)’을 거듭했다. 자신의 선거캠프 요원들을 향군 고위직에 기용하기 위해 기존 인사들을 쫓아내고 이 과정에서 감독기관인 국가보훈처의 명령은 철저히 무시했다. 예산을 남용하고 향군에 수백억원의 손실을 끼친 BW사건 핵심 주모자의 구명 시도까지 했다. 선거 당시 불법 선거자금을 수수하고서는 그 돈으로 대의원들을 매수한 의혹도 받고 있다. 이를 문제 삼는 노조는 탄압했다. ‘안하무인’의 행태에 영(令)이 설 리 만무하다. 사실상 지휘권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남풍 재향군인회 회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체육관에서 열린 ‘향군 안보결의 및 청년단 전진대회’에 입장하고 있다. 보훈처의 연기 요청을 무시하고 강행된 이 행사 이틀 뒤 조 회장은 미국으로 출국했다.
연합뉴스
◆보훈처 명령도 무시한 각종 전횡


조 회장은 선거가 끝난 지 두 달 뒤인 지난 6월 초 중앙고속 등 산하 사업체 대표와 임원 등 13명을 선거캠프 출신 예비역으로 교체하는 물갈이를 단행했다. 공모절차를 거치도록 한 규정을 무시하고 특별채용한 것이다.

향군 전체 살림을 책임지는 핵심 요직인 경영본부장에 조모씨를 앉힌 것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조씨는 2011년 3월 향군 U-케어사업단장으로, 4개 상장사가 발행한 BW의 지급보증을 해 향군에 790억원의 손해를 끼친 최부용씨와 가까웠기 때문이다. 조씨는 최씨가 운영하는 기업의 사내이사였다. 조씨 채용을 위해 조 회장은 지난 5월8일 경영본부장에 임명한 사람을 불과 21일 만에 해임하는 무리수까지 뒀다.

보훈처가 7월 말 “공개채용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임용한 25명의 대표, 임원 및 계약직의 임용을 취소하라”고 시정 명령을 내렸지만, 조 회장은 콧방귀를 뀌었다. 겉으로 해임 절차를 밟고는 공모절차를 거쳐 이 중 21명을 다시 임용했다. 나이가 58세 이상으로 채용 연령제한에 걸리는 인사는 나이 제한이 없는 고위직에 재임용하는 편법까지 동원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조 회장 선거캠프에 있던 사람들로 부적격 인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조 회장은 이를 두고 “향군 개혁을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안팎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울 동대문체육관에서 ‘안보결의 및 청년단 전진대회’ 개최도 밀어붙였다. 보훈처는 이 행사가 올해 사업계획에 없다는 점을 들어 추후 승인을 받은 다음 개최할 것을 권고했으나 조 회장은 이 역시 무시했다. 국정감사 기간과 겹쳐 자제 권고를 받았던 국외 출장도 그대로 강행했다.

재향군인회 장성현 노조위원장이 지난달 4일 오전 선거법 위반, 배임 등의 혐의로 조남풍 향군 회장을 고발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부정선거 논란과 BW사건 주모자 구명 시도


향군 회장 선거 과정에서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뿌렸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조 회장 선거운동에 관여한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조 회장 선거캠프 관계자들은 카페 등지에서 대의원들과 만나 적게는 200만원, 많게는 800여만원의 돈을 뿌렸다. 조 회장이 선거 당시 대의원 380여명 중 250명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시·도 향군회장에게는 1000만∼2000만원의 금품이 전달됐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조 회장의 자금줄로는 BW사건의 주모자였던 최부용 전 향군 U-케어사업단장 측이 꼽힌다. 조 회장은 최씨에게서 단순히 돈을 빌렸다는 입장이지만 대략 24억원의 불법 선거자금을 지원받았다는 주장은 끊이질 않고 있다. 향군 한 관계자는 “이전 회장들도 선거 때면 돈을 뿌렸는데 왜 조 회장만 문제 삼느냐”고 항변했다. 향군의 금권선거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조 회장이 최씨의 구명을 시도한 적도 있다. 조 회장은 최씨의 측근인 조모씨를 지난 6월1일 경영본부장에 임명했는데, 당시 최씨는 횡령죄(32억원)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서울고등법원에서 2심이 진행 중인 상태였다. 경영본부장을 맡은 조씨는 최씨의 BW사건 관련 소송에서 향군이 채권 회수액을 214억원으로 적어 법원에 제출한 서류를 철회하고 채권 회수액을 450억원으로 부풀린 서류를 제출하려다 보훈처 감사에서 적발됐다. 향군의 피해 규모를 축소해 최씨에게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 내고자 한 것이다.

◆예산도 멋대로 집행


산하 사업체 대표와 임원 등을 무리하게 교체하는 바람에 지출된 급여는 1억3000만원, 기존 경영진에게 지급된 강제퇴직 위로금은 2억3000만원에 달한다. 지난 4, 5월에는 향군 정관에 명시되지 않은 ‘향군발전위원회’를 만들어 2600만원의 예산을 낭비했다. 또한 규정을 어겨가며 선거캠프 요원들을 임용해 1억원가량을 급여 등으로 지급했다. 이 밖에도 조 회장은 지휘활동비로 책정된 600여만원을 초과해 지난 6월과 7월 각각 1000만원씩을 추가 지출했다. 전임 박세환 회장의 월평균 활동비 608만원에 비하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향군 관계자는 “선거캠프 요원에 대한 보상은 후보자의 사비로 지출해야 마땅한데 규정에서 벗어난 편법 임용을 통해 향군 예산을 가지고 논공행상을 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를 ‘불순세력’으로 몰아 탄압


조 회장의 전횡이 계속되자 향군 본부는 부장단을 중심으로 6월29일 노조를 결성해 7월2일 서울 성동구청으로부터 설립 인가를 받았다. 창립 63년 만에 처음 설립된 노조는 신임 회장의 인사전횡과 비리 의혹을 폭로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조 회장은 노조를 ‘불순세력’으로 규정하고 탄압에 나섰다. 7월17일에는 노조위원장의 자격 등을 문제 삼아 성동구청에 이의신청을 했다.

지난달 4일 향군 노조와 이사 대표 등으로 구성된 ‘향군 정상화 모임’이 자신을 검찰에 고발하자 이날 주간회의에서 “×새끼들”이라며 극도의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같은 달 4일에는 노조위원장을, 19일에는 수석부위원장에 대해 특별감사를 실시하고 21일 성동구청으로부터 “노조 설립은 적법하다”는 회신을 받고도 노조의 경과보고회 장소 제공을 거부했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박수찬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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