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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 작년 '이상없다'던 수류탄 폭발사고 논란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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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9-18 16:29:28 수정 : 2015-09-18 16:5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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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류탄 투척훈련(자료사진)


군 당국이 지난 11일 대구 육군 50사단 신병훈련장에서 발생한 수류탄 폭발사고 진상 조사에 본격 착수했다.

사고 경위를 둘러싸고 군 수사 당국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이와는 별도로 수류탄의 기술시험을 실시해 결함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때까지 실 수류탄 사용은 일시 중단된다.

군 관계자는 18일 “폭발사고를 일으킨 수류탄과 로트 번호(생산연도와 생산라인 등을 문자와 숫자로 표기한 것)가 동일한 수류탄을 전량 회수해 진행하는 기술시험에 민간 전문가,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참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군수품의 품질보증을 맡고 있는 국방기술품질원은 작년 9월 해병대 폭발사고와 관련해 “제품 결함으로 인한 조기 폭발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어 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軍 “수류탄 5만5000여발 모두 시험해 검증”

작년 9월 해병대 교육훈련단에서 수류탄 폭발사고가 발생해 1명이 사망했을 때 군은 로트 번호가 같은 수류탄의 기술시험을 진행했다. 해병대 교육훈련단 폭발사고와 이번 폭발사고의 수류탄은 로트 번호가 같다. 이 로트 번호의 수류탄은 2005년 8만1270발이 생산돼 2만5948발이 사용됐다. 해병대 비축분은 모두 소진됐지만 육군은 5만5322발을 보유하고 있다.

군은 4억3000만원을 투입해 이 수류탄을 모두 회수, 1000발은 폭발시험을 하고 다른 1000발은 부품 기능 시험과 지연제 분석 시험 등에 사용한다. 나머지 5만3322발은 본체와 신관을 분리해 신관 폭발시험을 진행한다.

군 관계자는 “이번 폭발사고 수류탄과 로트 번호가 같은 수류탄의 신관은 모두 없앤다”며 “불안 심리가 있는 만큼 이들 수류탄은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시험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군은 이번 사고 수류탄과 로트 번호가 다른 68개의 로트 번호들도 기준보다 2배 이상의 표본을 선정해 기술시험을 진행한다. 안전이 확인된 로트 번호의 수류탄은 사용 통제에서 해제된다.

군 관계자는 "이번 사고 조사 결과를 토대로 수류탄 안전도를 100%로 높인다는 것을 목표로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군은 일정한 거리를 비행하거나 땅에 떨어진 다음에 터지는 수류탄 개발을 검토하는 등 성능 개선에 착수할 계획이다. 기존의 수류탄(K413)은 무게가 가볍고 살상효과를 높였지만 1997년 10월에 개발돼 새로운 수류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기품원, 작년 ‘결함으로 인한 조기 폭발 가능성 없다’ 결론

문제는 작년 9월 해병대에서 수류탄 폭발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군수품의 품질보증을 맡은 국방기술품질원이 “조기 폭발 가능성은 없다”고 결론을 내린 데 있다.

작년 9월 16일 경북 포항의 해병대 교육훈련장에서 훈련 중 수류탄이 폭발해 1명이 죽고 2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기품원은 10월 6일~22일까지 해병대와 육군 등이 참여한 가운데 기술시험을 실시했다.

K414 수류탄 신관.


당시 조사팀은 수류탄의 폭발 성능을 좌우하는 신관조립체의 이상 유무를 먼저 확인했다. 2005년 해당 로트 번호가 찍힌 수류탄 신관 8만1670발이 생산될 당시 촬영한 X-레이 필름을 모두 조사했다. 지연제 누락여부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510발을 새로 X-레이 촬영했고, 500발은 기능시험에 투입했다. 이와 함께 신관조립체를 포함한 완성 수류탄의 이상 유무도 확인했다.  

시험 결과 기품원은 “수류탄 조기 폭발의 원인인 지연제의 누락이나 부족 등은 없었고, 신관조립체 역시 지연시간 3초 미만 제품은 없었다”며 정상적으로 손에 쥐고 있는 상태에서는 제품 결함으로 인한 조기 폭발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육군 탄약사령부 등에 통보했다.

하지만 지난 11일 대구에서 또 다시 폭발사고가 발생하면서 기존의 국방규격에 따른 시험의 효과와 수류탄의 신뢰성 등이 도마위에 오를 전망이다.

수류탄을 조작한 훈련병이 잘못 쥐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결함이 드러날 경우 발생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헌병대의 현장 조사와 다음달로 예정된 중간 시험 결과 발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수류탄 성능·훈련 방식 등 근본적 개혁 필요

군 당국은 작년에 ‘결함 가능성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직후 수류탄 폭발사고가 재연되자 해당 로트 번호의 수류탄 전량을 기능시험에 투입하는 등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수류탄의 품질 문제에 대해 100% 안전을 확보하는 방법을 만들 것”이라며 “작년의 조사는 샘플링이라 확률적으로 오류가 있을 수 있어 올해는 완벽하게 규명하기 위해 전수검사를 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작년 9월 해병대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을 때 전수검사를 했으면 대구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다른 로트 번호의 수류탄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할 경우 군 당국의 대응 수위도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훈련병에게 실 수류탄 투척 훈련을 받게 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논란도 다시 불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입대한 지 한 달 정도밖에 안된 훈련병에게 실 수류탄 훈련은 위험하고 정신적인 부담이 큰 만큼 무게와 모양이 똑같지만 위험은 없는 훈련용 수류탄을 사용하는 게 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각개전투 훈련중인 신병들(자료사진)


군의 한 소식통은 “군에 대해 미숙한 훈련병이 실 수류탄을 잘못 쥘 경우 폭발할 위험도 있고, 살상무기를 다룬다는 정신적 부담을 이기지 못해 불의의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자대 배치 후 일병이나 상병 등 어느 정도 계급이 올라갔을 때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언제든 전투에 투입될 병사를 훈련하는 과정에서 실 수류탄 훈련을 하는 것은 필수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수류탄 폭발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군 관계자는 “일단은 원인규명이 우선”이라며 “사고가 또 다시 발생하면 안된다는 생각 하에 원인을 명백하게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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