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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그리운것은 무엇일까…문형태 30번째 개인전

입력 : 2015-09-18 17:20:39 수정 : 2015-09-18 17: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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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실뜨기’.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겨우 서로의 입술,아득한 네 심연으로 혀를 밀어 넣는 입맞춤처럼 ,닿을 수 없는 네 우주를 더듬거리는 맹인들처럼 ,깊이 사랑해야 한다.
문형태의 30번째 개인전이 10월3일까지 ‘Cat's Cradle’(실뜨기)라는 주제로 선화랑(대표 원혜경)에서 열린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늘 찾아 헤매는 그리움의 관계와 대상을 회화작품과 오브제 작품 70여 점을 선보인다.

“관계란 매듭 하나 연결된 단순한 실을 엮고 상대에게 건네는 일이다. 고양이 요람(실뜨기) 위의 즐겁지만 아슬아슬한 게임처럼 관계란 내가 만드는 복잡한 삶을 교환하는 일이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실뜨기의 다음 차례를 관람자에게 건네며 얽히고설킨 관계를 풀어 놓고 있다. 또한 주고받으며 맺어졌던 온갖 물건들(종이박스, 봉투, 끈 등)로 만들어진 오브제 작품으로 복잡하고 길게 늘어진 자신의 표상을 꺼내 놓는 흥미로운 소동(?)을 일으키고 있다.

“서랍을 정리하는 방법이란 게 있다. 서랍을 열어보기 전 눈을 감고 내게 필요한 것을 기억해 낸 다음 그 밖의 모든 것을 버리라는 설명이었다.” 그의 작업은 정리되지 못한 관계를 정돈하는 과정이다.

최근 작가는 발상의 전환을 꾀하기위해 단기간이지만 미국에 머물기도 했다. 근래에도 여러 유수의 갤러리와 미술애호가로부터 끊임없이 러브 콜을 받는 상황에서라 의외란 소리를 들었다.

“ 혼자 작업에 몰두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캔버스에 나의 이야기를 담는 시간과 그로 인해 완성되는 작품이 너무 자기중심적인 것이 아니냐는 매너리즘에 대한 경계와 그 성찰에서 결단했다. 개인사적으로도 쉴 틈 없이 바쁜 스케줄에 맞추어 작품완성에 열을 올리기에 급급했던 세상과의 단절, 건조한 삶에 대한 숨통 트기의 필요성에 대한 절실함에서 비롯됐다.”

그의 작품 속에서 보여주었던 다이어리 같은 일상과 인물들은 지극히 작가 개인적인 것인 듯 보일지 모르지만 보는 이에게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이야기다. 그는 작품을 제작하기에 앞서 좀 더 거리를 두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자신의 화면을 바라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작업실 밖으로 나가, 보다 넓은 세상과 소통을 원했다. 다른 문화가 있는 곳에서 외계인이 되어 보는 일도, 삶의 공간을 이동하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작업실 밖을 보자는 단순한 생각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한국의 작업실을 벗어나 좀 더 넓은 세계와 그 속에서 만난 사람들과 삶의 모습을 통해 그가 느낀 또 다른 감정과 일상 속 진솔한 이야기와 고민을 엿볼 수 있다. 그런 그의 생각이 함축적이면서 은유적으로 작품에 담겼다. ‘Cat's cradle’은 직역을 하자면 고양이의 요람이지만 서양의 실뜨기 놀이의 명칭이다. 실뜨기는 혼자가 아닌 두 사람 혹은 여러 사람이 돌아가며 실의 양끝을 한 사람의 손에 매었다가 다른 사람의 손을 거쳐 얽어 지며 여러 가지 패턴을 만들어가는 놀이다. 서로 주고받는 행위에서 만들어 지는 것이다. 실타래가 꼬이지 않도록 풀어내는 과정속에 아슬아슬한 스릴을 맛볼 수 있다.삶 속의 관계성과 빗대어 재미있는 타이틀로 엮어내었다. 사람과 사람, 사회와 사회, 그 속에서 누구든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관계를 통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질문들과 답을 공유하며 이번 전시가 소통과 만남을 유도하는 매개체가 되길 바란다.(02)734-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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