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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이종능 워싱턴 전시 …흙의 혼 미국인들 매료 시켜

입력 : 2015-09-18 20:28:43 수정 : 2015-09-18 20:2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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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이종능이 미국 워싱턴 D.C. 한국문화원 K-gallery에서 10월 5일까지 전시를 갖는다. 작가 특유의 도자세계인 '토흔'작품과 진사를 비롯해, 2007년 런던 대영박물관에서 선보였던 우아하면서도 세상을 품을 것 같은 백색의 달항아리의 계보를 잇는 일련의 달 항아리 연작들과 도자기 벽화 작품 등 6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작가는 지난 30년간 흙과 불의 본질에 무게를 둔 연구를 통해 유약의 색에 의존해온 정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흙의 본연의 색을 불 속에서 찾아내 표현한 그만의 독창적인 작품세계인 '토흔'을 일궈냈다.

“한국도자기에 내재한 한국인만의 독특한 미의식은 '비대칭의 소박미'다. 넘치지 않는 균형 조화의 절제미, 단순 소박미 그리고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하고 아름다운 선만 살려내는 꾸밈없는 자세에서 우러나온 미를 품고 있다.” 

그는 1958년 신라 천년의 고도 경주에서 태어나 자랐다. 주변의 산재되어 있는 신라 천년의 문화 유산이 그의 유년시절 감성의 바탕이 되었다.대학시절 지리산 여행 중 비가 내린 후 보게 된 형형색색 흙의 색에 매료된 것이 계기가 돼 도예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2년간 지리산 일대를 돌며 분청사기파편과 태토를 수집하며 한국의 흙과 도자기를 연구하기 시작한다.

1985년 대학 4학년이 되던 해 한국 도자기의 메카인 경기도 이천으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작업과 연구를 시작한다. 이천으로 자리를 옮긴 후 도자기 수업을 받으며 몰두 하던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본인이 원하는 작업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왜 과거를 대표했던 도자기를 답습을 해야만 하는 것인가? 문화는 릴레이 경주와 같은 것. 이 시대는 이 시대의 도자기가 있어야 하지 않은가? 수없이 자문을 했다.”'

이런 생각들은 처음 그를 매료시킨 흙 본연의 색을 살릴 수 있는 새로운 도자기를 만들고픈 마음으로 이어진다. 그는 흙의 흔적, 세월의 느낌, 간절한 기도로 표현되는 새로운 도자기의 탄생을 염원하며 자신의 도자기의 이름을'토흔'이라 짓게 된다. 그리고, 흙과 불의 본질을 찾아 그의 새로운 여정이 시작된다. 

1989년 그는 일본, 제주도, 대만, 태국 등지의 도자기의 남방문화의 흐름을 연구하기 위해 떠난다. 이후 3년간 중국, 몽골, 실크로드의 명요, 명차, 산지를 찾아 북방문화권의 흐름도 추적한다. 그리고, 중국 남송의 명요, 건요, 길주요 등지를 답사하며 태토, 파편, 가마구조 등을 연구 하게 된다.남방 문화의 도자기의 흐름과 문화를 경험 하던 중 그는 불의의 사고를 당하게 된다. 일본 도자기 수업 중 사고로 가운데 손가락을 잃게 된 것이다. 도예가에겐 치명적인 사건이었지만 이 절망을 피나는 노력과 재활로 극복하고 다시 북방문화의 흐름을 찾아 여행을 제기한다.

1993년 여행에서 돌아온 그는 그간의 연구와 경험을 바탕으로 어느 계파와 장르에도 구애 받지 않는 독창적인 작품세계 창조하게 된다.1995년 첫 개인전을 필두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한국 대표작가로 선정되어 도예 초대전을 연 것을 비롯하여 영국 대영 박물관의 '달 항아리' 특별전등 러시아, 중국, 영국, 일본, 이태리, 미국 등지에서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 시켰다.

그는 또한 2002년 KBS-NHK 합작 월드컵 홍보다큐 '동쪽으로의 출발'에서 한국도자기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림과 동시에 한일 문화교류에 이바지했다. 2004년에는 KBS 세계 도자기 다큐 6부작 '도자기'를 통해 자신의 작품세계를 그가 직접 설계한 가마를 통해 풀어내 보여 줌으로써 보는 이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그의 작품은 현재 피츠버그 국립 민속 박물관, 중국 향주 국립다엽박물관, 일본 오사카 역사박물관 등지에서 소장 되어 있다. 그의 자유롭고 독창적인 작품세계에 대해 일본 인간 문화제 도예가 가토 코오죠는 “이종능의 작품은 강력한 힘과 동시에 소박하고 순수함을 보여주는 매력이 있다"고 극찬했다.황규성 교수(리움미술관 연구원)은 “세계 도자사에 찾아보기 힘든 유형으로 그의 독특한 도자세계인 '토흔'은 '강렬하면서 동시에 비대칭의 소박미를 머금고 있다”고 평했다.

생전에 소설가 최인호는 그를 두고 “도예가 이기보다는 하나의 생명을 만들어내는 창조자로서의 면목이 있다. 지산 이종능에게는 자신의 거짓을 용납하지 않는 치열함, 거짓을 모르는 참 빛이 있으니 지산을 반드시 육신을 태워 불 가마 속에서 하나의 등신불로 이루어 낼 수 있는 이 시대의 소중한 장인이 되어 줄 것이다.”고 말했다. 이상문 KBS 감정위원은 자신의 저서 ‘골동이야기’(2012)에서 “"토흔이란 이종능 도예가의 독창적인 흙의 세계이다. 비대칭의 소박미를 추구하는 토흔은 흙의 흔적 세월의 느낌 간절한 기도로 그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모든 흙은 고열(1250도 이상)에서 원래의 색깔을 잃어버리고 유약의 색에 의존하지만 토흔은 태초의 그 색을 불 속에서 그대로 간직하면서 우리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도예세계”라고 썼다. 

“흙과 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다. 내가 느끼는 흙은 곧 사랑이다. 그리고 불은 열정이다. 흙과 불은 곧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종능의 흙에 대한 철학이다. 철저한 자기 고백을 통해 나오는 진솔함이 그에게 자유로운 창작의 세계를 허락했다. 흙과 불의 본질에 무게를 둔 통찰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올해로 3년째 미국전시를 열고 있다. 미국을 오기 전 도자기 분야에선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다는 일본의 문을 먼저 두드렸다. 그의 작품과 도자 철학은 도쿄와 오사카 전시회를 통해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아사히 방송을 통해 그의 작품세계를 일본 전역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LA,뉴욕에 이은 이번 전시회에는 케티 박물관(Getty Museum,), 뉴욕현대 미술관 (Moma: Museum of Moderm Art) 등 미국 미술계 인사들의 관람이 줄을 잇고 있다.

편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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