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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F-35 낙점' F-X, 지금 기종선정하면 누가 이길까

입력 : 2015-10-02 13:49:29 수정 : 2015-10-02 16: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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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35A 전투기(자료사진)

추석 연휴를 전후로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군 안팎에서 가열되고 있다.

2025년까지 120대의 전투기를 국내에서 개발, 생산하는 KF-X 사업에 적용할 예정이었던 차기전투기(F-X) 관련 4개 핵심 장비의 체계통합 기술 이전이 불발되면서부터다. 군 당국은 7조원을 투입해 지난해 9월 미 록히드마틴사의 F-35A 40대를 도입하면서 기술을 이전받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 4월 미국 정부는 ‘기술보호정책’을 이유로 ▲AESA 레이더 ▲적외선 탐색 및 추적장비(IRST) ▲전자광학 표적 추적 장비(EOTGP) ▲전자전 재머(RF Jammer) 등 4개 분야의 체계통합 기술 이전을 거부했다.

이 문제가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불거지면서 군 당국은 곤혹스런 처지에 몰리고 있다.

논란이 격화되면서 인터넷을 중심으로 ‘지금 기준으로 F-X 기종을 선정하면 F-35A가 이길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 “F-15SE, 시제기도 없었다”

2013년 9월,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이 주재한 방위사업추진위원회가 방위사업청이 선택한 미 보잉사의 F-15SE(사일런트 이글) 전투기를 ‘부결 처리’ 하면서 F-X 사업의 향방은 F-35A로 급격하게 기울었다.

국방부와 공군은 2012년 1월 F-X 사업공고 이전부터 5세대 스텔스기 도입을 강조했다. 반면 방위사업청은 ‘협상력 강화’를 명분으로 보잉의 F-15SE나 유럽항공우주방위산업(EADS, 現 에어버스)의 유로파이터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같은해 8월16일 최종 가격입찰에서 F-15SE만이 가격 제한선(8조3000억원)을 통과하자 ‘스텔스’라는 이야기는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군 당국의 ‘말 바꾸기’에 여론의 빗발치는 반대가 쏟아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F-15SE의 가장 큰 문제는 시제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F-15SE는 F-15E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스텔스 기능 확보를 위해 내부무장창을 달고 수직꼬리날개의 각도를 변경했다. 하지만 시제기가 비행하는 모습은 한 번도 볼 수 없었다.

군 소식통은 “당시 공군 내부에서 F-15SE에 비판적이었던 이유 중 하나가 시제기가 없다는 것이었다”며 “F-35A도 그때는 전력화되지 않았지만 100여대의 시제기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F-15SE와는 사정이 달랐다”고 회고했다.

F-15SE의 제조사인 보잉은 기술이전에 소극적이었던 록히드마틴과 달리 방위사업청의 요구 조건을 대부분 충족했다. 하지만 1,2차 F-X 사업에서 60대의 F-15K를 판매하고도 군 당국이 요구한 기술을 100% 이전하지 못한 점 등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렇게 F-X 기종선정을 둘러싸고 방위사업추진위원회가 ‘F-15SE 부결’이라는 사상 초유의 선택을 하면서 결국 공군이 원했던 F-35A가 선정됐다. 하지만 1년의 시간을 허비하면서 도입 시기는 사업초기 예상보다 2년이 늦춰진 2018년으로, 도입대수도 60대에서 40대로 줄었다.

◆ 유로파이터가 선정됐다면

만약 유로파이터가 F-X 기종으로 선정됐다면 어땠을까.

국방부가 F-15SE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직후였던 2013년 10월, 유로파이터 측은 “10대의 유로파이터를 팔더라도 KF-X 개발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우리의 약속은 변치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로파이터(자료사진)


크리스티안 셰러 유로파이터 해외사업본부장은 같은해 10월 28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히든카드는 유연성이다. 새롭고 차별화된 제안을 통해 한미 동맹의 벽을 넘을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F-X 사업이 가열되던 2013년, 유로파이터측은 항공산업 측면에서 파격적인 제안을 잇따라 내놓으며 주목을 받았다. 당시 유로파이터는 “한국이 도입할 60대 중 53대를 한국 내에서 생산해 인도하고, KF-X에 2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제안했다.

이 때 KF-X는 각 연구기관들의 타당성 조사가 거듭되면서 막대한 비용과 기술 도입 문제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그치지 않았다. 따라서 유로파이터측의 제안을 우리 측이 받아들이면 두 가지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어 많은 사람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성능 측면에서도 F-22에 장착되지 않은 적외선 탐색 및 추적장비(IRST)를 갖춘 덕분에 모의 공중전에서 F-22를 격추하는 전과를 올리기도 했다. 이는 F-35에 IRST를 기존 사양으로 포함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한국에 제안된 최신형 ‘트렌치 3’는 완벽한 스텔스기는 아니다. 하지만 동체 82%가 레이더반사면적(RCS) 감소 탄소복합 소재이고 엔진 공기흡입구에 전파흡수도료를 발라 제한적인 스텔스 기능을 발휘한다. 여기에 재연소 없이 초음속 순항이 가능한 슈퍼크루즈 기능으로 RCS를 줄이고 대전자전 시스템, 무선송수신을 대체하는 데이터통신과 적외선 추적 장비로 보완했다.

그러나 ‘유럽제 전투기’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국내 정서와 유로파이터의 비싼 가격, 2인용 복좌기 대수를 줄인 결정으로 결국 탈락하고 말았다. 

◆ “F-35A 선택한 순간, KF-X 기술이전은 뒷전”

F-X 사업에 관여했던 한 관계자는 “F-35A가 선정될 때 KF-X는 뒷전으로 밀려버린 것이나 다름없었다”며 “스텔스에만 매몰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현실은 2012년부터 예고되고 있었다.

2012년 하반기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작성한 ‘KF-X 사업 타당성 보고서’에 따르면, F-X 사업 참여업체들 중 미 록히드마틴이 기술이전 부문에서 가장 미흡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KF-X 상상도.


보고서는 “방위사업청은 F-X 사업 과정에서 KF-X 개발에 필요한 51개 기술을 요구했다. 유럽의 에어버스와 미 보잉은 이 조건을 충족했지만, 록히드마틴은 21개에 그쳤다”며 “록히드마틴은 ‘미 정부의 승인이 없다’는 이유로 스텔스, AESA레이더, 전자전 등과 같은 핵심 기술은 이전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록히드와 보잉은 KF-X에 직접 참여하는 대신 기술 컨설팅 정도의 협력만 할 의사가 있으며, 유럽 에어버스는 유로파이터 선정을 전제로 직접투자와 기술이전을 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KF-X 관련 기술 이전에 대한 미 정부의 수출승인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이들을 소극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3년 전에 이미 국책 연구기관이 F-X 사업에서의 기술이전 문제가 정부의 뜻대로 풀리지 않을 가능성을 지적했지만, 군 당국은 록히드마틴이 “미 정부 승인이 어렵다”면서 핵심 기술 이전에 난색을 표했는데도 F-35A를 선택했다. 그 결과 우리는 항공산업 발전과 전투기 전력 확보에 필요한 기술과 자본을 스스로 포기한 셈이 됐다. ‘현재’에만 매몰된 채 ‘미래’를 보지 못한 2013년과 2014년의 결정이 아쉬움을 남기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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