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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참 딱한 ‘교육부 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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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0-13 20:39:44 수정 : 2015-10-14 00: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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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교과서 개선, 의견 수렴 절차나 접근 방안 소신도 없이 뒤늦게 나팔수역할
黨·靑에 휘둘리면서 백년대계 이끌수 있나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해 8월 수장에 오르면서 교육정책의 본질은 국민이라고 했다. 교육이 국민 개개인의 행복 구현이라는 본질을 회복할 때 희망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국민과 적극 소통하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교육정책이 현장에서 굳건히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친박’에다 집권당 대표까지 지낸 터여서 ‘힘’이 느껴졌다. 나중에 장관에서 부총리로 급이 높아진 이유도 있었다. 교육부 관료들은 어깨에 힘이 들어갔을지 모른다. 그가 교육에는 ‘문외한’ 일지 몰라도 여당 ‘실세’라는 점 때문에. 최소한 백년대계가 외풍에 휘둘리지는 않겠거니 했을 법하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기대했던 ‘힘’은 나오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식물’ 부처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왔다. 현안들을 놓고 청와대와 새누리당 눈치 보느라 ‘용’ 한번 쓰지 못해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교육계 등의 반발에도 합리적 조정과 의견수렴 절차를 외면한 채 국정화를 추진키로 한 결정 과정을 보자.

문준식 사회2부장
사실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결정의 배경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완강한 신념과 집착’이 자리하고 있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3년부터 틈만 나면 “올바른 국가관”, “균형 잡힌 역사의식” 등을 주문처럼 강조하곤 했다. 국정화는 처음부터 박 대통령의 ‘뜻’이었던 것이다. 황 부총리도 그 ‘뜻’을 받들어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지정이 불가피하다”고 되뇌었다. 애초부터 국민의견 수렴이나 토론은 설 자리가 없었던 셈이다. 국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다.

이 때문이었을까. ‘결정의 날’이 임박하면서 각지에서 국정화 반대의 물결이 넘쳐났지만 황 부총리는 보이지 않았다. 국정화가 다양성·창의성·자율성 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청와대와 새누리당 뒤에 숨기에 급급했다. 머리카락이라도 보일까봐 안절부절못했다. ‘국민과 적극 소통하겠다’던 다짐은 온데간데 없었다.

그러는 사이 교육부의 신뢰는 곤두박질쳤다. 교육부 내에서 ‘청와대발 국정화 밀어붙이기’에 우려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았지만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이뿐인가. 주무부처의 수장으로서 최소한의 갈등 조정자 역할도 포기했다. 새누리당이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현행 교과서의 문제점을 끊임없이 지적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마지못해 “청와대의 입장이 워낙 강경해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수장이 보이지 않으면 부수장이라도 나서야 하는데. 김재춘 차관 역시 감당하기에 버거웠는지 입을 꼭 다물었다. 동일체였다. 그는 2009년 세계교과서학회 아시아 대표이사이자 영남대 교수로 있을 때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번 국정화 추진과정에서 당시의 결기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

교육부는 말이 좋아 주무부처일 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결정과정에서 이른바 ‘바지사장’이나 다름없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주무부처의 역할을 대신 한 것이다. 교육부가 ‘당·청 2중대’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황 부총리 등은 새누리당 등 보수진영의 압박에 속전속결로 국정화를 결정하고서는 “이념적 편향성으로 인한 사회적 논쟁을 종식하고자 불가피하게 국정화를 결정했다”고 합창했다. 현 정부가 수정절차를 거쳐 재검정한 교과서도 편향적인 내용이 있다고도 했다. 그동안 꿀먹은 벙어리처럼 말 한마디 없더니. 하지만 울림이 없었다. 국정 전환 결정 이후 이들에게 ‘국정화 부총리’ ‘국정화 차관’이라는 꼬리표가 나붙었다고 한다. 앞뒤 다른 모습을 보여서일 게다. 자업자득이다.

황 부총리는 뒤늦게 어디 가더라도, 어떤 자리에 있더라도, 어떤 일을 하더라도, 국정화 문제에서 떨어질 수가 없다고 했다. 좋은 교과서를 만드는 데 한 축을 맡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성난 민심을 얼마나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문준식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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