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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일회성 성노예에 불과했다"

입력 : 2015-11-23 15:43:59 수정 : 2015-11-23 21:3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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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일회성 ‘성노예’에 불과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최근까지 시리아 락까에서 살던 이슬람국가(IS) 치하 여성 3인을 만났다. 22일(현지시간) 터키 남부 도시에 머물고 있는 이들은 수니파 무장세력 IS가 2011년 시리아 내전 직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보다 더욱 잔인하고 폭압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농부의 딸이었던 두아(20)와 그의 사촌언니 아우스(25•사진), 또다른 시리아인 아스마(22)는 IS의 락까 점령 직전인 2013년까지만 해도 꿈 많던 소녀였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서 배우를 꿈꿨고, 자유롭게 인도 여성의 옷차림을 따라 했으며,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를 읽으며 사회적 의미를 되새겼다.

이들의 삶은 IS가 락까를 수도로 삼으면서 송두리째 바뀌었다. 이들은 같은 수니파인 IS가 시아파 정권보다는 ‘더 낫겠다’는 생각에 현지 여성 규찰대인 ‘카산 연대’에 들어갔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IS는 그들의 이상에 부합하는 듯했다. 이슬람 고유 문화를 지키는 첨병이라는 자부심과 ‘아무런 생각 없는’ 무슬림 여성을 교화하는 나름의 특권의식, 가난한 가족을 위해 돈을 번다는 보람을 느꼈다.

하지만 몇달 새 락까는 지옥으로 변했다. 시리아 출신 첫 남편이 자살폭탄으로 전사하면 다른 외국인 무장대원이 침대 옆자리를 꿰찼다. 샤리아(이슬람 율법)는 남편을 잃을 경우 최소 3개월이 지나야 재혼할 수 있다고 배웠던 이들로선 청천벽력 같은 처사였다. IS 고위 사령부를 찾아 “순교자 아내한테 이럴 수 있느냐”고 따졌더니 “남편이 죽었으면 기뻐해야지, 왜 슬퍼하느냐”는 서슬 퍼런 답변이 돌아왔다고 두아는 분통을 터뜨렸다.

처음이 힘들었지 두번, 세번은 무덤덤했다. 열흘 또는 2개월 간격으로 남편이 바뀌었다. IS의 ‘일등전사’인 외국인 남편들은 첫 남편과 같은 존중이나 예의를 차리지 않았다. 툭 하면 때리고, 겁탈했다. 아스마는 “IS 치하 무슬림 여성의 삶이란 ‘살인기계’를 위한 ‘성노예’에 불과했다”며 “서방의 젊은 여성들이 번지르한 IS 선전물에 현혹돼 시리아로 향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고 혀를 찼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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