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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논단] ‘민생 챙기기’ 달라진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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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1-26 20:22:04 수정 : 2015-11-26 20: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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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5합의 이후 군사적 모험 자제
한반도 평화구축 골든타임 맞아
북한은 세계에서도 유례없이 지도자는 물론 정권 내부에 관한 일반적 정보가 제한된 나라이다. 이 때문에 북한 정권의 정책적 지향점에 관한 전망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북한 지도자가 어느 곳을 방문하고, 누구를 주로 만나는가의 대체적인 정보는 노동신문이나 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도 보도하고 있다. 이에 그 흐름을 종합분석하면 대체로 북한 정권의 정책 지향점을 추론해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올해의 경우 남북한 간 8·25합의를 전후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동선이 두드러지게 변화를 보이고 있다.

올해 전반기 김정은의 행선지는 과도할 정도로 군 부대에 편중돼 있었다. 1월에는 전선군단 제1제대 보병사단의 사격 경기대회 참관, 항공 및 반항공군 지휘부 시찰 및 비행전투훈련 지도, 서부전선 기계화타격집단 도하공격연습 참관, 원산 인근 해상목표에 대한 군종 타격훈련 참관 등이 이어졌다. 2월 이후에도 해군 부대의 대함 로켓 발사 참관, 항공 및 반항공군 부대 시찰, 동해안 전방초소 방어부대 시찰 등이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이같이 군을 중시하는 선군(先軍)정치의 행각 속에서 8월 목함지뢰 도발사건이 발생했고, 이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에 대해 김정은은 전군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하는 등 군사적 모험주의의 정책 경향을 보였다.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국제정치학
다만 남북한 간에 극적으로 8·25합의가 이뤄지고 쌍방이 이산가족 상봉과 당국자 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한 이후 김정은의 동선에는 주목할 만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군 부대 방문 비중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대신 민생경제의 현장에 대한 시찰이 상대적으로 늘고 있다. 9월에는 평양 강냉이 가공공장 및 신의주 측정기계공장에 대한 현지지도 등이 행해졌고, 10월 이후에는 제약종합공장 및 백두산청년발전소, 평양 메기공장, 대동강 그물우리 양어장 등 방문과 지하전동차 시운전 참관 등의 일정이 이어졌다. 물론 군 부대 방문 일정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같은 기간 김정은은 인민군 350부대를 방문해 작전방안 수정 문제를 논의했고, 반항공부대의 고사로켓 사격훈련을 참관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전반기에 보여준 동선에 비한다면 8·25 남북 합의 이후 김정은은 인민들의 민생경제와 관련된 현장 방문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김정은의 동선 변화와 병행해 북한 당국도 군사적 모험주의 대신 경제 및 대외관계를 중시하는 동향을 보이고 있다. 북한 정권은 10월10일 당 창건 70주년 군사열병식에 예상되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지 않았다. 10월에는 중국 랴오닝성과 신의주 특별구의 개발에 합의했고, 11월에는 독일 동아시아 협회와 경제협력관계 발전에 대한 양해각서에 합의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이슬람국가(IS) 주도로 발생한 테러사건에 대해 북한 외무성은 프랑스 외무부에 위로 전문을 보내며 온갖 종류의 테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정책선택을 통해 무언가 북한 정권은 국제사회에 대해 자신들의 지향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보인다.

물론 북한이 근본적으로 핵을 포함한 군사강국 건설의 목표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은 자명하다. 그러나 북한 정권이 군사적 모험주의를 자제하고, 경제중시와 국제협조의 징후를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한 이 시기가 북한의 불안정성을 관리하고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중요한 ‘골든타임’으로 보인다. 이 시기에 남북 대화의 국면을 조성하는 것이 내년 1월 초 발표될 북한 신년사의 기조에 영향을 주고, 6월 당 대회를 갖게 될 북한의 정책방향에도 큰 울림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한 방향이 궁극적으로 우리의 안보이익에도 부합될 것임은 분명하다. 우리 국회의원들의 개성 만월대 방문에 이어 어렵사리 남북한 당국자 회담이 열렸다. 이 같은 남북 대화국면의 불씨를 신중하게 살려가면서 북한을 보다 개혁개방의 길로 유도하는 대북 전략의 모색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생각된다.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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