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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천년고도에서 떠나보내는 만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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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1-26 19:10:31 수정 : 2015-11-26 19: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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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끝자락에 떠난 경주여행 천년고도의 늦가을 정취는 어떨까. 경주는 사계절 다른 매력을 가졌지만 불국사와 대릉원, 보문정이 보여주는 고도의 늦가을 풍경은 유명한 산의 그것과는 다른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게 다녀온 이들의 증언이다. 경주에 간 건 2012년 기자 세미나에 다녀온 후 3년 만이다. 숙소에서 바라본 보문호는 아침 안개와 단풍이 섞여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고, 해가 저문 뒤 유적지들의 은은한 조명은 단풍과 어우러져 경이로움마저 불러일으켰다. 
경주 대릉원은 늦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신라시대 왕과 왕비, 귀족 등의 무덤 23기가 있는 이곳은 언덕 같은 능과 주변 단풍이 조화를 이뤄 관광객을 유혹한다.

경주에 도착하자마자 비가 쏟아져 황급히 우산을 챙겨 찾은 곳이 황남동 대릉원이다. 대릉원이란 이름은 ‘미추왕을 대릉(大陵)에 장사지냈다’는 삼국사기 기록에서 딴 것이다. 신라시대 왕·왕비·귀족 등의 무덤 23기가 모여 있는 데다, 무덤 발굴·조사 때 신라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금관·천마도(天馬圖)·유리잔 및 각종 토기 등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유물이 출토된 문화재의 보고다. 

비가 내리는데도 언덕 같은 능들과 나무 사이에는 어김없이 관람객이 사진을 찍고 있다. 비가 오면 보통 관람을 취소하는데, 늦가을 대릉원 단풍이 보기 좋다는 소문에 빗속에도 많이 찾는다고 안내인은 설명한다. 

다음으로 찾은 불국사는 두말이 필요없는 경주 대표 관광지다. 통일신라시대 건축예술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751년 신라 경덕왕 때 김대성이 창건해 774년 신라 혜공왕 때 완공됐다. 일연의 삼국유사에는 “김대성이 현세의 부모님을 위해 불국사를 짓고, 전생의 부모를 위해 석굴암을 짓기 시작했으나 완성을 보지 못하고 나라와 집안에서 완성을 도왔다”고 적혀 있다. 누구나 학창시절 수학여행의 추억이 서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너무 잘 안다고 해서 실상은 잘 가지 않는 곳이 불국사다. 기자도 10여년 만의 방문이다.

입구에서 경내까지 늦가을 단풍이 장관이다. 단풍 빛깔이 고운 나무 밑에는 예외없이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들 때문에 줄을 서야 할 정도다. 

독일에서 온 여성 관광객은 기자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카메라를 건네며 “한국의 가을풍경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 몰랐다. 불국사와 나무가 잘 어울린다. 동양적인 가을의 아름다움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보탑과 석가탑이 있는 경내에도 관광객이 가득하다. 유리막 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석가탑은 보수공사 중인데, 내년 초 다시 공개된다고 한다.

2010년 12월 정기안전검사에서 탑 기초부문 갑석에 금이 가고 틈이 생겨 2012년 탑 전체를 완전 해체하고 보수하는 공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옆의 다보탑은 괜찮을까. 수십년간 수많은 방문객의 소음과 진동을 무방비로 받아들인 탓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봤다. 
보문단지 내 보문호 일대 전경. 호수에 내려앉은 아침 안개와 오색단풍이 어우러져 신비감을 불러일으킨다.

보문단지 내 보문호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보문호 바로 앞에 대명리조트 객실에서 보문로를 내려다봤다. 호숫가를 따라 붉은빛, 황금빛 오색 단풍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한적한 호수와 짙은 단풍이 한데 어우러져 한 폭의 가을 수채화 같다. 보문로 순환 탐방로는 인기 있는 산책 코스다. 단풍나무로 둘러싸인 호숫가를 따라 산책로와 자전거길이 펼쳐져 있다.
리조트 로비에는 원문규 총지배인과 직원들이 직접 발로 뛰어 만든 ‘경주 직원들이 추천하는 관광명소!’와 ‘경주사계’ 가이드북이 있다. 테마별 여행코스와 사계절 경주 사진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 참고할 만하다. 리조트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보문정은 미국 CNN이 선정한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어름다운 장소 50곳’에 선정된 명소다. 저마다 색채를 뽐내는 단풍나무와 어우러진 연못과 정자가 한 폭의 동양화 같은 느낌을 줘 사진 동호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경주에 놀러갔는데 비가 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경주시는 공연상품을 추천한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공연장에서 선보이고 있는 정동극장의 경주 브랜드 공연 ‘바실라’다. 시내 구경 대신 공연을 택했다. 이날도 아프카니스탄에서 온 관광객 50명이 함께 관람했다.

연말까지 공연되는 ‘바실라’는 고대 페르시아 구전 서사시 ‘쿠쉬나메’가 원작이다. ‘쿠쉬나메’에 등장하는 지명 ‘바실라’에서 착안해 1500년 전 실크로드를 따라 페르시아에서 신라로 이어진 문화의 만남과 충돌, 저항의 역사를 상상력을 바탕으로 창작했다. 페르시아 왕자 ‘아비틴’과 신라 공주 ‘프라랑’의 만남으로 사랑을, 침략자 ‘자하크’와 ‘쿠쉬’라는 인물을 통해 전쟁을 그린다. 아비틴과 프라랑의 아들 ‘페리둔’의 성장과 복수의 이야기도 다룬다. 주요 캐릭터들은 실크로드를 따라 이어졌던 고대 한국(신라)과 아랍(페르시아), 중국 등 다양한 문화를 대표한다. 사랑, 결투, 전쟁과 승리의 이야기를 환상적인 무대로 펼쳐낸다. 한국적이면서도 페르시아적인 요소와 장르를 융합한 색다른 작품이다.

경주=글·사진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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