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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미 세 자매의 께딸, 쿠바!] 눈부신 바다·탁 트인 하늘, 그리고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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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1-26 19:12:03 수정 : 2015-11-26 19: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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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노랫소리 흐르는 쿠바… 행복이 밀려온다
앙콘 해변은 잔잔하고 조용했다.
‘칸찬차라’라는 이름을 내건 집이 있다. 저녁 8시 문을 여는 이 집에서는 칸찬차라를 마시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이곳 지배인은 이 술이 트리니다드에만 있는 술이고, 다른 지역에는 없다고 했다. 만약 있어도 이 술의 원조는 트리니다드라는 말을 강조했다. 자부심을 한가득 가지고 칸찬차라를 설명했다. 언제부터 마셨는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지배인은 단호히 숫자를 또박또박 이야기하며 확신했다. 
칸찬차라에 들어가는 재료를 벽면에 그려놨다.

칸찬차라는 다 마시고 나면 꿀이 항아리 잔에 남는다. 술을 더 넣어 달라고 하면 무한 리필을 해준다.

우리가 칸찬차라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사이에 연주자들이 다 모였다. 드디어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는 제법 아는 쿠바 음악이 생겨서 구간구간을 따라 부를 수도 있게 됐다. 앞에 앉아 있던 외국인은 프랑스에서 온 노부부와 그들을 안내하는 쿠바인이었다. 쿠바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를 하다가 서로 나라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우리는 아는 프랑스인을 이야기했고, 그들은 한국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이제는 여행을 할 때 한국에 대해서 아는 외국인이 많아졌다. 영화, 음악 등 문화뿐 아니라 정치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게 되고 역사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게 됐다. 그만큼 한국에 관심이 많아졌다. 한국이 외국에 많은 것을 알린 결과다. 우리는 신기해하면서도 뿌듯했다. 
요트를 타고 나간 시간에는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트리니다드는 밤이 되어도 갈 곳이 많아서 좋다. ‘카사 데 뮤지카’에서 음악과 공연을 볼 수도 있고, 작은 가게에서 은은하게 들리는 음악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도 좋다. 음식으로 이야기하자면 손꼽히게 맛있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기다린 보람을 가져다주는 요리다. 음식을 가져다주는 사람도 정성껏 최선을 다한다. 
오후에는 구름과 바람이 몰려와서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줬다.

단골집이 된 음식점에서는 항상 보던 일하는 친구가 안 보인 적이 있었다. 그 친구는 서빙을 하다가 음악을 연주한 재주가 많은 친구였다. 안 보이길래 물어봤을 때 그 친구가 가족과 함께 짐 가방을 들고 인사를 하러 왔다. 일주일 휴가를 받아서 가족여행을 떠난다고 했다.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더니, 자랑스럽게 ‘아바나’라고 했다. 
오후에는 구름과 바람이 몰려와서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줬다.

쿠바에서는 이렇게 여행하는 자국민을 위해서 숙소를 만들었다. 우연하게 그런 숙소에 들어가 본 적이 있다. 물론 외국인을 받지 않는 곳이며, 비용은 시내버스 요금 정도였다. 쿠바인들이 여행할 수 있는 조건들을 정부에서 갖춰놨다. 이동수단과 숙소가 자국민용을 따로 마련해놔서 누구나 적은 돈으로 이용할 수 있으므로 여행이 가능하다. 외국인과 자국민이 사용하는 돈부터 다르지만 오히려 공평해 보였다.

드디어 트리니나드에서 봤던 바다에 가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그곳 이름은 ‘플라야 앙콘(Playa Ancon)’이다. 외국인을 가득 싣고 바다로 향했다. 작은 골목을 꽉 채운 버스는 신나게 아래로 달렸다. 길게 뻗은 해변은 버스에 있던 모든 사람을 풀어놔도 넉넉하다. 우리도 자리를 잡고 앉았다. 
바다에서 본 앙콘 해변은 길게 뻗어 있는 아름다운 섬처럼 보였다.

눈부시게 빛나는 바다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오점없이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그런 바다를 바라보고 앉아 있으면, 뒤에서 음악 소리가 들려온다. 쿠바에서 가장 좋은 건 스피커로 들리는 음악이 아니라, 사람이 직접 들려주는 목소리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불러주면서 화음이 어우러진다. 듣고 있으면 절로 행복한 웃음이 난다. 
오후에는 구름과 바람이 몰려와서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줬다.

바다로 뛰어들어가서야 바다색이 왜 그렇게 빛나는 아름다운 빛깔인지 알게 됐다. 너무 맑아서 햇빛이 그대로 투영되어서 마치 스스로 빛을 내는 것만 같다. 바다에 둥둥 떠서 배영을 즐기면, 하늘 위로 커다란 새가 지나간다. 쿠바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펠리컨이다. 펠리컨이 하늘 위에서 바다로 향해 수직 하강을 할 때는 바닷속 물고기를 본 경우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근처에서 물이 튀도록 뛰어드는 펠리컨을 보면 혹시나 나를 물고기로 착각한 건 아닌지 흠칫 놀라곤 했다. 언니들과 함께 셋이서 바다에 떠서 하늘을 보며 물 흐르듯이 움직였다. 한참을 놀고 난 뒤 스노클링이 생각났다. 오후가 넘어가자 바람이 불고 파도가 쳐서 힘들어졌지만, 일단 출발했다. 요트를 타고 먼 바다에 나가서 스노클링을 하는 건데, 파도가 심하게 쳐서 힘들어했다. 요트를 운전하는 아저씨는 다른 포인트로 데리고 가서 물고기를 따라다녔다. 바람이 부는 바다를 요트로 달리는 기분이 더 좋았다. 스노클링에 빠진 큰언니는 관련 장비를 사고 싶어 했다. 가지고 다니면서 마음껏 하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쿠바에서 사기 힘든 장비다. 쿠바에 여행 올 때 스노클링 장비를 챙겨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을 것이다.

다시 돌아온 트리니다드에는 여전히 은은한 조명과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여행작가 grimi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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