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을 앞두고 지하철 역에서 만난 친구는 8명의 일행과 함께였다. 여행가이드처럼 총 9명의 중국인을 이끌고 공연장으로 향하던 중 친구는 “도와줘서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대가족 여행’을 이끌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한류(韓流) 열풍에 빠진 사촌들이 한국여행을 오고 싶어했지만 단체관광에 대한 ‘나쁜 얘기’가 너무 많아 꺼려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서울에서 1∼2시간씩 떨어지고 인적이 드문 숲속에 자리한 숙소에 투숙하고, 중국인으로 가득한 후미진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수많은 쇼핑센터에 들러 상품구입 압박을 받아 치를 떠는 중국인이 많다”고 얘기했다. 친구는 중국인 단체관광은 한국인이 전혀 없는 식당, 쇼핑센터, 호텔만 ‘뺑뺑이’ 돌다가 끝난다고 꼬집었다.
정진수 사회2부 기자 |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613만명으로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재방문 의사를 밝힌 중국인은 20% 수준에 그친다. 이런 저질 관광 상품에 대한 실망감때문이다. 관광객 유치에 급급해 졸속으로 이뤄진 단체관광의 부메랑은 장기적으로 국내관광업계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이런 ‘싸구려 관광’이 계속 횡행한다면, 유커의 지갑은 닫히지 않겠는가.
여행사 관계자는 “전체 여행비용이 편도 항공비에도 못미치는 저가 상품은 저명 경제학자도 풀 수 없는 수익구조”라는 우스개를 소개하며 “중국관광객 유치를 위해 내놓은 저가 상품의 손실을 쇼핑 뺑뺑이로 메울 수밖에 없다”고 고백했다. 한국인들이 동남아에서 지나친 쇼핑센터 방문에 분통을 터트리는 것을 떠올리면 될 듯하다.
지난 주말, 앞서 언급한 화장품 가게 중 한 곳이 폐점했다. 부정적인 예상이 현실화되는 시기가 생각보다 빨리 올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든다.
정진수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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