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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첫 출범 인터넷은행, 금융 생태계 바꿀 ‘메기’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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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1-30 21:33:51 수정 : 2015-11-30 21:3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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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과 정보기술(IT)을 결합한 첫 인터넷은행이 국내에 처음 문을 연다. 금융위원회는 그제 카카오·한국투자금융지주 등이 공동 주주로 나선 카카오뱅크와 KT·우리은행 등으로 구성된 케이뱅크 등 두 컨소시엄에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내줬다. 금융당국이 은행 문호를 개방한 것은 1992년 평화은행 이후 23년 만이다. 이들 컨소시엄은 본인가의 문턱을 넘으면 내년 상반기에 영업을 시작할 수 있다.

인터넷은행은 점포를 기반으로 하는 전통 은행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은행 지점에 들르지 않고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계좌를 열고, 대출과 투자 행위를 하는 ‘핀테크(금융+기술)’의 일종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IT 강국을 자처하면서도 핀테크 분야에서는 한참 뒤처졌다. 세계 500대 핀테크 기업 중 한국은 아직 한 곳도 없다. 인터넷은행 역시 이미 50여개가 성업 중이다.

이용우 카카오뱅크 컨소시엄 공동단장은 그제 예비인가 발표 후 “한국 금융업계를 혁신할 한 마리 ‘메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의 다짐은 미꾸라지가 사는 수족관에 메기 한 마리를 풀어놓으면 미꾸라지들이 메기를 피해 다니느라 더 튼튼해진다는 ‘메기효과’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실제로 국내 은행은 수족관의 미꾸라지 신세나 다름없다. 은행들은 정부가 만든 진입 장벽 안에서 땅 짚고 헤엄치기 식 영업을 해왔다. 손쉬운 예대마진으로 매년 수조원의 이익을 올리면서 고객 자산의 안전과 이익은 뒷전이었다. 한 달 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금융시장 성숙도 순위는 140개국 중 87위였다. 오죽했으면 우간다(81위)보다 못하다는 탄식이 나왔겠는가.

우리가 인터넷은행의 출범에 관심을 갖는 것은 금융 병폐를 혁신할 촉매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은 우선 지점이 필요 없어 비용 절감분을 고객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돌려주는 이점이 있다. 은행과 제2금융권으로 양분된 시장에서 10%대 중금리 대출시장이 활성화된다. 금융 빅뱅은 은행 인가만 내줬다고 그냥 일어나지 않는다. 선진 금융으로 나아가자면 메기가 자랄 수 있도록 생태계부터 바꿔야 한다. 산업자본의 경우 은행 지분을 4% 이하로 제한한 ‘은산분리’ 규정은 그중 하나다. 선진국에서 거의 전례를 찾기 힘든 악성 규제다. 메기를 풀어놓고 메기까지 병들게 할 수야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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