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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미 세 자매의 께딸, 쿠바! <17> 바라코아 가는 길
산 정상에 올라와 먹을 것을 파는 사람은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공간까지 만들어놨다.
산티아고 데 쿠바에서 특히, 호세아사코 거리에 있으면 어느 집이든 옥상에 오르면 바다가 보인다. 바다가 가깝다는 의미와 호세아사코 거리의 지대가 높다는 뜻이다. 산티아고 데 쿠바는 언덕 위에 마을을 형성했다. 언덕 위에서부터 바닷가까지 빼곡히 집이 들어섰다. 우리 숙소도 물론 옥상에서 바다가 보인다. 낮에 옥상에 오르면 바람이 불어서 시원하고 좋다. 밤에는 물론 달빛과 함께할 수 있어서 더욱 좋다. 우리 방은 2층에 있고, 1층에 주방이 있었고, 옥상은 4층 정도 되는 높이였다. 그래도 1층에서 식사 준비를 해서 옥상까지 올라가서 시원하게 바람을 맞으면서 식사를 하는 게 좋았다. 
바라코아 가는 길은 산을 넘어야 하는 힘든 여정이다. 하지만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장관이다. 택시를 타고가면 중간중간 멈처 쿠바의 아름다운 산세를 감상할 수 있다.

산티아고에 처음 도착했을 때, 만났던 아르메니아 친구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물론 우리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친구도 바라코아로 향한단다. 산티아고에서 갈 곳을 정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바라코아까지 더 동쪽으로 향할 것인가?’, ‘다시 돌아갈 것인가?’,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아바나처럼 여러 곳으로 갈 방향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정하기는 쉽다. 언니들과 상의 끝에 나온 결론은 끝까지 가보자였다.
산등성이가 줄지어서 멋진 산세를 이룬다.

바라코아는 가는 길이 힘든 곳이다. 지형이 워낙 산밖에 없어서 산을 넘고 넘어야 한다. 그래도 바라코아로 향하기로 정했다. 우리가 먼저 떠나고 아르메니아 친구는 우리가 떠난 다음 날 떠나기로 했다. 바라코아에서 또 만나자는 말도 필요 없었다. 여행에서 친구를 만들었다면 헤어지는 일은 당연히 있을 일이고, 다시 만난다면 그때 기뻐할 일이다. 그래도 그는 우리가 떠나는 아침에 나와서 인사를 했다. 정들었던 숙소 주인과 고양이에게 인사를 하고 택시를 탔다. 택시는 그 전날 예약을 해놨다. 짐을 밖으로 다 옮겨놨는데도 택시가 안 와서 전화까지 했다. 다행히 전화번호를 적어놨었다. 경찰에 걸려서 늦어졌다면서 미안해했다. 쿠바 사람들은 약속을 무척이나 잘 지키는 편이다. 약속 시각도 철저히 지키고, 돌아올 것 같지 않은 내일에 대한 약속도 잘 지킨다. 작은 언니가 있었던 도미니카 공화국에서는 ‘내일’은 돌아올 것 같지 않을 정도로 약속을 내일로 미룬다. 작은 언니는 쿠바 사람들이 약속을 잘 지키는 당연한 일을 최고로 칭찬하고 그들을 높이 평가했다. 택시가 늦게 온 이유를 경찰이라고 했을 때, 쿠바인이라면 핑계가 아니라, 진짜로 경찰 때문이라고 믿어졌다. 사람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클래식 택시는 에어컨이 없고, 좌석도 불편해 안락함을 주는 이동수단은 아니다. 하지만 멋진 풍경을 만나면 세우고 감상할 수 있어 여행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버스 시간에 늦을까 봐 걱정했지만, 택시기사는 제시간에 도착했다. 작은 언니는 버스를 알아보러 갔고, 나는 택시를 알아보러 갔고, 큰 언니는 짐을 지키고 있었다. 셋이 다니니까 일을 이렇게 나눠 할 수 있어서 효율적이다. 세 명이 타고 갈 버스 요금이나 택시 요금이 비슷하다면, 자꾸 택시를 선호하게 된다. 택시는 멋진 클래식카라서 여행 기분을 맘껏 증가시킬 수 있다. 버스가 훨씬 편한 의자를 제공해주고, 에어컨을 틀어서 시원하기는 하다. 보기에만 좋아 보이는 클래식 택시는 에어컨이 당연히 안 돼서 창문을 열고 가야 하고, 의자는 못이나 튀어나오지 않으면 다행이다. 물론 시간이 절약되고, 원하는 곳에서 멈춰 쉬었다 갈 수도 있다는 장점이 택시다. 이번 선택이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 해주는 것은 산을 넘기 때문이다. 산 위에서 맘껏 보고 싶다면, 택시를 타야 한다. 우리는 산 정상에서 멈춰 달라고 했다. 그도 당연히 멈춰줬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도 지나친다면, 여행하는 의미가 없다. 제일 먼저 내려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저 멀리까지 보이는 탁 트인 시야다. 굽이굽이 산봉우리가 산세를 만들어주고, 그에 대적하듯이 푸름을 뽐내는 하늘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또 시원한 바람은 달콤한 맛을 더해준다. 그리고 말을 시켜주는 사람이 어디선가 불쑥 튀어나왔다. 이 산 정상에는 우리가 타고 온 택시밖에 없었는데, 저사람은 어떻게 이곳에 왔는지 궁금증을 자극해주는 사람이 말을 건네왔다. 알고 보니, 산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고 우리 같은 여행자에게 뭐라도 팔기 위해서 이 정상까지 올라온 것이다. 그래도 상당한 거리를 걸어왔을 것이고, 우리 같은 여행자가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일인데, 언제나 이곳까지 오는 것이다. 산속 마을이라서 여행자에게 팔 만한 물건조차 없기 때문에 여행을 하면서 먹을 수 있는 요기 거리를 팔았다. 직접 만들어서 이곳까지 올라와서 파는 것이다. 그것은 대나무 잎처럼 생긴 긴 초록색 잎으로 짐보따리 싸듯이 잘 싸인 형태다. 차곡차곡 싸인 잎을 풀어보면, 흡사 주먹밥처럼 만들어진 음식이 담겨있다. 우리 입맛에는 맞지 않았지만, 택시 운전사는 그것을 맛있게 먹었다. 
산티아고는 언덕 위까지 집을 지었기 때문에 옥상에 올라서 보면 바다가 보인다.

바라코아까지 가는 길이 워낙 험한 산길이지만, 쉬었다 가면서 경치도 감상하고 밥도 먹고 하니 금세 시간이 지나갔다. 밥을 먹으러 간 식당은 서부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곳이었지만, 뜻밖에 맛있었다. 메뉴라고는 하나밖에 없어서 고를 필요도 없이 밥이 나왔다. 밥을 먹는 식탁 아래로는 고양이와 닭이 경쟁하고 있었다. 고양이에게 밥을 나눠줬더니, 닭 무리가 몰려들어서 뺏어 먹고 있었다. 이곳에서 밥을 먹고 나오는데, 이 작은 마을 전체가 서부 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곳이다. 우리는 흙먼지 바람을 일으키면서 다시 출발했다.
산티아고는 언덕 위까지 집을 지었기 때문에 옥상에 올라서 보면 바다가 보인다.

바라코아를 가는 길에 ‘관타나모’를 지나간다. 관타나모에서 바다 방향으로 가는 곳에서 만난 표지판에서 이곳이 다른 이유를 만나게 된다. 미국 해군기지가 아직도 존재하고 있고, 그곳으로는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미국 땅이 쿠바 안에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상한 점이다. 스페인과 미국이 벌인 전쟁에서 미국이 승리하면서 쿠바를 미국이 점령했던 시기에 세운 해군 기지는 그 후에도 땅을 임대한다는 일방적인 조약으로 미국이 아직도 미국 땅이라고 선을 그어 놓은 상태다. 카스트로가 철수하라고 요구했지만, 미국은 아직도 점령하고 있다. 언론에서 미국이 이곳에 인권이 말살된 수용소가 있다고 보도한 적이 있었다. 실제 수용소에서 벌어진 일들이 보도됐고, 최근에 철거했다고 한다. 아무도 들여보내 주지 않는 쿠바 땅 안에 있는 미국땅이다.

바라코아로 향하는 길은 절대 지루하지 않는 여행길이었다.

여행작가 grimi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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