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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마차 타고 바닷가 끝까지… ‘낭만’을 달리다

관련이슈 강주미 세 자매의 께딸, 쿠바!

입력 : 2016-01-22 10:00:00 수정 : 2016-01-22 10:4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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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미 세 자매의 께딸, 쿠바! <18>'쉼' 주는 작은 바닷가 마을  
멈춰선 마차를 무작정 타고 바닷가를 달렸다.
해안길 걷다 관광마차 타고 시원한 바람과 함께 달려 이곳에 온 목적은 또 다른 여행 위해 잠시 ‘쉼표’를 찍는 것. 리조트 예약 후 의사가 차편 마련해줘. 쿠바선 의사도 다른 직업과 다름없이 ‘투잡스’ ‘쓰리잡스’로 생계 이어가

쿠바 ‘바라코아(Baracoa)’는 스페인 침략 당시 제일 먼저 개발한 도시다. 스페인에서 몇 번에 걸쳐 배가 사람을 태우고 들어와서 내린 곳이 바로 바라코아다. 자연스럽게 그곳은 정착지가 됐고 수도가 됐다. 하지만 지금은 관타나모주에 속한 작은 바닷가 마을로 우리 같은 여행자가 가끔 가는 곳으로 변했다.

선명한 색깔을 뽐내는 바라코아 바닷가 풍경.
바라코아까지 가는 길이 쉽지 않아 관광객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리조트가 있다 보니 간간이 찾는 사람들이 있다. 쿠바 다른 바닷가를 생각하면 바라코아는 특별한 바닷가도 아니고, 깨끗한 바닷가도 아니다. ‘쿠바를 제대로 여행하겠노라’ 마음먹은 여행자들이 ‘산티아고에서 아쉬움에 끝까지 가보자’는 생각에 오게 되는 곳일 수 있다.

바라코아에 도착해서 숙소를 찾고, 나왔을 때부터 날씨가 변덕스러웠다. 덕분에 세차게 몰아치는 파도를 감상할 수 있었다. 항상 잔잔하고 평화롭던 쿠바 바다와는 사뭇 달랐다. 하얀 구름과 짙은 하늘, 짙은 바다는 선명하게 경계를 나누며 빛깔을 자랑했다가 해가 사라진 어두운 하늘에서는 검은 바다에 세찬 파도로 돌변했다.

변덕스러운 날씨 덕에 더 선명한 하늘.
수시로 변하는 날씨에 가끔은 비를 맞아도 좋았다. 하지만 이것이 오산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장대비가 내렸을 때다. 우산이 전혀 소용 없이 내려치는 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숙소로 돌아와 조용히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렸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 언제 그랬냐는 듯 비는 순식간에 멈추고 더워지기 시작하는 것이 바로 쿠바 날씨다. 이런 날씨 때문인지 사람들은 대부분 비를 맞는 일이 익숙해 보였다. 우산을 쓴 사람보다는 안 쓴 사람이 훨씬 많았다. 물론 우산을 써도 맞는 비라서 그럴 수도 있다.

마을 안에서는 자전거 택시를 타고 다닌다.
우리 셋이 바닷가를 걸을 때 마차가 지나갔다. 교통수단인 마차는 타고 가다가 원하는 곳에서 내리면 된다. 그리고 쿠바인들 교통수단인 만큼 매우 저렴하지만, 관광객으로 보이면 돈을 더 받을 수도 있다. 물어보지 말고 남들이 내는 만큼만 내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멈춰 선 마차를 탔다. 그것은 다리가 아파서도 아니고 더워서도 아니다. 그 순간에 마차가 멈춰 섰기 때문에 탔을 뿐이다. 갈 곳도 없었지만, 마차가 가는 곳까지 가보기로 했다. 마차는 마을 안까지 들어가지 않고, 바닷가 끝까지 가서 돌아오는 식이었다. 마치 관광 마차처럼 타고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과일과 채소를 파는 가게가 즐비하게 늘어선 골목길.
바라코아에서 꼭 해야 할 일이 다음 행선지에 대한 차편을 구하는 일이었다. 우리 목표는 차를 빌리는 일이었지만 쉽지 않았다. 큰 도시라면 쉽게 찾을 수 있으나, 작은 마을에서 렌터카 회사 찾기는 힘들었다. 호텔이나 쿠바 관광안내소에서 빌려야 하는데, 차가 없다고 해서 몇 군데를 돌아봤지만 결국엔 실패했다. 차선책은 택시를 구하는 일이다. 행선지가 멀어서 쉽지 않았다.

바라코아까지 오면서 세웠던 계획은 지쳤을 때 리조트에서 휴양을 즐기는 것이었다. 쿠바 북쪽 바닷가에는 휴양 리조트가 수없이 많아서 어디를 가야 할지 정하는 일도 고민이다. 쿠바 관광안내소에서 받은 사진과 정보를 보면서 골라야 했다. 만장일치로 찾아낸 곳은 ‘카요코코’라는 섬이다. 그곳으로 정한 이유는 이름이 귀여워서도 사진이 멋져서도 아니라 ‘아이들 출입금지’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카요코코 섬에 있는 리조트를 예약하고, 차를 섭외하기 위해서 돌아다녀야 했다. 마을 안에서는 자전거 택시인 ‘비시탁시’를 타고 움직였다. 비시탁시를 모는 사람이 친절하게 아는 곳을 다 돌아다녀 줬다.

낮은 건물이 있는 광장.
차를 섭외해 줄 사람을 소개받았다. 그는 의사라고 했는데, 공원에서 빈둥대던 사람과 다를 바 없었다. 어쩌면 우리 시각이 고정관념에 사로잡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쿠바에서 의사는 다른 직업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의사도 다른 직업 하나쯤은 더 가져야만 생활을 할 수 있다. 그는 의사라는 직업과 더불어 옷을 판매하고 있었다. 옷 공장이 거의 없기 때문에 쿠바에서 옷은 외국에서 수입해서 판매하기도 한다. 그는 멕시코에서 옷을 수입해서 판매한다고 했다. 그의 집에 가서 친구를 소개받아 차를 구했다. 그리고 그는 옷을 수입해야 하므로 달러가 필요했다. 그에게 달러 환전까지 했다. 우리는 캐나다 달러와 미국 달러를 가지고 있었다.

캐나다 달러는 환율이 떨어져서 그 당시에는 은행에서 바꾸기 아까웠고, 미국 달러는 변동이 없지만 수수료가 상당했다. 다른 도시에서 시작된 개인 거래가 여기서는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바꾼 돈이 의심스럽다면 돈을 가지고 은행 등에 가서 위폐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하면 된다. 그래도 합법적인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경찰에게도 물어봤으나 괜찮다고 했다. 어쩌면 우리가 외국인이어서 괜찮다고 했을 수도 있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은행에서 환전하는 것이다.

리조트를 예약하고 가는 차편까지 마련했으니 출발하는 날짜까지는 바라코아를 즐기기로 했다. 바라코아 중심 광장에는 작은 교회와 공원이 있다. 다른 도시와 바라코아 광장이 다른 점이라면, 처음 세워진 도시답게 소박하다는 것이다. 1층짜리 작은 건물들이 줄지어 있어서 하늘이 잘 보이는 장점이 있다. 광장이 마치 영화세트장을 만들어 놓은 것처럼 꾸며져 있다. 광장에 앉아서 쉬고 있는데, 익숙한 얼굴이 지나갔다. 산티아고에서 만났던 아르메니아 친구를 다시 만났다. 역시 작은 바라코아에서 충분히 예상한 일이었다. 아늑한 바라코아 광장에서 본 해는 뉘엿뉘엿 기울어지고 있었다. 마지막 바라코아 밤도 이렇게 저물어갔다.

여행작가 grimi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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