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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경찰관, 12년 만에 순직 인정받아

입력 : 2016-02-10 11:13:54 수정 : 2016-02-10 11:2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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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자살한 경찰관이 12년 만에 순직을 인정 받았다.

경기도 파주경찰서 경비교통과장이었던 A씨는 가족과 떨어져 홀로 지내던 경찰서 내 10평 남짓 숙직실에서 2004년 7월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2003년 4월 경정으로 승진한 후 첫 부임지였던 파주서에 경비교통과장으로 오게 됐다. 당시 미군 장갑차에 한국 여중생이 깔려 숨진 사건으로 미군 시설이 모인 파주는 각종 시위로 경비 업무가 급증한 상황이었고, 한총련의 경기도 미군 훈련장 점거로 당시 행정자치부 장관이 사임하는 일이 벌어지자 업무 강도는 더 세졌다.

A씨는 약 1년여가량 경찰서에서 숙식하며 연인원 8만명을 동원한 500여 건의 미군 경비 작전을 모두 책임졌다. 상급기관 공문과 지시는 끊임없이 하달됐다. 당시 파주는 수해 복구공사, 신도시 개발, LG필립스 LCD 단지 건설로 교통량이 증가해 교통사고가 연이어 터졌다. 2004년 1∼5월 교통 사망사고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2.3% 늘었다.

경비교통과장인 A씨는 모든 업무가 몰리자 괴로워했다. 말수가 적어지고 불면증, 대인기피증까지 겪었다. 근무일지에도 고통을 토로했지만, 경찰 생활에 오점이 될까 두려워 제대로 된 정신과 치료도 받지 못했다.

A씨는 내과 진단서로 병가를 내려다 실패했고, 보직 이동조차 거부당했다. 그러던 중 2004년 6월 파주 홍원연수원에서 무박 2일로 열린 남북 장성급 실무회담 경비업무를 마치고 며칠 뒤 숙직실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2006년 유족은 국가유공자 유족 등록신청을 했다. 그러나 당국은 A씨가 자살했다는 점을 이유로 순직 처리를 거부했다. 2013년에도 "A씨의 죽음은 업무와 무관하다"며 국가유공자 등록을 재차 거절했다.

이에 유족은 소송을 냈고, 서울행정법원 행정4단독 김수연 판사는 A씨의 부인이 서울북부보훈지청장을 상대로 "순직을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부인의 손을 들어줬다. 

김 판사는 "근무환경, 업무내용, 근무일지상의 기록에 비춰볼 때 A씨가 업무로 우울증이 악화된 상황에서 자살한 것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뉴스팀 new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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