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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참전 사진작가, 연평도 상흔 담은 개인전 열어

입력 : 2016-04-04 21:55:51 수정 : 2016-04-04 21:5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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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의지 깨우쳐
베트남 전쟁에 군인신분으로 참전한 사진작가가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위협에 굴하지 말고 평화를 지키자”며 연평도 상흔을 담은 사진전을 열어 화제다.

주제는 ‘Peace Without War 전쟁 없는 평화’.

계원예술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예술사진을 가르치고 있는 마틴 리(본명 이용하) 교수 겸 사진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마틴 리 작가는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포토 갤러리 A-One'에서 연평도 상흔을 고스란히 담은 28점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기간은 지난 3월25일부터 오는 17일 까지다.

마틴 리 작가가 북한의 연평도 포격장면을 담은 사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북한의 포격으로 녹아내린 연평도 주택
정부기관이 주최하는 것도 아니고, 또 정부의 도움 없이 오직 연평도 상흔을 담은 개인전을 열기는 마틴 리 교수가 처음이다.

기자가 4일 찾은 갤러리 A-One은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관양로 131에 위치한 곳으로 벚꽃이 만발한 안양천변에 있었다.

갤러리 입구에 태극기가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이 퍽 인상적이었다.

갤러리는 다소 높은 1층짜리 오피스텔 공간을 2층으로 나누어 사용했다.

마틴 리 작가는 연평도 포격 도발 2개월 후인 2011년 1월, 영국 BBC 방송기자와 혹한의 추위 속에 피격현장을 찾아 상처의 흔적을 낱낱이 렌즈에 담았다.

사진 속 연평도는 전쟁을 방불케 하는 처참한 모습 그 대로였다. 연평도 시장골목 사진은 대부분 무너지고 시꺼먼 재에 거을려 아름다운 연평도의 옛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도로 옆 안전시설인 담벽은 포탄에 맞아 철근을 드러낸 채 구멍이 뻥 뚫려 있고, 포탄 파편이 지붕을 뚫고 안방으로 날아든 장면은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들 정도로 아찔했다. 잿더미로 변한 집, 타다만 십자가 등 섬 전체가 폐허로 변해버린 참혹한 현실을 고스란히 담은 사진을 관람하는 내내 메케한 냄새가 나는 듯 했다.

기자는 마틴 리 작가와의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설암’으로 항암치료중이다. 혀를 이식해 기자는 그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했다. 그는 연평도를 소재로 긴급 사진전을 갖게 된 이유에 대해 밝혔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위협이 극에 달하고 있는 요즘이다. 휴전 이래 냉전의 기류가 그 어느 때 보다도 심각한 현실이다. 국가안보는 우리와 미래세대가 안전하게 살아가는 최소한의 조건이자 장치다. 국제질서에서 힘없는 안보는 공허하고 평화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켜가는 것이다. 세계유일 분단국임에도 전쟁은 마치 다른 나라의 얘기로만 생각하고 평화롭게 지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안일함에 경각심이 되었으면 한다.”

마틴 리 작가는 1972년 1월 군인신분으로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다.

그가 사진기를 잡은 것도 베트남 전쟁 참전 전우들 때문이다. 그는 “목숨을 걸고 우방을 돕기 위해 참전한 전우들이 살아 돌아와서는 고엽제 병마에 가산을 탕진하고, 가정이 해체되고, 2- 3세대로 유전되는 뼈아픈 현실을 보면서 베트남 참전 막내인 내가 나서지 않으면 영원히 잊힐 것 같은 두려움에서 카메라를 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잘나가던 무역업을 접고, 56세라는 늦깎이로 계원예술대학교 사진예술학과와 일본 구주산업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식 사진공부에 열중했다.

그의 사진은 철저히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발로 뛴 ‘다큐멘터리’를 지향한다. 사실만큼 정의를 드러내는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일본에서 사진공부를 하던 중 2011년 일본의 동북부 지역에서 쓰나미가 발생하자 그는 두 달 뒤 두 차례에 걸쳐 열흘 동안 자동차가 갈 수 없는 곳까지 걸어 들어가서 사진에 담았다.

그는 또 서울보훈병원과 베트남 등지를 방문, 고엽제 환자와 가족들을 만나 ‘지울수 없는 상처’라는 책을 펴내고 한국과 독일, 일본, 미국 등지에서 ‘3rd Generation(제3세대)’라는 주제아래 고엽제의 참상을 고발하는 사진전을 열었다.

일반적으로 고엽제란 고엽제에 함유된 엄청나게 독성이 강한 디이옥신이란 물질이 인체에 흡수되면 10~20년의 잠복기를 거쳐 암과 신경계 손상, 기형유발, 독성유전 등 각종 후유증을 일으킨다.

기자는 마틴 리 작가가 앓고 있는 ‘설암’도 혹시 고엽제 후유증이 아닌가하고 물었다. 그는 “그럴 수도 있겠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리고 재차 물었다. “말도 잘 할 수 없을 만큼 암 투병으로 힘겨운데 아무리 북한 측에서 미사일 위협이 있더라도 굳이 지금이어야 했는가?”

그는 “내가 국가와 국민 앞에 지금 할 수 있는 게 바로 이것이기 때문이다.”라는 짧은 대답을 한 뒤 서둘러 진료하러 보훈병원을 향해 길을 나섰다.

안양=이돈성 기자 sport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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