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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희대의 사기극’에 놀아났나

입력 : 2016-04-27 20:48:39 수정 : 2016-04-28 01:4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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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 리 귀화 서류 위·변조 수사… 농구계 거센 후폭풍 검찰이 여자프로농구 첼시 리(27·부천 KEB하나은행)의 특별귀화 관련 서류 위·변조 여부를 수사하면서 농구계가 거센 후폭풍에 휘말렸다. 우선 첼시 리가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져 여자농구 대표팀의 리우행에 적신호가 켜졌다. 또 서류가 위·변조된 것으로 밝혀질 경우 사실상 용병이 2명이나 뛴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지난 시즌 2위까지 오른 KEB하나은행의 성적과 첼시 리의 각종 수상내역도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 조부모가 한국인일 경우 해외동포 선수 자격을 인정해 한국 선수로 뛰게 한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의 규정도 손질이 불가피해졌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는 최근 대한민국농구협회가 첼시 리 특별귀화를 위해 제출한 문서의 위조 가능성이 의심된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애초 대한체육회의 추천을 받은 첼시 리는 법무부 국적심의위원회를 통과하면 특별귀화로 한국 국적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법무부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국적심의위는 당분간 열리지 않는다. 검찰 수사가 끝난 뒤에 열릴 수 있지만 수사가 언제 종결될지 알 수 없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쪽은 여자농구 대표팀이다. 위성우 대표팀 감독은 “첼시 리가 심의를 통과해 국적을 취득할 줄 알았는데 난감하다”며 “현재 뽑은 12명으로 대회를 준비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대표팀은 현재 진천선수촌에서 리우올림픽 최종예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표팀은 6월 프랑스 낭트에서 열리는 리우올림픽 최종예선에서 5위 안에 들어야 리우행 티켓을 거머쥔다. 키 189㎝의 첼시 리가 특별귀화한 뒤 합류하면 골밑이 취약한 대표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수사가 언제 결론이 날지 몰라 위 감독으로서는 첼시 리 합류를 마냥 기다릴 수 없다. 위 감독은 “첼시 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훈련하겠다. 지난해 중국 우한 아시아선수권 멤버 중심으로 가겠다”며 “에이스 김정은(KEB하나은행)이 수술로 대표팀에서 제외돼 걱정이지만 죽기 살기로 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첼시 리가 제출한 서류의 조작이 사실로 드러나면 사태는 더 심각해진다. 농구계가 서류를 조작한 에이전트와 외국인 선수에게 놀아난 꼴이고 한 시즌이 ‘희대의 사기극’으로 무너지기 때문이다. KEB하나은행은 2012년 창단 이래 5∼6위에서 맴돌던 하위권 팀이었다. 조모가 한국인으로 알려져 해외동포 선수 자격으로 입단한 첼시 리 덕분에 외국인이 2명 뛰는 효과를 본 KEB하나은행은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라 준우승을 차지했다. 국내 선수와 동등한 대우로 긴 출전 시간을 보장 받은 첼시 리는 신인왕, 득점상 등 6관왕에 올랐다. 첼시 리가 받고 있는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선수와 팀이 세운 기록은 모두 무효가 될 수 있다.

WKBL도 이번 사태에 대한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WKBL은 그동안 다른 해외동포 선수들에게는 가족관계증명서를 받았다. 하지만, 첼시 리는 생부모가 사망했다는 이유로 해당 서류를 받지 않고 첼시 리의 여권 사본과 출생증명서 등만 받아 시즌 전부터 논란을 야기했다. WKBL 관계자는 “지난해 국적 논란이 있었을 때 국제 서류를 공증하는 아포스티유 검증을 받았고, 법무법인의 소견까지 확인해 문제가 없다”며 “수사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입장을 표했다. 아포스티유는 문서를 발급한 정부가 해당 문서가 ‘진짜’라는 사실을 인정해 주는 일종의 공증이다. 그러나 공증을 받았다고 해서 출생 관련 내용들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형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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