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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해치고 개인 욕망까지 조종… 마트의 해악 해부

입력 : 2016-04-29 20:29:50 수정 : 2016-04-29 20:2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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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철 지음/위즈덤하우스/1만5000원
마트가 우리에게서 빼앗은 것들/신승철 지음/위즈덤하우스/1만5000원


아빠는 아이를 태운 카트를 밀고, 엄마는 장을 본다. 한끼 정도는 간단하게 해결할 수도 있다. 일주일 동안 필요한 물건을 미리 사 쟁여두면 뿌듯하기도 하다. 마트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한국 사회의 풍경 중 하나다. 물론 ‘마트 유람’을 싫어하는 이들도 있다. 특히 아내의 손에 이끌려 나오긴 해도 잔뜩 골이 난 채 혼자 앉아 있는 남편들이 있다. 저자도 그런 남자 중 하나였다. “마트에 갈 때마다 힘이 빠지고 화가 나는 이유가 무엇일까” 스스로 궁금했던 모양이다. 그 이유에 대한 대답이 이 책이다.
동네 골목 구석구석까지 침투한 마트에 대한 비판이 새로울 건 없지만 “마트는 사회와 공동체의 해롭고 암적인 존재”라는 저자의 결론은 사뭇 충격적이다. 저자는 “마트에서 물건을 사는 것은…사람들을 외롭고 고립되게 만든다.…마트가 생겼다는 것은 서민들의 삶이 강퍅해지고 어려워진다는 말과 같다”고 주장한다.

마트에서 손쉽게 완성되는 소비 만능주의는 저자의 논거 중 하나다.

삶을 변화시키는 노력을 과도한 소비로 대체하려는 사람들에게 마트는 천국이나 다름없다. 삶의 변화란 공동체, 사회와 맺은 관계의 변화 속에서 가능한 일인데 철저히 개인주의적으로 살아가려는 사람들은 마트에서의 소비에 골몰한다. “소비주의는 관계의 소원함을 진정시켜주는 안정제나 마약과 같은 것”이라고 저자는 비판한다. 또 이런 소비는 본인의 주체적인 결정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미디어, 인터넷 등에서 접한 메시지에 따라 “스스로 필요하다고 착각한” 것이 대부분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유명한 명제는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로 바뀌어야 할지 모른다.

마트에서의 소비를 촉진시키는 기제 중의 하나가 “마트는 싸다”라는 인식이다. 저자는 마트의 싼 가격이 서민의 가난을 조장한다고 주장한다. 마트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의 상당수가 납품단가 인하 요구나 추가 비용 부담 요구를 받은 적이 있다는 설문 결과를 제시하며 “마트에서 싸다라는 인식은…서민경제의 하나의 축인 중소기업이 희생한 대가로 만들어진 환상의 구조물”이라며 “마트가 싸게 팔면 팔수록 서민은 더 가난해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강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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