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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영화인사이드] 극장가 춘궁기 넘치는 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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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4-29 19:02:06 수정 : 2016-04-29 19: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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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곡식은 다 떨어지고 보리는 여물지 않아 가난했던 시절, 새봄이면 어김없이 혹독한 보릿고개가 찾아왔다. 굶주릴 수밖에 없었던 이 시기를 춘궁기라 불렀는데 국내 극장가가 딱 그짝이다.

지난해부터 극장가에는 수년 전 상영된 영화들의 재개봉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대부분이 외국 다양성 예술영화들이다. ‘이터널 선샤인’이 큰 인기를 얻자 이번에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 ‘인생은 아름다워’, ‘냉정과 열정 사이’ 등이 개봉되고 있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재개봉 영화가 우리 극장가를 점령한 이유는 먼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좋은 영화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300만명의 관객을 넘긴 ‘검사외전’, ‘귀향’을 제외하면 흥행몰이에 성공한 한국영화는 없다. 할리우드 영화도 다르지 않았다. ‘주토피아’, ‘쿵푸팬더3’, ‘데드풀’이 300만 관객을 넘기며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을 뿐, ‘배트맨 대 슈퍼맨’, ‘갓 오브 이집트’ 등 블록버스터 영화들도 맥을 못 췄다. 개봉 편수는 예년에 비해 증가했는데 극장에는 볼 만한 영화가 없다. 봄철 극장가를 비수기라고 말하지만 올해는 어느 때보다 극심하다.

경기침체 탓에 영화 제작사들이 대작 영화만 만들어내는 것도 원인이다. 제한된 제작비 때문에 메이저 제작사들은 규모가 큰 몇몇 영화 제작에만 집중한다. 이러다 보니 중소 규모 영화 제작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명절과 휴가철 같은 극장 성수기 시즌을 겨냥한 제작비 100억원 규모의 대작이 주로 만들어진다. 특히 중소 규모 영화들의 투자 수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경우, 대작 영화에 대한 투자는 더욱 늘어난다. 해외배급사 역시 극장 성수기만을 노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로 승부를 걸고 있다. 영화산업이 한철 장사로 전락하면서 극장 성수기 시즌만 되면 스크린독과점 문제가 매번 논란이 되는 것이다.

수입되는 신작 예술영화의 치솟는 가격도 문제다. 중소 규모 영화제작이 줄어들면서 비수기에 상영할 영화가 없어지자 다양성 예술영화의 수입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국내 수입사들의 경쟁 심화로 가격이 크게 높아져 상영이 만만치 않게 되었다. 대안으로 수년 전 판권을 확보한 수입사들의 다양성 예술영화가 재개봉되는 것이다.

재개봉 영화는 과거의 좋은 영화를 다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문제점 또한 많다. 국내 저예산, 독립영화를 상영해야 할 스크린에 재개봉 영화가 자리를 차지하면서 우리 영화가 설자리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5월은 연휴가 많은 달이다. 극장은 성수기에 들어간다. 이 시기를 겨냥해 대작영화 개봉이 줄을 서고 있다. 1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한국영화 ‘탐정 홍길동’과 ‘곡성’이 관객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로는 ‘캡틴 아메리카’와 ‘엑스맨’이 포진했다. 그러나 이 성수기가 지나면 우리 극장가는 다시 활기를 잃게 된다. 비수기는 물론 개봉된 대작들이 관객들의 외면을 받으면 그 자리를 재개봉 영화가 다시 메울 것이다.

우리 영화산업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중소 규모의 질 좋은 영화제작이 늘어나야 한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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