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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잃어버린 20년’ 탈출이냐 재진입이냐… 기로에 선 일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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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5-01 19:51:02 수정 : 2016-05-01 19:5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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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내외 악재에 ‘아베노믹스’ 휘청/ 장기 디플레이션 우려감 다시 고조
일본은 끝내 ‘잃어버린 20년’을 끝내지 못할 것인가. 지난해에만 해도 장기 침체 국면에서 탈출하게 됐다는 평가를 받던 일본 경제가 올 들어 다시 흔들리고 있다. 엔화 강세(엔고)로 기업 실적이 악화하고 그에 따른 주가하락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들어 일본 기업의 회계 부정, 연비 조작 사건 등이 잇따라 터져나왔고 구마모토 강진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러다가는 다시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속 경기침체)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올해 들어 분위기 급변한 일본 경제


일본의 주가지수인 ‘닛케이225’는 지난해 12월30일 1만9033.71로 장을 마감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재집권한 직후인 2012년 마지막 거래일의 종가가 1만395.18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년 만에 2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아베정권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가 효과를 내기 시작한 신호탄으로 해석됐다. 일본 은행의 ‘돈 풀기’ 정책이 먹혀들면서 머지않아 디플레이션 탈출을 선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상황이 돌변했다. 외부 요인으로는 중국을 중심으로 신흥국들의 경기 침체가 가속화했다. 선진국들의 경기 회복도 예상보다 지체돼 일본 경제에 악영향을 미쳤다. 안전자산 선호 흐름이 강해지면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엔화 수요가 늘어 ‘엔고’(엔화 강세) 현상이 뚜렷해졌다. 엔고는 기업의 실적 악화로 이어지자 주가도 하락했다. 지난해 12월30일 1달러당 120.6엔이던 환율은 올해 4월28일 108.61엔이 됐다. 같은 시기 닛케이지수는 1만9033.71에서 1만6666.05로 떨어졌다. 시중에 막대한 돈을 풀어 엔화 약세(엔저)를 유도함으로써 수출 대기업의 실적을 개선하겠다는 아베노믹스의 기조가 무너진 것이다. 더구나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는 일본을 ‘환율 조작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했다. ‘엔저’를 원하는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움직임에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일본 내부 상황도 심상치 않다. 도시바가 회계 부정 문제로 큰 곤욕을 치른 데 이어 최근에는 미쓰비시 자동차가 연비 조작 문제로 도마에 올랐다. 미쓰비시차가 연비 조작을 인정한 차량 4종뿐만 아니라 다른 차종에서도 연비 조작이 이뤄진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달 14일과 16일 강진에 강타당한 뒤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구마모토의 피해도 막대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으로 구마모토현 내 매출 10억엔(약 102억원) 이상 주요 제조업체 46곳 가운데 공장을 가동하는 기업은 78%(36개)에 그쳤다. 이 가운데 지진 전 수준으로 정상 가동 중인 곳은 절반에 그쳤다. 나머지 10개사(22%)는 가동을 완전 정지한 상태였다.

도요타는 계열 부품사의 구마모토 공장이 지진으로 중단되면서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었다. 한때 26개 생산라인을 모두 정지했다가 단계적으로 생산을 재개하고 있다. 미쓰비시전기는 오는 20일에나 구마모토현 액정부품공장의 가동이 일부 재개된다. 소니의 디지털카메라용 이미지센서 등을 생산하는 구마모토 공장은 재가동 시기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정치 리스크도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아베정권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비준안은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국회 논의 자체가 보류됐다. 농촌 표심을 의식한 여·야 의원들의 소극적 태도 탓이다. 아베정권은 44조원 규모의 호주 잠수함 수주를 따내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으나 최근 프랑스에 쓴 잔을 마셨다.

◆추가 금융완화 보류한 일본은행


최근 상황을 반영하듯 지난 3월 일본의 여러 경제지표는 좋지 않았다. 불확실한 미래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물가와 실질 소비자 지출이 전년 동월 대비 각각 -5.3%, -0.3%를 기록했다. 백화점(-2.9%) , 슈퍼마켓(-0.3%), 편의점(-0.1%) 등 소매업의 판매도 뒷걸음질쳤다.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연 0.35% 증가했지만 윤년이라 날짜가 하루 더 많은 효과를 제거하면 마이너스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올해 2분기 GDP 성장률 예측치는 -0.08%다. 가격 인상에 나섰던 외식과 최신 유행 저가 의류 등은 부진에 빠졌다. 이들 업계가 가격 인하와 할인상품 재투입에 나서면서 디플레이션 재진입이 우려된다고 산케이신문은 전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추가 금융완화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일본은행은 지난달 28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0.1%인 기준금리를 그대로 유지하고, 국채 매입 규모도 늘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일본은행의 발표 후 시장의 실망감이 표출되면서 주가는 전날보다 3.61%(624.44) 떨어졌고, 달러당 엔화 환율은 2.32%(2.58엔) 하락(엔화 강세)했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는 추가 금융완화에 나서지 않은 이유로 지난 2월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의 정책효과를 좀 더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너스 금리가 투자 및 대출로 이어지기까지 6개월 정도 걸린다는 의견이 있는 만큼 좀 더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산케이신문은 일본은행이 추가 금융완화에 나서지 않는 이유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아 국채 매입을 늘리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점 △소비세율 인상 판단과 재정 투입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점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엔저’ 유도 정책이 비판을 받은 점 등을 거론했다.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한 금융완화는 ‘장기전’에 돌입했다는 견해도 나온다. 구로다 총재는 “금융정책에 한계는 없다”며 “필요하다면 주저하지 않고 추가 완화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은행은 물가상승률 2% 달성 목표 시기를 ‘2017년 전반’에서 ‘2017년 도중’으로 늦췄다. 양적완화에 나선 2013년 4월 목표 달성 시기를 ‘2년 정도’라고 했으나 2015년 4월에는 ‘2016년 전반’, 그해 10월에는 ‘2016년 후반’, 올해 1월에는 ‘2017년 전반’, 그리고 이번에 또 연기한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일본은행 “2017년도 초까지 에너지가격 하락이 물가인상에 마이너스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경제가 급속히 호전되지 않는 한 일본 경제는 한동안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도쿄=우상규 특파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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