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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해요' 한국인에 맞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선별 도구 나와

입력 : 2016-05-02 15:41:18 수정 : 2016-05-02 15:4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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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40대 남성 A씨는 최근 우울감이 심해지는 것 같아 병원에 방문했다. 일반적인 우울증 정도라고 생각했던 A씨는 검사 결과를 보고 놀랐다. 심각한 수준의 외상후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은 것. 담당 의사와 상담한 결과 2년 전 친하게 지냈던 직장 동료의 자살 이후 우울증이 시작됐다는 말을 듣게 됐다. 자살 현장 목격 이후 ‘내가 조금만 신경을 써줬더라면 죽지 않았을텐데’ 라는 죄책감과 우울감이 시작됐던 것이다.

#2. 20대 후반 주부 B(여)씨는 자녀들에게 마구 화를 내거나 때리기까지 하는 자기자신이 너무 밉다. ‘이러지 말아야지’해도 잠시뿐, 아이들이 말을 안듣거나 떠들면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분노까지 치밀어 오른다. B씨의 담당의사는 B씨가 어린시절 아버지의 폭력을 목격한 경험이 있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결혼 후에는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과 걱정이 심해져 조금이라도 자녀가 짜증을 부리거나 기대에 못 미치면 화가 나견디기 힘들었다. 담당의사는 B씨에게 복합성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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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들은 쉽게 심한 공포감을 느끼고, 이로 인한 신체적, 심리적 고통을 호소한다. 심하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한국에서도 세월호 사건 등 각종 대형 재난사고 이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한국인에 맞는 선별도구가 따로 없어 객관적인 결과를 얻기 힘들었다. 하지만 최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여부를 한국인에게 맞게 선별할 수 있는 도구가 개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대호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정신질환 선별검사 90문항 중 한국 사람에게 맞는 28개 항목만을 뽑은 측정 도구를 개발했다고 2일 밝혔다. 연구팀은 해당 선별검사로 한양대병원에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최근 2년간 통원치료 중인 환자 104명을 4주 간격으로 측정한 결과 정확성과 신뢰성을 확인했다.

기존 선별검사 도구는 중복 질문이 많고, 환자에게 사고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질문으로 고통을 가중하는 측면이 있어 한국인을 대상으로 했을 때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김 교수는 “한국형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선별도구 이런 단점을 보완해 관련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에 대한 정확하고 빠른 진단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항목으로는 △쓸데없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몸이나 마음이 떨린다 △사람들이란 믿을 것이 못 된다고 생각한다 △별 이유없이 깜짝 놀란다 등이 있다. 환자는 해당 문항별로 ‘아주 심하다’부터 ‘전혀 없다’까지 5개의 답변 중 하나를 고르면 된다.

이번 연구는 대한의과학회지(JKMS) 5월호에 게재됐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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