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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맞대는 정부·한은 ‘자본확충’ 묘수 짜낼까

입력 : 2016-05-03 20:39:48 수정 : 2016-05-03 22:5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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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기관 TF 오늘 첫 회의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국책은행 자본확충 협의체’(TF)가 4일 출범과 함께 첫 논의에 들어간다. 이 자리에서 정부와 한은은 기업 구조조정에 대비한 국책은행 자본확충 규모와 실행 방안을 두고 머리를 맞댄다. 재정과 중앙은행의 정책수단을 포괄해 적절한 조합을 강구한다는 원칙에 따라 ‘한국판 양적완화’의 묘안을 짜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시장에서는 자본확충에 적어도 4조∼5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하고, 한은의 발권력에 상대적으로 더 의존한 정책조합을 낳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두번째 줄 오른쪽 두번째)이 2일(현지시간) 독일 메세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제49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참석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첫번째줄 왼쪽 두번째)를 비롯한 각국 대표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유일호 부총리 “국민적 공감대 무슨 말인지…”

정부는 TF 회의를 앞두고 연일 한은을 압박하며 기선 제압에 나선 모양새다. 이번에는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도중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유 부총리는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해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전제로 ‘사회적 합의’나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는 질문이 나오자 “국민적 공감대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민적 합의를 내세워 발권력 동원에 머뭇거리는 한은에 불쾌감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국책은행 지원은 재정의 역할’이라는 종전 한은의 주장도 반박했다. “경제정책은 환경에 따라 변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우선순위가 바뀔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 구조조정이 시급한데도 한은이 지나치게 원칙에 매달리고 있다는 게 유 부총리의 시각이다. 그는 한은의 산업은행 출자를 위한 산업은행법 개정에 대해서도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고 답했다. TF 활동과 관련해서는 “너무 급하게 보지 말아야 한다”며 “(먼저) 시한을 정한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용선료 협상 결과를 봐야 하는 만큼 지금 단계에서 ‘필요한 재원은 얼마다’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국책은행 자본확충 규모 최소 4조∼5조원 추정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이 주재하는 이번 TF에서는 산은보다 자본확충이 급하고, 법 개정 없이도 한은이 증자에 나설 수 있는 수출입은행부터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수은은 자본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지난 3월 말 현재 9.8%로 작년 말 10.1%보다 악화했다. 보통 BIS 비율은 10% 이상이어야 자금조달에 불이익이 없다. 이에 비해 산은은 14.3%로 우량한 편이다. 산은이 수은에 50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들 국책은행의 자본 건전성이 해운업종의 구조조정을 소화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조선업 등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확대하면서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 BIS 비율이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선제적인 자본 보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번 TF에서 구조조정 시나리오가 노출되면 대상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회의 시간과 장소, 참석자 등과 관련한 내용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자본확충 규모를 두고 다양한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3일 “특수은행이 대우조선해양과 한진중공업, 현대상선, 한진해운, 창명해운 5개 조선·해운사에 빌려준 자금을 부실대출로 분류하면 추가로 쌓아야 할 충당금 규모는 2조5000억∼6조60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특수은행에서 산은과 수은의 부실채권 비중을 고려하면 보수적으로 잡더라도 산은은 5000억∼1조원, 수은은 1조5000억∼3조원을 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진행하려면 충당금 적립규모만큼 자본을 확충해줘야 한다. 게다가 앞으로 구조조정 강도가 더해져 부실채권 부담이 커져 그만큼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국책은행에 최소 4조원 이상 확충해줘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는 수은 3조2000억원, 산은 2조6000억원 등 5조8000억원 규모로 추정했다.

한편 시중은행장들은 지난달 25일 이주열 한은 총재와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지급준비율(지준율)을 내려달라고 건의했다.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자금 사정이 어려워질 것에 대비해 한은에 예치해야 하는 지준금 부담을 덜어달라는 취지다. 한은 관계자는 “검토는 해보겠지만 조만간 결론을 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황계식 기자, 세종=이천종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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