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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오갤러리 천안, 박영숙 개인전 ‘미친년·발화하다’

입력 : 2016-05-17 16:49:07 수정 : 2016-05-17 16:4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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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숙 Park Youngsook, Mad Women's #1, c-print, 150x120cm, 1999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에서 7월 24일까지 사진작가 박영숙의 ‘미친년·발화하다’ 개인전이 열린다.

한국 페미니즘 사진의 대모로서의 명성을 지닌 박영숙(75)의 개인전은 오랜 침묵을 깨고 2009년 이후 7년만에 개최되는 작가의 대규모 회고전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작품세계의 진면목을 보다 내밀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초기작 ‘36명의 포트레이트’부터 대표작 ‘미친년프로젝트’까지를 망라한 작품 80여 점으로 채워진다.

1세대 페미니즘 사진작가로 한국미술계에 자리매김 해 온 박영숙은 사진과 여성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를 가지고 사진작업을 해왔다. 박영숙이 1999년부터 시작한 대표작 미친년프로젝트 시리즈는 일차적으로 페미니즘 관점에서의 한국 여성의 현실에 대한 발언이다. 일상의 차원에서 오늘날 여성과 관련된 주요 이슈인 ‘여성혐오증’, ‘성불평등’과 ‘안티 페미니스트’와 같은 한국 가부장적 사회 구조의 모순을 드러내고, 비판적이고 냉철한 시선으로 여성에게 입혀진 개념들을 깊게 읽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박영숙 Park Youngsook, Feminist in Tokyo #5, c-print, 120x120cm, 2004
박영숙은 미친년프로젝트를 통해 가부장적인 사회구조가 생산해내는 개념들을 전복시키며 고정된 성 역할에 도전해왔다. 작가는 ‘미친년’이라는 단어를 온순한 여성상이라는 한국식 성 역할 고정관념에서 일탈한 여성을 일컫는 용어로 지칭하면서, 가부장적 권력의 젠더 구조에 저항한다. 또한 박영숙 특유의 ‘몸 언어의 시각화’는 여성의 성 역할과 성 정체성에 대한 페미니스트로서의 실천적인 노력의 일환이었으며, 이는 이론적으로는 페미니즘 담론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전시제목인미친년·발화하다는 박영숙의 미친년프로젝트 속의 ‘미친년’이 사회담론장의 전면에 다시 등장하는 것을 상징한다. 이 발화 (發話, utterance)는 언어를 음성으로 표현하는 것을 의미하면서, 동시에 인식이 표출, 출현하는 작용이자, 자기의 인식을 확인하고 수행하는 발화다.

이번 전시는 미친년프로젝트(1999-2005) 시리즈를 집약적으로 보여줌과 동시에, 초기작 36인의 포트레이트(1981), 우리 봇물을 트자(1988)에서부터 화폐 개혁 프로젝트(2003)와 헤이리 여신 우마드 (WOMAD)-21세기 여신들(2004)까지 작가의 전작을 총망라해서 보여줌으로써, 한국 현대사진과 페미니즘 미술에 대한 재인식적 계기를 마련한다.오랜 침묵을 깬 박영숙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재개하는 계기로 마련된 본 전시는 박영숙 작품 전반을 되짚어보는 계기가 될 뿐 아니라 그녀가 남긴 한국 페미니즘 미술의 주요 족적을 함께 조망해 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별히 작품의 구상에서부터 작가의 제작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상이 상영되고. 1981년에 공간사랑갤러리(現 아라리오뮤지엄)에서 처음으로 전시되었던 36인의 포트레이트 시리즈가 젤라틴 실버프린트 작업으로 전시 될 예정이다. 20여 점이 한꺼번에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와 더불어 5월 27일 금요일 오후 5시부터는 한국 페미니즘 미술의 담론을 살펴볼 수 있는 ‘언니들의 수다’가 열린다. 본 토크에는 김홍희(서울시립미술관장), 김현주(추계예대 교수), 이혜경(서울국제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김은실(이화여자대학교 한국여성연구원 원장)등 한국 여성 문화·예술·학계 주축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천안=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

작가 박영숙은?

1941년 천안에서 태어난 박영숙은 숙명여대 사학과와 산업대학원 사진디자인학과를 졸업하였다. 1975년에는 UN이 제정한 ‘세계여성의 해’ 기념으로 ‘여성연합’이 주최한 ‘평등, 발전, 평화’ 전시에 초대받아 다양한 여성 현실과 사회적 이슈를 주제로 선보인 사진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40대에 들어선 1981년부터 페미니스트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게 된다. 1992년부터는 민중미술계열의 페미니스트 단체인 ‘여성미술연구회’에 가입하여 페미니즘 운동에 앞장섰다.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경기도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한미사진미술관 등 유수의 국내외 미술관에서 전시를 열었다. 2002년 광주비엔날레 ‘멈춤, 止, PAUSE’에 참여했다. 2006년 한국 최초의 사진전문갤러리인 트렁크갤러리를 개관해 현재 운영 중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한미사진미술관, 경기도미술관, 성곡미술관, 국가인권위원회, 이화여대, 숙명여대 등 다수의 기관에 작품이 영구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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