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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전쟁 참전경험 바탕, 당시 상황 생생하게 묘사

입력 : 2016-05-21 02:00:00 수정 : 2016-05-20 19: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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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무력감·좌절감 통찰
노먼 메일러 지음/이운경 옮김/민음사/각 1만5000원
벌거벗은 자와 죽은 자 전 2권/노먼 메일러 지음/이운경 옮김/민음사/각 1만5000원


“빌어먹을 로스 새끼 보초 근무 중에 잠이 들면 어쩌자는 거야? 브라운은 생각했다. 우릴 다 죽게 만들겠다는 건가. 아무도 그런 짓을 할 권리는 없어. 동료들을 저버리는 놈은 사람이라고 할 수도 없어.” 1948년 발표한 이 책은 저자 노먼 메일러가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직후 참전한 태평양전쟁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2차 대전이 종결되기 1년여 전, 스물두 살의 메일러는 군에 입대한다.

하버드대 졸업생으로서 장교가 될 수도 있었으나, 사병으로 입대하는 것을 선택했다. 장교가 될 경우 전투를 제대로 경험할 수 없으리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맥아더의 필리핀 탈환 작전에 투입된다.

전쟁 기계로 내몰린 병사들은 자신이 개성과 의지와 존엄을 가진 인간임을 망각한다. 미군이 상륙 작전에 돌입하여 결국에는 일본군을 궤멸시키고 작전을 승리로 이끄는 내용임에도, 이 소설을 지배하는 것은 낙담과 무력감, 패배와 좌절감이다.

전쟁 당시 상황과 군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상들이 꾸미지 않은 날것의 문장으로 생생히 묘사된다. 전쟁이라는 특수 상황을 토대로 인간 사회에 대한 통찰을 담았다. 출간 직후 대중과 평단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석 달 만에 20만 부가 팔렸고, 연속 62주 연속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을 점령했다.

시사 주간 타임은 이 소설을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 견주었고, 뉴욕타임스는 “2차 세계 대전에 관한 가장 인상적인 소설”이라고 평했다. 1998년 출판 잡지 ‘모던 라이브러리’는 이 작품을 100대 영문 소설 가운데 하나로 선정했다.

1967년 펜타곤에서 벌어진 베트남 반전 시위를 소재로 쓴 ‘밤의 군대들’(1968)로, 저자는 퓰리처상과 전미 도서상을 받았다. 1979년 출간한 ‘처형인의 노래’로 두 번째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21세기를 훌쩍 넘긴 현재 아직도 전쟁 중인 전 세계에 큰 울림을 주는 작품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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