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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해커조직의 탄생과 소멸… 독특하지만 재미는 글쎄∼

입력 : 2016-05-26 21:11:11 수정 : 2016-05-26 21: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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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인터넷 이즈 씨리어스 비즈니스’
연극 ‘인터넷 이즈 씨리어스 비즈니스’(사진)는 시끌시끌한 인터넷 게시판이 여과 없이 뇌로 쏟아지는 듯한 작품이다. 잡다한 화제가 홍수를 이루는 누리집처럼 대사가 넘친다. 무대는 객석 사이로 넓게 퍼진다. 주인공은 해커그룹 어나니머스와 룰즈섹이다. 어나니머스의 태동부터 시작해 국제사회를 들썩이게 한 활동들을 시간 순으로 보여준다. 두 그룹은 해킹을 정치·사회적 투쟁수단으로 삼아 세계적 스타가 됐다. 작품의 주제 자체는 의미 있다. 그러나 연극적 재미에는 물음표가 남는다.

런던의 모범생 무스타파와 스코틀랜드의 은둔형 외톨이 제이크는 미국 인터넷 커뮤니티 포챈(4chan)에서 만난다. 대화를 주고받던 이들은 해커그룹 어나니머스와 연결된다. 어나니머스는 첫 디도스 공격에 나선다. 법을 무기로 인터넷을 검열하려는 사이언톨로지교가 대상이다. 이어서 튀니지 독재정부 감시망을 다운시킨다. 위키리크스의 금융활동을 막은 카드사와 페이팔도 공격한다. 얼마 후 어나니머스에서 해커그룹 룰즈섹이 떨어져 나온다.

온라인에서 문자와 숫자로만 이뤄진 해커들의 활동을 연극 무대로 옮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연출자는 특이한 방식을 택했다. 배우들은 무대 주변의 컴퓨터 앞에 따로따로 앉아 있는다. 무대 전면 스크린은 웹캠처럼 이들의 얼굴을 모아서 보여준다. 각자 의자에 앉은 배우들은 인터넷에 올리는 글들을 소리내 읽는다. 카페인을 들이부은 듯 흥분한 목소리다. 당연히 두서 없다. 정신 없고 산만하다.

‘포챈’은 우리로 치면 디시인사이드쯤 되는 사이트다. 전문가와 사기꾼, 부자와 백수, 사실과 거짓이 뒤섞여 있다. 극 초반에는 누리집의 글이 마구잡이로 말해진다. 사람이 죽었는데 ‘진지충 극혐’이라거나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당해 갑자기 소심해지는 식이다. 후반으로 가면서 이들의 해킹 활동이 부각되고 분위기가 차분해진다.

제목 ‘인터넷 이즈 씨리어스 비즈니스’는 인터넷에서 심각한 건 하나도 없음을 반어적으로 표현한 문장이다. 이들에게 중요한 건 재미다. 극은 어나니머스를 ‘지하실의 쓰레기들’처럼 평범한 개개인이 모인 네트워크로 바라본다. 이들의 해킹도 정의롭고 영웅적인 목적에서 시작된 건 아니라고 해석한다. 그렇기에 해커들은 검열에 반대하고 제3세계 혁명을 돕지만 동시에 특정인의 개인정보를 인터넷에 올리는 ‘신상털기’로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해킹에는 힙합이 제격이다. 이들의 문화는 랩 음악과 코스튬 플레이(만화·영화 캐릭터 복장을 따라하는 것) 같은 의상으로 표현된다. 초반에 평범한 복장이던 배우들은 어느 순간 망토가 달린 슈퍼히어로 옷으로 갈아입는다.

소재도 만만치 않고 연출도 이에 맞게 새로운 시도를 하지만 문제는 재미다. 극의 주제는 선명하게 부각되지 않는다. 대사는 지나치게 많고 어수선하다. 연극이 전하려는 메시지가 와닿지 않다보니 뒤로 갈수록 해커들의 활동에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송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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