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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람은 됐고 야근수당 주세요”… 노동 현실에 던지는 메시지

입력 : 2016-05-27 20:25:51 수정 : 2016-05-27 20:2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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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노 에이타로 지음/이소담 옮김/오우아/1만3500원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히노 에이타로 지음/이소담 옮김/오우아/1만3500원


저자는 대학 석사 과정 중 회사를 설립했다. 취직하기가 싫어서였다. 하지만 이내 망했고, 취직을 해야 했다. 노, 사를 모두 경험한 그는 현대의 노동이 직면한 모순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저자가 묘사하는 노동의 현실은 처참해 보인다.

정시 퇴근은 예외적인 상황이 됐다. 직장에서 주변과의 어울림은 매우 중요한 덕목이어서 누군가 야근을 하는데 일을 다했다고 먼저 퇴근을 하는 건 상식이 부족한 행위가 된다. ‘의리 야근’이 비일비재하다. 유급휴가? 한 외국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에서 유급휴가를 전부 사용하는 노동자의 비율은 33%에 불과하다. 한국은 53%다. ‘과로사’에서 노동 환경의 열악함은 정점을 찍는다.

이렇게 열심히 일을 하니 회사에서 마땅한 대우를 해주느냐? 여기서 저자의 바짝 날이 선 비판이 시작된다.

야근은 당연한 일처럼 되어 야근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회사가 많다. “야근수당을 다 줬다가는 회사가 망한다”고 얼굴에 철판을 깐 경영자도 있다. 유급휴가를 마음대로 사용하면 입지가 난처해진다거나, 애초에 업무량이 많아 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회사의 명백한 계약 위반이다. 과로사는 한마디로 회사에 의한 ‘살인’이다. 사람을 죽였으니 문을 닫거가 회사가 휘청할 만한 벌금을 내려야 하겠지만 아무런 문제없이 영업을 계속한다.

저자가 보기에 열악한 환경과 그걸 당연시하는 분위기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일을 통해서 보람을 얻는다는 헛된 믿음이다. 일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려는 태도, ‘일님’을 신성불가침의 위대한 존재로 보는 인식, 일은 돈이 아닌 자신의 성장을 위한 것이라는 확신이 만연해 노동자는 열악한 환경을 감내하려들고, 사용자는 싼값에 노동자를 부리려 한다.

저자의 주장은 이렇다.

“일 지상주의 가치관이 절대적으로 군림하는 한, 유급휴가는 다 사용할 수도 없고 야근도 사라지지 않는다. 서비스 야근이나 과로사를 심각한 범죄로 인식하지도 않는다.…‘일은 위대하다’라는 말을 비판없이 추종하길 거부하고 일의 부정적인 면에도 눈길을 주어야만, 노동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현실 진단이나 해결책을 두고 평가는 엇갈릴 수 있겠지만 직설적이고 박력있는 문장이 일에 지친 독자에게 짜릿한 위안을 준다.

강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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