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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롭지는 않지만 줏대 있는 변방의 건축에 스며든 창조성

입력 : 2016-05-27 20:30:25 수정 : 2016-05-27 20:3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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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용 지음/궁리/1만6000원
변방의 집, 창조의 공간/최우용 지음/궁리/1만6000원


최북단의 대진등대, 이중섭의 단칸방, 밝맑도서관, 경춘선의 폐역, 재래시장…. 모두 변방에 위치한 건축이다. 잉여와 여분의 풍요로움이 없으며 때로는 결핍으로 앙상해 보이기도 한다. 기름기 없고 앙상한 변방의 건축에는 ‘중심적’인 무엇이 스며들 여지는 거의 없어 보인다. 평범한 일상을 꾸리기 위한 최소한의 기능이 목표고, 또 버릴 수 없는 최소한의 미적 본능을 간신히 챙겨 만들어졌다.

하지만 변방성은 중심담론 혹은 거대담론의 틀에서 자유롭다. 저자는 이 지점에서 변방의 집들에 스며든 창조성을 읽어 낸다.

이런 태도는 현대 건축의 기준이라고 할 만한 이른바 ‘명품 건축’에 대한 냉정한 시선과 연결된다. 우리 사회 곳곳에는 명품 건축을 향한 갈망이 있다. 자본에 의해 불려나온 스타 건축가들, 그들이 지어낸 건축에 대한 언론의 찬사, 그런 찬사에 길들여진 일반 대중이 만들어 낸 순환의 고리 속에서 명품 건축은 부동산적 재화로서 물적가치에 집중된다. 건축물 여기저기에 기호, 이미지, 관념을 포장하고 눈을 현혹해 많은 물적가치를 창조하려 한다.

저자는 건축의 비움을 생각한다. 물적 가치가 아닌 건축 본연의 사용가치 복원에 집중하는 것이다. 삶과 현실, 일상을 정직하게 대면하는 줏대 있는 건축, 현실 너머의 나아갈 방향을 지시하는 건축을 지향한다. 저자가 변방에 있는 건축을 찾아 돌아다닌 이유는 그곳에서 줏대있는 건축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구석자리에 있는 집들이 과연 아름다웠다고 말한다.

강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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