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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범죄 단서를 찾아라… 쫓고 쫓기는 심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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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5-28 06:00:00 수정 : 2016-05-28 01:5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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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증 없는 수사에 새로운 돌파구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프랑스 법의학자 에드몽 로카르의 말이다. 범죄 현장에 범인의 지문이나 유전자 정보 등 물리적 증거가 남아 있다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범인 검거가 수월하다. 첨단 과학수사기법으로 이들 단서를 포착해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는 사람 위에 나는 사람이 있다’는 속담처럼 범죄수법의 지능화·고도화로 범행 흔적을 남기지 않는 용의주도한 범죄자가 늘면서 물증에 기반한 과학수사도 한계에 부닥칠 때가 있다.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계 행동과학팀 소속 프로파일러들이 27일 서울청 내 과학수사계 사무실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주현 경사, 이상경 경사, 한상아 경장, 윤태일 팀장(경사), 장힘찬 경장.
서상배 선임기자
이때 범죄심리분석관 등으로 불리는 ‘프로파일러’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범죄 현장에서 무형의 증거를 찾아내고 취합해 범인의 행동 양식과 성향, 당시 심리상태를 추론하며 퍼즐을 맞추듯 단서를 찾아 나간다.

가령 살인사건 현장에서 테이블 위에 있어야 할 지갑이 바닥에 떨어져 있으면 돈을 노렸다가 벌어진 살인인지 아니면 수사에 혼선을 주려고 현장을 어지럽힌 것인지 등을 하나하나 따져보는 식이다. 

‘프로파일링’이라고 하는 이런 작업은 ‘범죄 현장에 나타난 범인의 특성을 바탕으로 범죄자를 유형화하여 범인상을 추론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인기를 모은 TV 드라마 ‘시그널’의 박해경 경위(이제훈)를 통해 대중의 머릿속에 깊이 남아 있는 프로파일러의 이미지도 대개 이런 ‘추리가’의 모습이다.

경찰 프로파일러는 범인 검거 후 정확한 범행동기 파악과 자백을 이끌어내기 위한 신문전략 수립 등을 위해서도 사건에 관여한다. 경찰청 소속 신상화 프로파일러는 27일 “하나의 범행에 적합한 대책을 수립하고 향후 추가 피해를 억제하려면 실무 단계에서 정확한 범행 동기를 찾고 사건의 성격을 규정짓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분노·충동 조절 실패’ 범죄에 대한 관점과 개념이 명확하지 않으면 유사한 다른 범죄를 분노·충동 범죄로 오판해 수사 방향을 어긋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여성 혐오’ 논란을 촉발한 서울 강남역 살인사건에 프로파일러가 투입돼 사건 성격을 규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프로파일링의 정의를 ‘수사 과정에서 인간의 인지, 정서, 성격, 동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심리학적 서비스’라고 확장해도 무리가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프로파일러들은 인간의 얼굴을 한 ‘야수’들을 누구보다 많이 만난다. 그러나 피하지 않고 이들의 행위를 이해하려고 애쓴다. 야수들의 먹잇감이 된 안타까운 희생자들을 위해서다. 서울경찰청 윤태일 행동과학팀장은 “뚜렷한 동기가 발견되지 않는 범죄의 피해자는 얼마나 억울할지를 떠올리면 굉장히 마음이 아프다”며 “누가, 왜 이런 범행을 저질렀는지 밝혀내는 게 조금이나마 피해자의 억울함을 덜어 주는 길이라 믿고 일을 한다”고 말했다.

유태영·김준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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