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사설] 회계법인들 부실감사 더 이상 좌시해선 안 돼

관련이슈 사설

입력 : 2016-05-29 22:07:32 수정 : 2016-05-29 22:07:3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예상되고 있다. 감원 규모만 1만5000∼3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혈세 투입이 불가피하다. 기업과 채권단, 정부 못지않게 ‘자본시장의 파수견’인 회계법인들 책임이 크다. 기업이 부실을 숨기지 못하도록 제때 경보음을 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다. 이 회계법인들이 다시 구조조정을 위한 실사를 맡고 있다니 이런 아이러니도 없다.

지난해 5조원이 넘는 적자를 낸 대우조선해양은 2011년부터 줄곧 안진회계법인의 회계감사에서 ‘적정’ 의견을 받았다. 감사인이 적정의견을 내면 해당 기업의 재무제표가 재무상태와 경영성과를 적정하게 표시했음을 뜻해 금융기관과 투자자의 결정에 크게 영향을 준다. 하지만 안진회계법인은 지난 3월에야 뒤늦게 ‘지난해 추정 영업손실 5조5000억원 중에서 약 2조원을 2013년, 2014년 재무제표에 나눠 반영했어야 한다’며 기업 측에 정정을 요구했다. 삼일회계법인이 지난 3월 감사보고서에서 ‘기업으로 존속할 수 있다’던 현대상선은 채권단 자율협약 또는 법정관리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부실 회계감사가 문제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나 2013년 웅진, STX, 동양 부실처럼 기업이 무너질 때마다 논란이 됐다. 치열한 회계감사 수임 경쟁 속에 기업 눈치를 보느라 소신껏 의견을 내지 못한 결과다.

도덕적 해이나 일탈도 심각하다. 삼일은 한진해운 실사 과정에서 안경태 회장이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에게 자율협약 관련 정보를 제공해 ‘먹튀’ 기회를 준 사건에 연루돼 있다. 지난 3월에는 삼정, 삼일, 안진, 한영 등 12개 법인 소속 회계사 22명이 감사 대상기업의 주식을 보유했다가 적발돼 징계를 받았다.

부실 회계감사를 그대로 두고서 기업 회계의 투명화를 기대할 순 없다. 이제는 부실 감사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더 이상 “기업이 자료를 숨기면 부실을 알 수가 없다”는 변명이 통해서는 안 된다. 필요하다면 분식회계를 방조한 회계법인 대표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강력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자칫하다가는 허구한 날 부실기업만 처리하다가 나라 곳간이 거덜나게 생겼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