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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주세요' 밀렵꾼 피해 사파리로 도망 온 코끼리

입력 : 2016-06-03 15:06:03 수정 : 2016-06-03 15: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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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으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았지만, 그래도 기댈 데는 사람 뿐이었다. 밀렵꾼으로부터 구사일생으로 도망친 코끼리가 제 발로 동물원을 찾아온 일이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해외 매체 데일리메일이 2일(현지시간) 코끼리 ‘벤(Ben)'의 사연을 전했다.

짐바브웨의 부미 힐(Bumi hill) 동물원. 동물들을 구경하던 관람객들은 우리 밖에서 커다란 코끼리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무척 놀랐다. 바로 코끼리 벤이었다. 벤은 몹시 지쳐 보였고, 몸에 난 상처에선 피가 흐르고 있었다.

신고를 받고 달려온 동물원 직원들이 벤의 몸부터 살폈다. 어깨에 난 상처는 무척 깊고 심각해 보였다. 밀렵꾼의 총에 맞은 듯했다. 아무런 치료도 받지 못해 상처는 곪아서 피와 진물이 흘렀다. 벤은 사람에게 목숨을 잃을 뻔 했지만 살기 위해 사람을 찾아온 것이었다. 

당장 치료를 받아야 할 급박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하필 그 날이 주말인 탓에 동물원에는 수의사가 없었다. 관리인 연락을 받은 다른 수의사가 벤을 치료하기 위해 6시간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다.

벤은 생사를 넘나들면서도 용케 버텨냈다. 그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음에도 눈길 한 번 보내지 않았다. 축 늘어져 가뿐 숨을 내뱉으며 가끔 물을 받아 마실 뿐이었다.

동물원에 도착한 수의사가 곧바로 벤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어깨 상처를 소독하고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한 응급조치를 취했다. 그런데 살펴보니 상처가 난 곳은 어깨만이 아니었다.

벤의 왼쪽 귀에는 선명한 총상자국이 두 군데 남아있었다. 피부가 완전히 뚫려 귀 뒤쪽이 훤히 보일 정도였다. 수의사는 벤의 귀 총상이 어깨에 총을 맞기 훨씬 전에 생긴 것이라고 짐작했다. 벤은 그간 두 번이나 밀렵꾼의 총에 맞았고, 그때마다 있는 힘껏 도망쳤을 것이다.

치료 후 깨끗이 목욕까지 마친 벤은 동물원 측의 보호 속에 빠르게 건강과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다행히 큰 상처는 거의 나았으며 달아놓은 위치 추적 장치 덕에 앞으로도 계속 동물원의 관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두려움 속에서도 동물원을 찾을 수밖에 없었던 코끼리 벤의 사연은 인간의 이기심이 동물들을 얼마나 위험에 빠트리는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한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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