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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왁자지껄 푸근한 사람 냄새… 지역명물까지 한눈에

입력 : 2016-07-13 21:13:13 수정 : 2016-07-13 21: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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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양동시장엔 40년 전통 통닭거리

경주 성동시장의 ‘합동식당’

5000원이면 무조건 무한 리필
여행에서 먹거리를 빼놓을 순 없다. 전국 어디를 가나 지역 대표 맛집들이 있지만 사실 가격이 만만치 않다. 이럴 때 찾을 수 있는 곳이 시장이다. 세상인심이 각박해졌다지만 그나마 인심과 정이 남아 있는 곳이다. 여행을 할 때 전국 각지에 있는 시장을 찾자. 떠들썩한 시장 골목을 걷노라면 기운이 절로 솟아나고, 넉넉해지는 마음을 느낄 것이다.

강원 강릉 주문진수산시장에서는 어민의 활기찬 삶과 동해의 싱싱한 수산물을 만날 수 있다. 주문진수산시장을 제대로 보려면 이른 아침에 찾는 것이 좋다. 해 뜰 무렵 주차타워에 올라가면 붉게 물든 바다를 가르며 귀항하는 어선의 모습이 감동적이다. 어선이 속속 들어오면 항구는 분주해진다. 경매장 바닥에는 복어, 임연수, 대구 등이 눈을 껌뻑껌뻑 뜨며 새 주인을 기다린다.

경매장 옆에 어민수산시장이 있다. 어부가 잡은 자연산 수산물을 노천에서 판매하는 곳이다. 길 양쪽으로 늘어선 가게에서 저마다 싱싱한 수산물을 자랑하며 호객하고, 흥정하느라 가벼운 승강이도 벌어진다. 이곳에서 회를 떠 근처 식당에서 먹을 수 있다. 차분하게 회를 맛보려면 수산시장 내 횟집이나 항구 끝에 자리한 ‘방파제회센타’로 가면 된다.
경주 성동시장의 찹쌀순대.

천년 고도 경주를 대표하는 시장이 성동시장이다. 경주역에서 건널목을 건너면 바로 시장인데 제일 먼저 떡집 골목이 보인다. 인절미, 송편, 수수팥떡, 절편 등 갓 만든 떡이 쌓였다.

떡집 골목을 지나면 생선 골목이다. 어물전마다 조기, 갈치, 고등어, 문어, 오징어 등 동해안에서 잡히는 각종 어류가 진열돼 있다. 이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문어다. 어물전 입구에 커다란 문어 여러 마리를 길게 걸어놓은 풍경은 성동시장의 볼거리다. 성동시장 먹자골목의 명성은 여느 전통시장에 뒤지지 않는다. 좁은 골목 양쪽으로 순대며 튀김, 어묵, 떡볶이, 김밥을 파는 조그만 가게가 늘어섰다. 성동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먹거리는 우엉김밥이다. 

간장과 물엿을 넣고 조린 우엉이 들어가, 부드럽고 달짝지근한 맛에 자꾸 손이 간다. 순대도 유명하다. 찜통에 수북이 쌓여 모락모락 김이 나는 순대는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든다. 뷔페 골목 역시 성동시장을 대표하는 명소다. 경주 사람들은 이곳을 ‘합동식당’이라고 부른다. 6㎡(2평)도 안 되는 식당 10여 곳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기다란 테이블에는 20가지가 넘는 반찬이 수북하게 쌓였다. 콩나물무침, 두부조림, 버섯볶음, 오이무침, 멸치볶음, 동그랑땡, 달걀말이, 불고기 등 먹음직스러운 반찬을 단돈 5000원에 맛볼 수 있다. 무한 리필이다.

광주 전통시장으로는 양동시장이 있다. 1910년대에 열린 양동시장은 과거 광주 사람에게 ‘백화점’이었다. 대형 백화점에 밀려 그때의 명성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먹거리부터 옷, 생활용품까지 일상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춘 시장이다. 양동시장의 명물 중 하나가 40년 전통을 자랑하는 통닭이다. 과거 ‘닭전머리’라고 불리던 골목에 ‘양동통닭’과 ‘수일통닭’이 마주 보고 있다. 양동통닭은 튀김옷이 얇아 바삭한 것이 특징이다.

북구 우산동에 자리한 말바우시장도 광주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이다. 끝자리 2, 4, 7, 9일에 장이 선다. 말바우시장의 명물은 ‘할머니 골목’이다. 시멘트 벽 사이 좁은 골목에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앉아 채소와 나물을 판다. 나물을 팔아 미장원에 가야 한다는 할머니, 건강을 위해 나온다는 할머니, 놀러 나왔다는 할머니까지 길지 않은 골목에 가래떡처럼 긴 이야기가 담겼다.

제주 동북부에 하얀 모래톱과 에메랄드빛 바다를 품은 세화해변이 있다. 평소에는 한적하고 조용한 이곳은 닷새마다 해안도로가 차로 들어찰 만큼 북적거린다. 끝자리 5, 0일에 열리는 세화민속오일시장 때문이다.
시골생활에 필수품인 슬리퍼들이 가득한 세화민속오일장의 신발 코너

세화민속오일시장은 싱싱한 채소와 생선, 건어물, 과일, 신발과 의류, 각종 생활용품 등 없는 것이 없는 시골 장터다.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반듯이 누운 은빛 갈치와 분홍빛 옥돔, 잘 마른 고등어 같은 특산품도 빼놓을 수 없다. 시장에서 직접 고른 물건을 택배로 부쳐주기 때문에 관광객도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다.

제주 세화민속오일시장의 뻥튀기 아저씨.
낫과 곡괭이 같은 농기구, 각종 씨앗, 흘러간 가요 테이프, 시장 한쪽을 차지한 닭장과 오리, 강아지 등 도시 재래시장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도 흥미롭다. 시장 구경을 하다 보면 갑자기 ‘뻥’ 소리와 함께 김이 모락모락 난다. 갓 튀겨낸 구수한 뻥튀기 내음에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른다. 어디선가 흥정하는 소리가 들리면 이곳이 제주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제주 사투리가 워낙 뭍의 말과 달라 오가는 대화를 정확히 알아듣기 힘들지만, 그래서 더욱 신기하고 재미있다. 세화민속오일시장은 오전 8시쯤 시작해 오후 2∼3시면 대부분 매장이 정리한다.

충남 아산 온양온천시장은 기차 타고 가는 시장이다. 장항선 온양온천역에서 내려 큰길 하나 건너면 북적거리는 시장이다. 시장은 상설 시장과 함께 ‘맛내는 거리’, ‘멋내는 거리’ 등으로 나뉜다. 상설 시장 1층에는 건어물전, 수선집 외에도 소머리국밥집이 모여 있다. 
충남 온양온천시장의 소머리국밥.

한적한 시장 뒷골목에 자리한 국밥집 20여 곳에서 인심 한 숟가락을 맛볼 수 있다. 맛내는 거리에는 각종 분식집 외에 주전부리를 파는 가게가 있다. 온양온천시장의 명물 칼국수도 이곳에서 맛볼 수 있다. 멋내는 거리는 아산 주민에게 ‘온궁로’라고 불린다. 입구에는 온천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온궁로의 진입을 알린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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