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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규의 미국정치 이야기](23) 반란 성공한 '아웃사이더', 레이건의 영광 꿈꾸다

입력 : 2016-07-23 20:27:43 수정 : 2016-11-04 21: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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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백인표 65% 이상 얻으면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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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도널드 트럼프가 백인표 결집을 통한 대선 승리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21일(현지시간)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 대선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서다. 백인 표를 겨냥한 트럼프의 대선 전략은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개최된 공화당 전당대회장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트럼프의 후보 수락 연설은 백인 표심을 겨냥하는 내용으로 일관했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21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퀴큰론스 아레나’에서 대선후보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클리블랜드=AP연합뉴스
불법 체류자 추방,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 공약 등은 히스패닉 유권자를 자극할 수 있는 것이지만 트럼프는 개의치 않았다. 백인 경관이 흑인에게 총격을 가한 사건과 이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흑인 저격범이 백인 경관들을 살해한 사건으로 흑백 인종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 트럼프는 ‘법과 질서’를 강조했다. 흑인 사회의 반발은 감수하겠다는 태도가 역력했다. 트럼프가 이러리라는 것은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를 지명할 때 예상됐다. 펜스 주지사는 여성이나 소수인종 배려와는 거리가 먼 대표적인 우파 정치인이다. 

미국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선후보의 부통령 러닝메이트인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가 20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행사에서 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클리블랜드=AP연합뉴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백인 노동자층 결집에 주력했던 공화당 경선 전략을 본선용으로 수정할 것으로 기대했다. 본선은 보수 유권자들 위주로 참가하는 공화당 경선과는 다른 게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전당대회에서 백인 중심의 선거전략을 고수했을 뿐 아니라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펜스 주지사를 지명하면서 그 전략을 더 강화했다.

올해 전당대회가 백인 일색의 잔치로 치러진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미국 허핑턴포스트지는 흑인 대의원 비율이 전체 대의원 2472명 중 49명(약 2%)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1964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도 흑인 대의원 비율이 1%에 그쳤다. 백인 우월주의자인 배리 골드워터가 1964년 공화당 대선후보였다. “역사는 그대로 반복되지 않지만, 그 흐름은 반복된다(History Doesn’t Repeat Itself, But It Does Rhyme)” 소설가 마크 트웨인이 정확히 짚었다. <3화, ‘인종차별 트럼프의 정치적 스승 참고’> 

히스패닉과 흑인 유권자 표를 잃더라도 백인 표만 결집시키면 승산이 있다는 것이 트럼프의 셈법이다. 그러려면 백인 후보인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소수인종의 대표 주자로, 백인 경찰 등 공권력의 반대편으로, 백인 남성의 적으로 몰아갈 필요가 있다. 이 공식을 따른 공화당 전당대회는 꿈과 비전, 통합을 외쳐온 역대 공화당 전당대회와는 달리 민주당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실정과 미국이 처한 암울한 현실을 부각시키는 날선 발언으로 채워졌다. 연사들은 클린턴 비판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공화당 전성시대를 연 로널드 레이건이나 소수인종까지 포함한 ‘빅 텐트’ 전략을 구사한 조지 W 부시 후보 등과는 사뭇 다른 전략이다.

지난 회에 필자는 트럼프가 이번 대선을 ‘백인 대(對) 소수인종’의 대결구도로 몰아가면 트럼프의 승리는 확정적이라고 전망했다. <22화, ‘미국 인종 갈등, 대선판 흔든다’ 참고> 그 근거로 백인 유권자 비율은 2000년 78%에서 2012년 71%, 올해 69%(추산)로 감소 추세지만 아직은 백인이 절대 다수라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이 전망에는 전제 조건이 있다. 백인 유권자가 기록적인 수준으로 결집해야 한다. 특히 트럼프가 클린턴에게 밀리는 백인 여성을 우군으로 만들어야 한다. <19화, ‘트럼프가 대선에서 이기려면’ 참고>

2012년 대선에서 백인 유권자는 59%가 밋 롬니 공화당 후보를 찍었다. 미국 의회전문매체인 ‘더힐’은 트럼프가 롬니 정도의 백인 표를 획득하고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비백인 유권자 지지가 30% 넘어야 한다고 예측했다. 소수인종에 우호적인 공약을 내세웠던 롬니가 얻은 비백인 유권자 표도 17% 정도였다. 소수인종의 트럼프 비토 분위기를 고려하면 이들에게서 30% 넘는 지지를 얻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트럼프로서는 백인 유권자를 더 결집하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우선은 트럼프 지지세가 강한 백인 유권자의 투표율, 특히 역대 대선에서 투표율이 낮았던 백인 노동자층의 투표율을 확 끌어올려야 한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생전 사진. AP = 연합
트럼프가 롬니 정도의 비백인 유권자 표를 획득한다고 가정하면(현재 여론조사에서는 17% 미만이다) 어떨까. 더힐은 트럼프가 백인 유권자 65% 이상의 표를 얻으면 대선에서 이길 것으로 관측했다. 지난 50년 동안 백인 유권자로부터 그 정도 수준의 압도적 지지를 얻은 후보는 1984년 공화당 후보로 재선에 도전했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유일하다. 트럼프가 레이건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조남규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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