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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봉칼럼] 대학 교양교육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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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8-28 22:32:18 수정 : 2016-08-28 22:3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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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 시작되자 ‘반수생’ 등장
구태의연한 일반교양에 실망
대학은 교육의 목표 혁신 필요
새 교수법·교수진 등 구비해야
9월 학기가 시작되면서 대학가에는 ‘반수생’이라는 늦깎이 재수생이 등장한다. 점수에 맞춰 어렵게 들어 온 대학에 실망한 나머지 더 나은 대학을 찾아 휴학한 뒤 재수를 시도해보는 것이다. 의욕과 희망으로 충만해야 할 대학 신입생들이 상품을 뜯어보고 반품하듯 대학을 반품하는 이런 기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대학신입생들이 방황하는 원인 중에는 전공 도입과 교양교육에서 오는 실망감이 가장 크다. 전공학과의 안이한 기초 도입과 구태의연한 일반교양의 운영이 초래한 부작용이다. 학생 스스로도 아직 전공에 대한 비전이 없고 대학과정의 공부하는 방법도 모르는 상태에서, 교양과정의 지루한 지식의 나열은 실망스럽기 마련이다. 게다가 기계적으로 적용되는 상대평가로 학업성취감마저 떨어지게 된다. 결국 학교와 전공의 잘못된 선택 때문이라 자책하며, 체념한 채 주저앉거나 용기를 내 반수를 결행하게 되는 것이다. 

이덕봉 동덕여대 명예교수·전 한국교육문화융복합학회 회장
반수의 폐해는 심각하다. 전공에 대한 학습 리듬을 잃게 돼 전공 부실을 초래하고. 1년 뒤에 복학하므로 교우관계도 원만하기 어렵다. 여러 가지 결손을 보충하기 위해 휴학을 반복하거나 해외 연수에서 탈출구를 찾게 되고, 종국에는 대학 중퇴와 청년 실업으로 이어진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여간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대학은 일반교양 교육의 목표를 혁신해 구성원들이 공유하도록 해야 한다. 전공 시간을 축낸다는 인식 아래 교양과정이 운영돼서는 안 된다. 일반교양이 인문 사회 자연과학에 걸쳐 풍부한 교양과 넓은 식견을 가진 인재를 기른다는 종전의 목표는 구태의연하다. 이러한 목표 아래에선 분야별로 강좌를 분배해 선택의 폭이 좁게 되고, 중고등학교 학습 내용의 재탕 수준에 머물기 쉽다. 대학의 교양과정은 단순한 지식의 전달이어선 안 된다. 교양교육을 의미하는 리버럴 에듀케이션(liberal education)이라는 말대로, 틀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사고와 지식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눈뜨게 하고, 지식 창조를 위한 방법에서 기쁨을 느끼게 해야 한다. 명제를 중심으로 단순하게 이해하고 암기해 온 신입생들에게 지식에는 다양한 측면이 있음을 일깨워야 한다. 학자의 눈으로 본 새로운 지식의 세계로 안내하는 것이다.

학습 내용은 배운 적이 없는 새로운 것을 알게 하고, 지식에 대한 전혀 다른 접근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눈뜨게 함으로써 학문의 지평을 넓히고, 자주적으로 사고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어야 한다. 단순한 지식의 전달만으로는 고등학교와 학원에서 단순명쾌하게 학습해 온 학생들을 감동시킬 수 없다. 이에 교수법에서도 과제 중심의 토론식 학습이나 문제해결 학습(PBL) 등 다양한 방법을 구사함으로써 시험과 성적 위주로 공부해 온 신입생들의 학습 문화를 바꿔가야 한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시대적으로 요구되는 주제나 학생들의 수요를 반영한 교양강좌의 발굴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문제는 그러한 강좌를 소화할 수 있는 교수진이 구비돼 있느냐에 있다. 많은 대학에서 교양과정은 시간강사나 강의 경력이 얕은 교수들에게 맡기고 있다. 새로운 주제를 다루는 강좌나 융합적인 강좌의 경우 해당 전공자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원에 교양교육 지도자 양성을 위한 특별과정을 운영해야 한다. 또는 새로 개설되는 강좌를 위한 지도 팀을 구성해 강의 내용과 교수법을 개발하게 함으로써 전문 인력을 키워가야 한다.

한국 젊은이의 70% 이상이 대학 신입생을 경험한다. 따라서 대학은 신입생 대상 강좌에 보다 심혈을 기울임으로써 대학생활의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채 방황하는 학업 낙오자가 늘지 않게 해야 한다. 그릇된 기준으로 날조된 대학 서열 신드롬에 현혹되지 않고, 전공의 매력에 흥분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과 반짝이는 눈빛으로 학문 연마에 매진할 환경을 만들어 줘야겠다.

이덕봉 동덕여대 명예교수·전 한국교육문화융복합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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