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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마저도… 가난한 이들에게 가혹한 불편한 현실

입력 : 2016-09-10 03:00:00 수정 : 2016-09-09 20:3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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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C 머터 지음/장상미 옮김/동녘/1만6800원
재난 불평등/존 C 머터 지음/장상미 옮김/동녘/1만6800원


지진학자인 저자는 서문에서 “지진학계는 이미 수년 전부터 지진 예측 가능성을 기대하는 연구 과제는 근본적으로 포기했다”고 털어놓는다. 재난을 최소화하기 위한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고백은 도발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지진 재난의 원인은 ‘지진’일까, ‘사람’일까?” 저자는 “둘 다”라고 답하지만, 방점은 사람에 찍혀 있다. 책은 지진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재난이 왜 이리도 불공정한지, 재난 이후 드러나는 모든 것들이 왜 정의롭지 못한지를 쫓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 8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뉴올리언스를 덮쳤다. 강력한 힘을 갖고 있기는 했으나 카트리나는 “특이한 사건이 아니었다.” 경로는 단순했고, 예보도 잘못되지 않았다. 지역 당국에 사전에 전달된 정보는 대피 계획을 세우고 지역 주민을 보호하기에 충분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공식적인 사망자만 1833명, 실제로는 그 두 배는 될 것으로 추정되는 최악의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는 흑인들이 많은 저소득층 거주지역에서 특히 컸다. 오듀본 플레이스 같은 고소득층 주거 지역은 수해를 전혀 입지 않았다. 당시 뉴올리언스에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무너진 제방은 도시의 가장 가난한 지역 일부를 관통하고 있었다. 제방은 전에도 문제를 드러낸 적이 있지만 이 지역 주민들은 이에 대한 시정 조치를 압박할 만한 발언권이 없었다.

정부의 대응에 대한 저자의 비판은 신랄하다.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은 휴가 중이었고, 뉴올리언스의 상황이 “자신의 여가 시간을 방해받을 만큼 심각하다”고 여기지 않았다. 부시가 현장을 본 것은 휴가지에서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이었는데, 지상에서 일어난 비극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모습이어서 ‘머리 위로 지나쳐 가는 대통령’(Flyover President)라는 별명을 얻었다. 저자는 “부시는 제방이 무너질 줄 누가 알았겠냐는 말을 뱉었다가 거의 실시간으로 조롱을 당했다. 분명 사전에 경고가 있었는데도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었다”고 비판했다.

미국뿐 아니라 아이티, 미얀마 등의 재난을 분석하며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규모가 재난의 크기, 강도보다는 사회 구조와 격차, 부조리, 불평등 등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재난을 자연과학자의 시선으로만 보고 연구해 오던 저자는 재난과 전후 상황을 사회현상으로 보기 시작하며, 왜 자연과학적으로는 유사하거나 동일한 규모의 재난이 어디에서, 언제 일어나느냐에 따라 다른 크기의 피해로 이어지는지, 왜 같은 수준의 피해를 입어도 어떤 사회는 재건하는 데 1년이 채 안 걸리고 어떤 사회는 재기할 수 없을 만큼 무너지는지를 비교 관찰했다.

저자는 “재난이 끔찍한 것은 단지 그 재난이 얼마나 무시무시했는지를 알려주는 소식들 때문이 아니다. 재난의 해악을 이해하려면 재난을 둘러싼 전반적인 면면을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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