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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용암에 뿌리내린 푸른 생명력

입력 : 2016-09-22 10:00:00 수정 : 2016-09-21 20:3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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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암의 숲’ 오름·곶자왈
봄이면 다른 곳보다 빨리 꽃이 피고, 여름은 푸른 바다가 기다린다. 가을엔 억새와 단풍이 여행객을 반기고, 겨울이면 눈 쌓인 한라산과 운치 있는 겨울 바다가 있다. 제주는 시기가 중요하지 않다. 언제 가더라도 갈 데도, 볼 데도 많다. 바다, 산, 박물관 등 제주 사투리로 ‘놀멍쉬멍’하면서 돌아다닐 곳이 한가득하다. 그런 제주에서도 오름과 곶자왈은 특별하다. 모두 화산과 관련된 곳으로 수만년 전 일어난 과거의 흔적을 현재도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굳건히 제 모습을 잃지 않고 있는 그네들을 둘러보면 조금이나마 제주란 곳과 더 친해졌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밑동이 잘린 곶자왈의 나무들은 여러 가지로 뻗어 자란다.

◆용암바위 위에서 자란 나무숲

숲이다. 울창한 나무들이 서있는 뭍에 있는 숲과 겉을 봐선 크게 다를 것 없다. 숲을 걸어봐야지만 다름을 알 수 있다. 왜 제주의 숲이 다른지를.
제주 곶자왈은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엉클어져 어수선한 숲을 말한다. 용암이 굳은 땅에 피어난 나무, 풀들로 이뤄진 숲이다.

‘곶’은 숲을 뜻하고 ‘자왈’은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엉클어져 덤불같이 어수선한 곳이란 의미다. 제주의 숲 곶자왈을 쉽게 떠올리려면 정글이나 원시림을 생각하면 된다. TV에서 본 아마존 등과 같은 곳의 풍경을 떠올리면 된다.

일반 숲과 차이는 바로 땅에 있다. 용암이 굳은 땅에 피어난 나무, 풀들로 이뤄진 숲이다. 등산할 때 바위에 뿌리내린 나무 한 그루만 봐도 그 생명력에 감탄한다. 곶자왈의 식물 대부분은 바위, 돌이 전부인 양 그곳에 뿌리를 내린 채 질기게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햇볕이 쨍쨍한 날이었음에도 제주 서귀포 제주곶자왈도립공원에 들어서자 불과 몇 걸음 안 돼 주위가 어둑해진다. 종가시나무와 팽나무, 예덕나무 등이 울창하게 줄기를 뻗고 있다. 거기에 덩굴 식물들이 내려뜨리고 있는 줄기들이 나무에 걸쳐 있다. 그 아래엔 초록 이끼들이 바위 위에 자리 잡고 있다. 나무와 이끼 낀 바위 사이사이엔 콩짜개덩굴이 점점이 박혀 있고, 고사리들은 손가락을 확 펼치고 있다. 원시림의 모습이 그대로 살아 있는 것이다.

이처럼 원시림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이곳이 용암지대였기에 가능했다. 비가 와도 물이 바로 빠져 경작할 수 없다 보니 인간의 손이 거의 닿지 않았다. 하지만 물이 빠지더라도 바위와 돌 틈 사이엔 물이 있다. 이 물을 빨아들여 식물들은 생명을 유지한다.

숲을 걸으며 만나는 이곳의 나무들은 특이한 형태를 띠고 있다. 한 뿌리에서 나온 나무 줄기가 한두 개가 아니다. 많은 것은 10여개 줄기가 땅에서 솟아났다.

땔감 등으로 쓰기 위해 곶자왈의 나무를 베었는데, 밑동을 잘린 나무에서 싹이 나와 여러 줄기로 자란 것이다. 곶자왈처럼 한 뿌리에서 여러 나무 줄기들이 나와 숲이 울창해진 곳을 ‘맹아림’이라고 한다.
곶자왈에는 제주 사투리로 ‘빌레’로 불리는 평평한 대지도 있다. 돌들이 울퉁불퉁 튀어나온 용암지대와 달리 바닥이 평평한 곳이다.

도립공원 입구에서 시작하는 테우리길을 20∼30분가량 걸으면 전망대를 만난다. 전망대 주변에선 또 다른 용암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제주 사투리로 ‘빌레’로 불리는 평평한 대지다. 돌들이 울퉁불퉁 튀어나온 용암지대와 다른 바닥이 평평한 곳이다.

높이 15m 정도의 전망대에 오르면 사방으로 숲이 펼쳐지고, 그 너머로 오름들이 보인다. 날이 맑을 땐 한라산까지 조망할 수 있다. 제주에선 곶자왈을 도립공원이 있는 한경-안덕과 애월, 조천-함덕, 구좌-성산 곶자왈지대 등 4개 지대로 구분한다. 곶자왈이 있는 곳의 높이 등에 따라 주로 자라는 나무와 식물이 달라 서로 다른 모습을 품고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조성해 제주시에 기증한 제주곶자왈도립공원은 내년부터 입장료를 받는다. 이곳 주변엔 비행기 및 드론 조종게임 등 자녀와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제주항공우주박물관과 마을 주민 공동체사업으로 운영하는 별난가게, 감귤창고 카페 등이 있다.
마을 주민 공동체사업으로 운영하는 감귤창고 카페.

◆곶자왈의 어미 오름

곶자왈이 생긴 것은 화산 폭발 등에 따른 용암 분출 때문이다. 곶자왈을 낳은 어미와 같은 곳이 바로 오름이다. 화산폭발로 생긴 오름에서 흘러나온 용암들이 굳어 땅을 만들고 그 위에서 생긴 것이 곶자왈이다.

제주엔 약 370개의 오름이 있다. 잘 알려진 성산일출봉부터 다른 오름들이 잘 보이는 오름, 제주 바다가 잘 보이는 오름 등 자신만의 매력을 제각각 갖고 있다.

많은 오름 중 제주 세화리에 있는 다랑쉬 오름은 산세가 가지런하고 균형이 잡혀 있어 ‘오름의 여왕’으로 불린다. 해발 382m로 주위에서 가장 높은 오름이다. 다랑쉬란 이름도 높은 봉우리라는 뜻이다.

오름을 오르다 보면 바로 앞의 아끈다랑쉬오름과 함께 성산일출봉과 우도까지 이어진 경관이 펼쳐진다. ‘아끈’은 ‘버금가는 것’, ‘둘째’라는 뜻의 제주 사투리다. 작은 다랑쉬 오름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30분 정도면 정상까지 오르는데 경사가 가파르다. 길이 잘 정비돼 있어, 힘들긴 해도 위험하진 않다.
제주 다랑쉬 오름의 분화구는 둘레 1.5㎞, 깊이 115m로 깊이가 한라산 백록담과 비슷하다.

정상에 이르면 깔때기 모양으로 움푹 패어 있고 바닥에 풀이 무성한 분화구를 만난다. 오름의 분화구는 둘레 1.5㎞, 깊이 115m로 깊이가 한라산 백록담과 비슷하다.
제주 다랑쉬 오름은 산세가 가지런하고 균형이 잡혀 있어 ‘오름의 여왕’으로 불린다. 해발 382m로 주위에서 가장 높은 오름이다.

다랑쉬오름에서 500m 정도 떨어진 곳엔 다랑쉬 굴이 있다. 제주 4·3사건 당시 토벌대를 피해 다랑쉬오름 주변 토굴에 숨어 살던 9살 여아부터 51살 부녀자까지 주민 11명이 토벌대에 발각돼 몰살당한 곳이다. 토벌대는 굴 양쪽 입구에 불을 지펴 주민들을 모두 질식사시켰다. 그 후 40여년이 지난 1992년 유해가 발견됐고, 이는 4·3의 비극을 전국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지금 현장을 찾아도 굴 입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입구가 돌로 막혀 있고, 그 돌마저도 풀 숲에 가려져 ‘다랑쉬굴’ 푯말이 없으면 위치조차 가늠하기 힘들다.
제주 시내의 오름 사라봉에서 북쪽으로 바닷가가, 남쪽으로 한라산, 발 아래에는 제주시의 시가지가 펼쳐진다. 밤에 제주 시내의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제주 시내에서 오름을 가고 싶다면 사라봉을 찾아도 좋다. 오름에 오르면 북쪽으로 바닷가가, 남쪽으로 한라산, 발 아래에는 제주시의 시가지가 펼쳐진다. 특히 밤에 제주 시내의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제주=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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