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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어떻게 거대 사회 이뤄냈나… 그 원동력은 종교

입력 : 2016-09-24 03:00:00 수정 : 2016-09-23 20:3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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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 노렌자얀 지음/홍지수 옮김/김영사/1만8000원
거대한 신,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아라 노렌자얀 지음/홍지수 옮김/김영사/1만8000원


크리스마스 즈음이 되면 아이들은 엄마 말을 잘 듣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착한 일을 찾으려 든다. 그래야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을 받을 수 있다고 믿는 아이들이라면 이런 경향이 분명히 있다. 산타의 ‘약발’이 오래가는 건 아니지만 이즈음 산타는 아이들에게 일종의 ‘초자연적인 감시자’다. 자신의 마음을 꿰뚫어보며 도덕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아 어디선가 세상을 들여다보고 있는 존재인 것이다.

혈연을 바탕으로 소규모 집단을 이루며 살았던 인간이 어떻게 거대한 사회를 발달시켰는가, 이런 변화·발전을 가능하게 한 구심점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을 종교적인 관점에서 풀어나갈 때 아이들에 대한 산타의 존재가 힌트가 된다. 즉, 초자연적 감시자에 대한 생각은 보는 눈이 있으면 언행을 삼가게 되어 사회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책은 사회화의 기원을 종교적인 관점에서 답을 제시한다. 신앙의 대상인 종교가 인간의 사회화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거대한 집단과 거대한 종교의 관계에 대해 깊이 들여다본다.

거대한 신의 특성은 부정행위, 거짓말, 배신과 같은 부도덕한 행위를 감시하고 통제한다. 거대한 신은 인간이 스스로 나쁜 짓을 멀리하고, 다른 이들도 그렇게 살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자연히 타인에 대한 신뢰와 유대관계가 성립하고 결속력이 증가해 혈연과 지연을 뛰어넘는 대규모 사회의 발전이 가능해진다. 저자는 “신들을 두려워한 신앙인들은 전지적 능력이 없는 신들이나 인간의 도덕성에 무관심한 신들을 믿는 사람들보다 자신이 속한 집단을 위해 구성원들과 협력하고 신뢰하고 희생을 감수한다”고 분석한다.

이런 논리라면 고도로 발달한 사회일수록 종교의 지배력을 강해야 한다. 하지만 서유럽이나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신이 없는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으면서 높은 수준의 협력과 응집력, 공공 신뢰를 보여준다. 어떻게 된 일일까. 저자는 이런 사회가 물질적인 풍요 아래 강력한 법질서와 잘 짜인 사회제도를 갖추어서 구성원 간의 협력과 신뢰를 위해 더 이상 종교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설명한다. “종교라는 사다리를 타고 꼭대기에 도달한 다음 그 사다리를 걷어차 버린” 것이다. 이런 설명은 고등교육을 받거나,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고 정부에 대한 신뢰가 높은 사회일수록 종교 의존성이 약한 현상을 이해하는 데 적합하다. 같은 맥락에서 종교의 미래도 전망한다.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극히 낮은 사하라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 독재정권에 시달리는 곳에서는 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거대 종교는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책을 해제한 캐나다 리자이나대 오강남 명예교수는 “종교에 대해 학문적 관심이 있는 연구자들은 물론 종교가 어떻게 생겨나고, 어떤 역할을 했는가 등에 관심이 있는 일반 독자들에게도 좋은 길라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천했다.

강구열 기자 river0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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