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자신에게 서울시장 직을 양보했던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대선에서 도와달라고 요청할 경우 "공사구분은 필요하다"고 말해 대권을 놓고 양보하는 일은 없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박 시장은 27일 중견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제 의지와 상관없이 대선주자로 오르내린 건 서울시정에 대한 기대 때문이지 시민 지지를 얻지 못했으면 이런 요구가 나오겠느냐"고 강조, 대권 도전 뜻을 드러냈다.
박 시장은 박근혜 정권에 대해선 "지금 국가는 국민을 위해 있는 게 아니라 국민 위에 있다"고 비판하면서 시대 리더십으로 통찰력, 실천력, 소통력을 꼽았다.
다음은 박 시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대선에 나선다면) 시장 임기를 못 채울 수도 있는데.
▲ 나라 기틀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상황에서 유력한 정치인으로서 내년 선거를 고민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자격이 없는 것이다.
공직자 운명은 국민 결정에 달려있다. 시대의 요구, 국민의 부름이 저한테도 해당되는건지 고민하고 있다.
제 의지와 상관없이 대선주자로 오르내린 건 서울시정에 대한 기대 때문이지 제가 시민 지지를 얻지 못했으면 이런 요구가 나오겠나. 막스 베버가 말한 소명으로서의 정치를 정말 생각하고 있다.
- 차기 대선에서의 시대적 과제는.
▲ 대한민국 룰을 바꾸는 것이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치면서 그 다음 시대 비전은 만들어내지 못했다. 다른 결과를 얻으려 하면서 같은 방법을 되풀이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 다른 정치인보다 비교우위에 있는 부분은.
▲ 시대의 요구와 이념대로 살아왔다.
인권이 필요할 땐 인권변호사를 했고, 사회개혁이 필요할땐 참여연대에서, 사회통합이 필요할 땐 아름다운재단에서 활동했다. 지방정부 혁신이 필요할땐 희망제작소를 만들었다.
-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를 평가한다면.
▲ 두 분 다 훌륭한 분이다. 명색이 대선주자로 올라있는 분들이 그냥 그렇게 된 것이겠나.
- 안 전 대표가 도와달라고 한다면.
▲ 큰 국가 위기와 미래가 달린 문제에서 공과 사를 구분하는 건 필요한 일이다. 안 전 대표와는 오랜 신뢰관계를 가져왔고 아직 깨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 유엔 사무총장 한분 배출하기가 쉬운 일인가. 자랑스럽다.
- 반 총장이 제3지대에서 손잡자면 잡을건가.
▲ 생각해본 적 없다.(웃음)
- 여권의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야당의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의원도 있는데.
▲ 메르스 사태 때도 지자체장들은 현장을 늘 파악하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머릿속에 그릴 수 있는 사람들이더라.
김부겸 의원은 야당이 절대 당선될 수 없던 곳에서 변화를 만들어낸 것만으로도 칭찬 받을만한 분이다.
- 서울시 청년수당에 대해 '표퓰리즘'이란 지적이 있다.
▲ 포퓰리즘이 아니라 리얼리즘이다. 절박한 청년에게 투자하는 게 포퓰리즘이라면 전 포퓰리스트가 되겠다.
- 격차 해소를 위해 가장 필요한 건.
▲ 1대 99의 사회 속에서 상위 1%에 의해 독식되는 걸 99%에 돌려주는 일이다. 낙수효과는 틀렸고, 분수효과로 바꿔야 한다.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 환자와 접촉한 1500명을 격리조치한 건 과잉대응이었단 지적도 있다.
▲ 그 조치가 메르스를 조기 종식하는 데 결정적 도움이 됐다. 늑장대응보단 과잉대응이 낫다.
- 구의역 사고는 큰 실망을 안겨줬다.
▲ 임기 5년간 가장 뼈아픈 잘못이었다. 서울메트로 위험업무 외주화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다. 쓰지만 좋은 약이 되고 있다.
- 국무회의에서 본 대통령은 어떤 리더십을 가졌던가.
▲ 국가 원수에 대해 평하는 건 적절치 않다. 답하지 않는 걸로 하겠다.
다만 아쉽다. 유일한 야당 출신인 제가 발언하면 오히려 격려할 수 있는 것 아니냐. 몇년간 긴밀한 대화가 없었단 건 유감이다.
- 박 시장이 생각하고 있는 리더십은.
▲ 우리 시대 중요한 리더십은 통찰력, 실천력, 소통력이다. 지금은 영웅의 시대가 아니고, 과거 권위주의적 대통령을 가질 수 없다.
- 개헌론에 찬성하는지.
▲ 개헌이 당파입장에 따라 논의돼선 안된다. 국민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
그 중 하나가 자치와 분권이다. 다만 헌법을 고치지 않고 여야합의로 법률로 고칠 대목도 많다.
- 북핵문제 해결책이 있는지.
▲ 북이 호전성을 갖고 있기에 국방력을 발전시켜야 한다.
평화의 길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한미동맹은 너무나 중요하다. 한미, 한일 무역규모보다 많은 중국과의 관계도 놓칠 수 없다. 양자택일할 관계가 아니다.
이 정부에서 몇차례 핵실험이 일어났는데 그런 잘못에 대해 인정하고 대안을 내는 게 중요하다.
- 사드배치와 핵무장론에 대한 생각은.
▲ 사드는 주변국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되는 복합적 문제다. 국회에도 충분히 이해를 구했어야 한다.
의장이 신문을 통해 봤단 게 대체 이해가 가나. 가장 중요한 안보정책은 국민 단결이다. 한반도에 핵은 어떤 경우에도 배치돼선 안 된다.
- 아들 병역문제에 대한 생각은.
▲ 처음에 참았는데 계속 문제제기해 공개검증했고 문제없다고 밝혀졌다.
그런데도 계속해 결국 고발했고 1심에서 문제제기한 분들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제가 이 정부에서 가장 탄압받는 사람이 되고 있다. 국정원의 박원순 제압문건도 사실로 밝혀지고 있고, 어버이연합이 절 상대로 10번이나 시위했다. 언론사 팀장들이 "위에서 시장 비판하는 기사를 쓰라고 한다"고도 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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