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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들이 뭉친 게 '아재연합'?…곤혹스러운 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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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22 20:00:00 수정 : 2016-10-22 19:4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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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한국 주도 아시아헌법재판소연합의 약칭 '아재연합' 널리 보급 / SBS '꽃놀이패'에서 아재들의 결탁을 '아재연합'으로 부르며자 당황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전경. 헌재는 아시아 국가들 헌법재판기관의 연합체인 아시아헌법재판소연합을 이끌고 있으며 일반 국민이 부르기 쉽게 ‘아재연합’이란 약칭을 널리 보급했다.
 헌법재판소 관계자 A씨는 최근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아재연합’을 검색하다가 깜짝 놀랐다. 한 지상파 방송사가 방영 중인 ‘꽃놀이패’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기사들이 화면 상단을 가득 메웠기 때문이다.

 기사를 클릭해 읽어 보니 요즘 유행하는 중년 남성을 뜻하는 ‘아재’라는 단어와 아재 몇 명이서 서로 뭉쳤다는 뜻의 ‘연합’을 합성해 아재연합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A씨는 당황했지만 ‘뭐 이런 우연이 다 있나’ 싶은 생각에 피식 웃음을 내뱉었다.

 22일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아재연합은 ‘아시아헌법재판소연합’의 약칭이다. 아시아헌법재판소연합은 아시아의 민주주의 발전과 법치주의 실현, 국민의 기본적 인권 증진에 기여하고자 2010년 7월 창설된 아시아지역 헌법재판기관 협의체다. 한국, 러시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등 16개국 헌법재판기관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한국은 아시아헌법재판소연합의 초대 의장국으로 지난 2012년 서울에서 창립총회를 열었다. 최근에는 아시아헌법재판소연합의 상설 연구사무국을 서울에 유치하는 등 연합 내부에서 여전히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헌재는 아시아헌법재판소연합 창립 직후부터 사람들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아재연합이란 약칭을 만들어 널리 보급했다. 헌재가 만들어 배포한 상당수 보도자료는 “아시아헌법재판소연합(이하 ‘아재연합’)”이란 표현을 담고 있다.

SBS가 방영 중인 ‘꽃놀이패’의 한 장면. 안재환과 서장훈, 두 ‘아재’가 친하게 지내며 행동을 함께하는 사례가 늘자 ‘두 아재가 뭉쳤다’는 뜻에서 둘을 아재연합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SBS 화면 캡처)
 SBS가 9월 방송을 시작한 ‘꽃놀이패’는 서장훈, 안재환, 이재진, 은지원 등 방송인이 출연한다.  2박3일의 여행 동안 시청자들의 생방송 투표를 통해 연예인 6명의 운명을 시청자가 직접 선택하는 여행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지향한다. 최근 방영분에선 축구선수 출신 안재환과 농구선수 출신 서장훈이 서로 행동을 같이하는 장면을 자주 선보였는데, ‘두 아재가 서로 뭉쳤다’는 뜻에서 아재연합이란 표현을 쓰며 자막도 내보냈다.

 아시아 국가들의 헌법재판기관으로 구성된 국제기구를 이끈다는 자부심이 대단한 헌재는 아재연합이 방송과 온라인 공간 등에서 ‘아재들이 뭉친 연합’을 희화화하는 의미로 쓰이는 것에 약간 속앓이를 하는 모습이다. 최근 배포한 보도자료에선 종전의 “아시아헌법재판소연합(이하 ‘아재연합’)” 대신 “아시아헌법재판소연합”이란 표현을 쓰고 약칭을 아예 생략한 채 정식 명칭만 사용하기도 했다.

 헌재 관계자는 “방송에서 아재연합이란 표현을 쓰는 것에 뭐라 토를 달 수는 없겠지만 사람들이 ‘아재연합‘ 하면 ‘아, 아재들이 서로 뭉친 연합’이란 반응을 보일까봐 좀 걱정이 되기는 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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