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북한 매체에 이어 중국 정부가 이날 국경공동위 개최를 공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북·중은 1962년 변계(邊界·국경)조약, 1964년 변계조약에 관한 의정서 등 양자 간에 맺은 국경 관련 조약이나 의정서의 존재를 공식 확인한 적이 없다. 이번 3차 회의에 앞서 열렸다는 1, 2차 국경공동위도 공개한 바 없다. 정부 당국자는 국경공동위와 관련해 “1986년 체결됐으나 공개한 바 없는 북·중 국경안전질서의정서(국경지역 안전 및 사회질서 유지를 위한 상호 의정서)에 근거해 설치한 기구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경공동위의 근거가 되는 것으로 알려진 북·중 국경안전질서의정서 내용도 공개되지 않고 있으나 북한이 1957년 옛 소련과 맺은 북·소 국경질서협정이나 이날 루 대변인의 언급을 보면 내용을 추정할 수 있다.
북·소 국경질서협정이 대체로 국경선의 공동 검증, 국경선 표지 유지, 국경선 불법통과 방지, 국경지역에서의 자연재해 발생 시 상호 협조 등을 골자로 하는 점을 볼 때 북·중 국경안전질서의정서도 비슷한 성격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박근혜정부가 탈북 유인 정책을 전개하는 가운데 북·중 접경지역에서의 탈북자 관리와 관련한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4년 유엔에 제출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COI) 보고서에서도 중국의 탈북자 북송 문제와 관련해 이 의정서 존재 여부가 언급됐다.
국경선 재검증도 핵심 포인트다. 압록강, 두만강 지역은 퇴적 작용이나 홍수로 북한에 속한 섬이 중국 쪽 육지와 붙어버리는 것과 같은 지형 변화가 일어나 북·중 간 갈등 요소가 되고 있다. 압록강 하구의 섬인 황금평이 오랜 퇴적으로 중국 땅에 붙어버린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8월29일∼9월2일 대규모 홍수로 두만강 지역 지형에도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러 간 조약·협정이 개정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1986년 체결 후 1998년 개정된 이 의정서의 재개정 문제가 협의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자연재해 발생 시 양측의 협력 방안이나 서해 어장 수역 문제가 논의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이번 류 부부장의 방북이 대북 압박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외교부 조준혁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류 부부장 방북과 관련한 동향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정부는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강력한 대북 압박에 건설적 역할을 하도록 각급 차원에서 전략적 소통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루 대변인은 류 부부장이 북핵 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할 것이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김청중 기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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