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여행] 저벅저벅… 선인들의 정취가 묻어난다

입력 : 2016-10-27 14:00:00 수정 : 2016-10-26 21:19:3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가는 가을… 아쉬움 달래줄 걷기 좋은 길
경북 안동 유교문화길 2코스 하회마을길
날씨가 조금씩 쌀쌀해지고 있다. 어느새 가을 한복판이다. 조금만 더 있으면 겨울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날이 추워질 것이다. 짧은 가을을 우리 선조들의 숨결과 함께 만끽해 보자. 궁궐과 능, 사찰 등의 고즈넉한 분위기는 가을의 낭만을 한층 더 깊게 해줄 것이다. 연인, 가족과 추억 하나를 더 쌓고, 지나가는 가을의 아쉬움을 달래기에 이만한 데가 없을 듯싶다.

◆옛 왕국의 흔적을 찾아

꼭 지방을 가야지만 가을 풍경을 물씬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 도심의 고궁에서도 가을 분위기를 한껏 즐길 수 있다. 종묘와 창덕궁을 만나는 도심고궁나들길은 8.6㎞ 구간이다. 3∼4시간 걸리는 이 길은 조선의 정궁인 경복궁에서 시작해 조선궁궐의 원형이 잘 보존된 창덕궁과 후원을 거쳐 창경궁을 거닌 후, 역대 왕과 왕비들의 신위를 모신 종묘에서 걷기를 마무리한다. 걷는 거리는 10㎞가 채 안 되지만 아름다운 전각과 연못들을 감상하다 보면 걷는 시간은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조선왕조의 왕과 왕비가 살아생전 지내던 궁궐과 사후 신위를 모시는 종묘까지, 이 길은 조선왕조 문화를 대표하는 문화유산길이다.
서오릉나들길_명릉

경기 고양의 서오릉은 대표적인 조선왕릉 중 하나다. 서오릉나들길은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 가볍게 나들이 떠나기에 좋다. 서쪽의 다섯 왕릉이 모인 서오릉은 사극의 단골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왕과 왕비의 능이 모여 있어 우리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오는 장소다.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왕릉과 소나무 숲길을 따라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조선 제19대 왕 숙종과 계비 인현왕후, 두 번째 계비 인원왕후의 능인 명릉은 매표소 반대방향에 있으니 놓치지 말자.
사비길

백제역사유적지구는 공주와 부여, 익산에 분포돼 있는 8개의 고고학 유적지를 말한다. 특히 부여엔 사비성과 관련된 관북리 유적 및 부소산성, 정림사지, 능산리 고분군, 나성 등 가장 많은 유적지가 있다. 이 유적지를 사비길에서 모두 만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껍데기는 가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말하는가’라고 외친 시인 신동엽의 생가와 백제의 문화유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국립부여박물관도 있어 가족과 함께 선인들의 정취를 느끼며 걷기에도 좋은 길이다.
석굴암-불국사길

경북 경주 석굴암과 불국사는 신라인들의 창조적 예술감각과 뛰어난 기술로 조영한 불교 조각과 건축물로, 토함산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어우러져 한국 고대 불교예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토함산은 신라 사람들이 동악이라고 부르며 신성시하던 진산이다. 불국사와 석굴암은 신라 경덕왕 시절 재상 김대성이 지었는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일 뿐만 아니라 199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한두 시간으로 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천천히 시간을 가지고 둘러보며 몇 번이고 되새겨 봐야 한다.

◆자연과 조상의 삶을 가까이서
고창 예향천리마실길 7코스 고인돌길

고창, 화순, 강화의 고인돌 유적은 기원전 1000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장례 및 제례를 위한 거석문화 유산이다. 그중 전북 고창 고인돌은 규모가 크고 다양한 형태로, 죽림리 매산마을 한가운데에 있다. 덮개돌의 모양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고인돌 442기가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고창예향천리마실길 7코스 고인돌길의 종착지에서 만나게 된다. 이 길은 성을 한바퀴 돌면 다릿병이 낫고 두 바퀴 돌면 무병장수하며 세 바퀴 돌면 극락승천한다는 고창읍성에서 시작해 판소리를 집대성한 동리 신재효 선생 생가를 거쳐 고인돌유적에 이르게 된다.
유교문화길

경북 안동 유교문화길 2코스 하회마을길에서는 굽이 흐르는 낙동강을 따라 산길, 들길을 지나 병산서원과 하회마을을 만난다. 

이 중 하회마을은 민속적 전통과 건축물을 잘 보존한 풍산유씨의 씨족마을이다. 유성룡 등 많은 고관을 배출한 양반 고을로, 임진왜란 피해도 없어서 전래의 유습이 잘 보존돼 있다. 허씨 터전에, 안씨 문전에, 유씨 배판이라는 말대로 최초의 마을 형성은 허씨들이 이룩해, 하회탈 제작자도 허도령이었다고 하며, 지금도 허씨들이 벌초를 한다고 한다.
갸야산소리길_해인사

경남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은 15세기에 건립됐으며 대장경 목판 보관을 목적으로 지어진 세계에서 유일한 건축물이다. 천년고찰 해인사를 감싸안은 가야산은 가장 높은 봉우리가 해발 1430m의 상왕봉이고 우두산, 설산 등으로도 불렸다. 가야산의 상왕봉과 두리봉 골짜기에서는 낙동강의 지류인 가야천이 발원하는데 이 냇물이 해인사 앞을 지나면서 붙은 이름이 홍류동계곡이다. 단풍이 비친 냇물이 붉은빛을 띤다고 해서 홍류동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옛 사람들은 홍류동계곡을 넘나들며 해인사를 올랐는데, 지금은 계곡 옆으로 찻길이 나면서 옛길의 일부는 찻길 아래로 묻히고 더러는 잊혔다. 가야산국립공원에서 이 옛길을 복원해서 걷는 길을 만들었다.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를 동무 삼아 걷는 길이 바로 가야산소리길이다.
제주지오트레일_성산오조트레일

제주 성산·오조 지질트레일 코스의 성산리는 제주의 동녘 끝 성산반도에 자리한 마을로 영주십경 중 제1경이다. 더 없이 장엄한 일출 경관을 보여주는 성산일출봉을 품고 있다. 오조리는 성산일출봉에서 서쪽으로 900m 거리에 자리하고 있으며 널따란 내수면과 어우러지며 담백한 동양화처럼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품고 있다. 따뜻하고 평화로운 마을 분위기 속에서 황근 자생지로 알려졌을 뿐만 아니라 흥미로운 전설을 품고 있는 오름 식산봉, 화산활동으로 뜨거웠던 튜물러스(내부의 용암이 표면을 빵처럼 부풀어 오르게 만든 현상) 등을 만날 수 있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