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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 딛고 촉망받는 조각가로 우뚝 선 신재환 작가

입력 : 2016-11-16 15:39:59 수정 : 2016-11-16 15:3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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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 장애를 딛고 촉망받는 조각가로 우뚝 선 신재환(43)작가의 삶은 한마디로 인간승리다. 장애를 긍정의 에너지로 삼아 나름의 예술세계를 풀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를 예술로 승화시키기 위해 그는 매일 시간을 잊고 바람 소리와 새의 지저귐을 마음속으로 들으며 가슴이 갈망하는 것 그대로를 돌에 새겼다. 

신재환 조각가(왼쪽)가 응원차 작업실에 들른 어머니와 전시얘기를 나누고 있다.
22일까지 서울 압구정동 청작화랑에서 열리는 ‘신재환의 둥지-20년의 조각일기’는 신씨의 장애승리 기록이다. 신 작가를 말할때 늘 그의 모친인 손성례 청작화랑 대표를 빼놓을 수 없다.화랑을 시작하게 된 것도 아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어서였다,

"재환이가 초등학교 5학년때 내게 스크렙한 신문기사 하나를 내밀었어요. 청각장애가 있는 운보 김기창화백의 기사였어요. 자기와 닮았다며 자기도 화가가 되겠다는 거에요.“

손 대표는 아이의 손을 잡고 생전의 운보선생을 찾아가 뵙기도 했다. 운보 초대전도 열며 아이에게 멘토를 만들어 주었다. 신 작가는 처음엔 동양화를 배웠지만 성장하면서 조각에 더 관심을 보였다. 이번엔 어머니 손대표는 ‘돌조각의 대부’ 전뢰진 선생 문하로 아들을 이끌었고 7년간 조각을 익혔다. 돌조각은 망치로 3년을 쳐야 자기손을 안친다고 할 정도로 어려운 작업이다.

둥지 시리즈
신 작가는 청각장애에도 불구하고 어린시절부터 피어노까지 배웠다. 특수 음감각기를 이용해 보다 넓은 감성의 세계를 열어주고 싶은 어머니 마음에서다. 이런 정성은 5수끝에 대학(상명대학교 조소전공)에 들어가는 결실로 이어졌다. 대학원(서울시립대학교 대학원 환경조각과)까지 들어가자 학교 경비아저씨들도 축하를 해줬을 정도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밤늦게까지 작업한 모습을 지켜봤던 산증인들이다.

손은 사람에게 가장 예민한 또다른 감각기관이란 말이 있다. 가장 다양한 표정과 음성을 가진 손으로 신 작가는 일반인들이 다다를 수 없는 장애 너머의 세계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은 공평하다고 했다. 신 작가는 장애가 주는 또 다른 깊이를 깨닫고 자유자재의 경지에서 사랑, 행복, 가정의 평범한 일상을 돌에 되살려내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돌을 밀가루 반죽하듯 유연하고 감각적으로 버무린다.

신 작가는 “그동안 살아온 기적과 앞으로 살아갈 기적을 꿈꾸며 이태백이 산수 환경과 공간 환경을 시로 읊듯 현대인의 행복을 돌에 새겨 나갈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편완식 선임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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