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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우리는 HIV를 정복할 것이다, 반드시'

입력 : 2016-12-06 15:00:00 수정 : 2016-12-06 14: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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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에 사는 루얀다 응코보의 하루는 찬장에서 AIDS 치료제 중 하나인 ‘네비라핀(nevirapine)’을 꺼내 복용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정확한 나이가 알려지지 않은 응코보는 평생 하루 두 번 네비라핀을 먹어야 한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응코보는 ‘왜 하필 나야? 왜 내가 그런 약을 먹어야 하지? 왜 이런 병에 걸려야 했지?’라고 누군가 생각하겠지만 자기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태어날 때부터 엄마에게 HIV를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현실을 받아들였기 때문일까? 다른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당해도 응코보는 자기를 탓해본 적이 없었다.

“한 번도 누군가를 탓해본 적 없어요. 엄마도 그렇고요. 엄마가 일부러 제게 HIV를 물려주시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CNN과의 인터뷰에서 담담하게 말한 응코보. 그는 남아공 HIV 보균자를 위한 치료제를 개발 중인 의료당국과 손잡고 스스로 실험 대상이 되었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11월부터 남아공에서 지원자 5400명을 대상으로 HIV 치료제 임상시험을 진행키로 지난 5월 결정했다.

참가자들은 2009년 태국에서 진행된 실험 성과를 토대로 만들어진 치료제를 복용해야 하는데, 임상시험 결과는 2020년쯤에야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히 오랜 기간 나라를 위해 자기를 내놓아야 하는 셈이다. 태국에서 진행됐던 실험은 3년간 HIV 감염률을 31% 정도 감소시키는 성과를 거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의학계가 태국에서의 실험 성공을 발판삼아 남아공에서 진행되는 임상시험으로 HIV 감염률을 최대 60%까지 낮출 것으로 기대한다고 CNN은 전했다. 응코보의 헌신은 자기뿐만 아니라 남아공 사람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응코보는 자기가 참여 중인 시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직 남아공에서는 HIV 보균자를 보는 시선이 싸늘하기 때문이다. 보균자는 아무 데서나 기침도 못한다.

HIV를 치욕스럽게 바라보는 사람들 때문에 보균자들은 실체를 드러내놓고 살지 못한다. 치료제 임상시험에도 나서길 꺼리는 이유다. 비록 임상시험에 참여하지만 응코보는 남아공에 얼마나 많은 보균자가 있고, 누가 치료를 받는지조차 모른다고 했다.



임상시험 참가자 모집에 나섰던 노로 춍고이는 쇼핑몰에서 지원자들을 찾았으나 누구도 그의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았다. 저마다 쇼핑에만 관심이 있을 뿐, “남아공 역사 한 페이지에 남을 수도 있다”는 춍고이의 호소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어렵사리 두 젊은 여성에게 다가선 춍고이는 자기를 피하려던 이들을 설득해 HIV 감염의 위험성을 당부하는 데 성공했다. 비결이 뭘까?

춍고이는 “여성들에게 ‘성관계’를 예로 들었다”며 “그들은 자기 몸을 보호하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그는 “피임기구를 쓰더라도 HIV 감염을 완전히 막을 수 없다고 했다”며 “그들에게 ‘여러분의 남자친구가 콘돔을 쓰지 않겠다고 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노출 전 예방요법(pre-exposure prophylaxis·PrEP)’ 참가를 위해 현지의 한 연구소에서 문진표를 작성하던 아조라 다예니도 HIV에 감염만은 원치 않았다. ‘PrEP’는 HIV에 감염되지 않은 이에게 항레트로바이러스 약물을 먹도록 해 감염을 막는 방법이다.

다예니는 “남자친구가 있지만 그를 완전히 믿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노출 전 예방요법이 날 보호해주리라 믿는다”며 “약만이 HIV에 맞설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예니의 꿈은 간호사다.



남아공에서 HIV 맞서기에 총력전을 다하는 베커 박사는 임상시험 과정이 책 한 권을 쓰는 것과 비슷하다고 봤다. 그는 “우리는 절반을 써 내려왔다”며 “아직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HIV에 관한 ‘마지막 장’을 곧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미래는 낙관적이지 않다.

CNN은 “남아공 정부가 최근 연구예산 비중 재조정에 들어갔다”며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모이는 연구비나 지원자들이 줄어들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만에 하나 차질이 생긴다면 더 나은 세계를 향한 준비는 점점 미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미국 CNN 영상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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