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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소재… 우리 이야기… 한국 미술의 의미 찾다

입력 : 2016-12-06 20:52:20 수정 : 2016-12-06 20:5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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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중견작가 3인 찬바람 부는 화랑가에 중견작가들의 작품이 훈풍이 되고 있다. 한국적인 생활소재와 자신들의 삶의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들이다. 김근중, 김선형, 이길우 작가를 두고 하는 말이다.

생전에 박수근 화백은 작가노트에서 “왜 화가들은 우리 소재를 우리 식으로 그리려는 생각을 않고 서양풍으로만 그리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그에게 똑같은 소재만 그린다고 혹평하는 이들에겐 “우리의 생활이 그런데 왜 그걸 모두 외면하려는 걸까?”라고 반문했다. 이제 한국미술도 서구미술이 생산한 의미만을 소비하는 아류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한국미술의 글로벌화는 한국미술의 의미 찾기다. 한국인의 삶 속에서 만들어진 의미만이 진정 세계인과 소통하고 감동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만의 스토리라인을 만들어 내야 세계인이 흥미를 갖고 한국미술을 향유하게 될 것이다. 미술애호가들이 일군의 중견작가들에 꾸준히 사랑을 보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욕망의 코드인 꽃의 이미지를 통해 인간 자화상을 그리고 있는 김근중 작가의 ‘꽃, 이전(花,以前)’.
김근중 작가는 꽃이라는 소재를 통해 ‘욕망하는 한국인의 삶’을 풀어내고 있다. 복을 염원하는 민화에 근원을 두고 있다. 라캉과 프로이트는 인간의 욕망과 결핍은 결코 만족되거나 채워질 수 없는 쌍두마차라고 했다. 상대방에게 자신의 욕망과 결핍을 진실하게 말하고 표현하는 그 순간에도 어쩔 수 없는 가공이 들어가게 된다. 김근중 작가의 꽃 그림이 그렇고 전통 민화가 그랬다.

“내가 영원히 욕망과 끊임없는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추격전 끝에 어느 순간 숨을 몰아쉬고 평안한 위안에 이를지도 모른다.” 서서히 형상이 흩어지고 있는 그의 꽃 그림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14일~내년 1월8일 통인화랑.

블루톤의 자연이미지를 통해 생명과 평화를 형상화하고 있는 김선형 작가의 ‘블루가든’.
김선형 작가는 전통산수화나 화조화를 이 시대의 감성으로 풀어가고 있다. 그의 작품에선 산수라는 의미에서 산과 물 어느 것 하나 직접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오직 산과 물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생명들, 그것도 평화와 고요, 적막의 느낌을 지닌 땅에 뿌리내리고 사는 식물 이미지들이 주로 나타난다.

“특정한 식물을 염두에 두고 그리지는 않는다. 보편적 식물이 지닌 특성만을 즉흥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풍경이 아니라 마음의 정원에 까갑다. 캔버스 위에서 붓질 놀이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식물 이미지들은 적자생존의 경쟁 이미지를 탈색시킨다. 그저 새와 풀과 이끼가 어우러진 절대 자유가 펼쳐지는 평화의 세계다.

“세상의 시끄러운 정치적 구호, 제도, 민족, 언어, 국가 같은 문명의 체계야말로 인간이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하여 만들어 낸 인위적 수단이 아닐까?”

그의 블루톤 그림은 그런 것들을 걷어내려는 노력을 했을 때 평화에 다가갈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31일까지 강남 예정갤러리.

자신을 태워 향을 내는 향불로 한지에 점(구멍)을 만들어 작업하는 이길우 작가의 ‘생의 환희’.
이길우 작가는 100% 닥으로 만든 순지를 향불이나 연필인두로 태워 수많은 구멍으로 연출한 뒤, 밑그림에 부착시키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어느 늦가을 답답한 마음에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는데 눈부신 역광 속의 말라가는 은행잎이 들어왔다. 마치 타들어가는 것처럼 보인 그것은 제 몸을 조금씩 소멸시키면서도, 또 다른 생(生)의 환희를 노래하는 듯했다.”

그는 향불 작업의 계기를 이렇게 말했다. 향불에 구멍 난 한지 너머로 다른 이미지들이 오버랩된다. 우리네 삶의 일상적 이미지들이다. 작가 아내의 학창시절 앨범속의 인물들로 등장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알왈리드 왕자와 중국 여배우 판빙빙(范冰冰)에게 그려준 초상화도 같은 기법이다.

“간혹 너무나 쉽고 간편한 방법으로 일관하는 일부 현대미술의 제작관행을 보고 심적 부담과 갈등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무의미한 행위의 반복일지라도 종국에는 값진 새 의미가 만들어지리라 믿는다. 일상의 작은 편린들이 하나둘 모아져 인생의 지도가 완성되는 이치다.” 13일까지 선화랑.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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