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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가 산책] 국립현대미술관의 구시대적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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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06 20:52:05 수정 : 2016-12-06 20:5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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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홀·피카소… 서구 유명작가 전시 치중 / “우리들의 이야기 치열하게 보여줘야” 국립현대미술관이 앤디 워홀, 리처드 해밀턴, 파블로 피카소 등 근현대 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전시한다고 한다.

우선 내년 2~6월 서울관에서 ‘앤디 워홀:그림자들’ 전시를 개최하는 데 이어 4~7월 덕수궁관에선 ‘예술이 자유가 될 때: 이집트 초현실주의자들(1938~1965)’ 전시계획을 밝혔다. 11월부터는 과천관에서 ‘리처드 해밀턴 회고전’도 진행한다.

앤디 워홀(1928~1987)전은 1978년 제작한 ‘그림자들’ 연작 102점을 선보이는 대규모 전시다. 영국의 대표적인 팝아트 작가인 리처드 해밀턴(1922~2011)의 회고전은 한·영 상호교류의 해를 맞아 기획했다. 후년에는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파블로 피카소의 예술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전시가 있을 예정이다. 국립현대미술관 마리 관장은 “피카소 전은 모더니티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전시가 될 것”이라며 “현대미술관 같은 기관에서 근현대 거장의 작품을 보여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서구 유명작가들의 전시에 국립현대미술관이 목을 매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서구중심적 사고이자 ‘서구 교양’에 대한 강박관념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제3세계 이집트 작가 전시는 기대할 만하다. 이집트가 근대 독립국으로 성장한 1930년대 이후 이집트 아방가르드 예술 운동의 궤적을 30여 작가의 작품 150여점을 통해 보여주는 전시인 ‘이집트 초현실주의자들’은 서구가 아닌 비주류의 시각에서 근현대 미술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볼 수 있는 전시라는 점에서 그나마 의미가 있다.

미술평론가인 동덕여대 심상용 교수는 “국립현대미술관이 가장 중시해야 할 역할은 ‘우리들의 이야기’를 치열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미 구닥다리가 된 서구 유명작가의 전시를 금과옥조처럼 보여주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2014년 광주비엔날레에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제시카 모건 감독이 정한 주제는 ‘터전을 불태우라’였다. 프랑스의 누보 레알리즘 작가 이브 클라인이 화염방사기를 사용해 그린 ‘불그림’ 연작으로부터 온 것이다. 그리고 클라인의 비물질적 회화의 영감은 일본의 선사상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적어도 서구중심의 물질물명에 대한 오류 제기다. 그것도 아시아의 사상으로부터 연원한 클라인의 불 그림의 영감이 영국의 큐레이터를 통해 광주비엔날레에 토픽이 된 것이다. 이 역설이 무엇을 말해주는지 우리 미술계는 고민할 때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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