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는 지난 3∼4일 서울·경기와 6대 광역시에 사는 15∼69세 1000명을 대상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및 국정위기’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6일 밝혔다.
박 대통령이 거취 결정을 국회에 떠넘겨 논란이 된 3차 대국민담화에 대한 평가에서도 응답자의 72.6%가 ‘정치적인 전략’이라며 꼼수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응답자 10명 중 9명(89.9%)이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세대별로는 10대(97.4%)의 부정적 응답률이 가장 높았고 20대(95.4%), 40대(95.1%), 30대(93.3%)가 그 뒤를 이었다.
박 대통령의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62.4%가 ‘즉각 퇴진’을 원했다. ‘국회에서의 탄핵 가결과 헌법재판소의 심리’라는 답변은 14.4%에 그쳤다. 박 대통령이 3차 담화에서 밝힌 ‘국회가 정하는 시기와 절차에 따른 질서 있는 퇴진’에 동의하는 응답자는 13.1%에 불과했다. ‘질서 있는 퇴진’을 선택한 응답자 중에서도 퇴진 시기에 대해서는 55.7%가 ‘4월’을, 28.2%가 ‘1월’을, 16.0%가 ‘다른 시기’를 꼽아 의견이 갈렸다.
박 대통령뿐 아니라 여야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도 상당했다. 현 사태를 해결할 정당별 능력에 대한 신뢰도를 묻는 질문에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고작 2.3%에 그쳤고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도 각각 14.9%와 7.4%로 저조했다. 여야 모두 촛불민심에 담긴 국민 대다수의 여망과 달리 당리당략과 박 대통령 퇴진 이후 집권욕에만 사로잡힌 행태를 보인 데 대한 분노와 실망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송석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의 탄핵과 사임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고 탄핵소추와 동시에 사임을 요구할 수 있다”며 “본격적인 개헌 논의는 새 정부 출범, 정착 이후에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설문조사 결과 발표 이후 열린 ‘탄핵 정국, 국가위기, 어떻게 건널까’ 주제의 제2회 서울대 국가정책포럼에서 송호근 사회학과 교수(국가정책포럼 조직위원장)는 “한국전쟁 이후 유례없는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며 “국민과 정치권 모두가 혼란비용을 최소화하고 국가와 사회의 공공 이익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합의하고 지켜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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