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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종이'로 먹고사는 프린트업계, '종이'를 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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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22 16:04:16 수정 : 2017-01-24 10:4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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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 공중전화 이어 '종이'도 사라질까 ‘종이’로 먹고사는 프린트업계가 종이를 버리고 변신 중이다. 최근 몇 년 간 불어닥친 모바일 중심 환경이 일상은 물론 사업 영역에도 자리잡으면서다. 언제부터인가 이들 프린트 업체의 신제품 간담회는 인쇄 이야기보다는 ‘클라우드’, ‘솔루션’, ‘스마트워크’ 등의 단어가 더 많이 들리기 시작했다. 집에서든 사무실에서든 인쇄할 일이 점점 줄어들면서 하드카피보다 문서전자화에 집중하는 경향이 뚜렷해진 것이다.

지난 11일 서울 정동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한국후지제록스는 클라우드, 모바일 중심으로 급변하는 사업 환경을 겨냥한 ‘스마트워크 게이트웨이(Smart Work Gateway)’ 솔루션을 전격 공개했다. 클라우드 서비스 허브, 스캔 자동화 서비스, 클라우드 프린트 등 3가지 서비스로 구성돼 진화된 IT환경, 기업환경에 맞게 다양한 업무 지원을 한다는 콘셉트다. 이 중 ‘클라우드 서비스 허브’는 한국후지제록스가 업계 최초로 선보이는 솔루션으로, 구글 드라이브·드롭박스·원드라이브 등 7개의 공용 클라우드 시스템을 최초 로그인만으로 한눈에 동시 관리할 수 있다.

한국후지제록스가 11일 간담회에서 공개한 ‘스카이데스크 미디어 스위치(SkyDesk Media Switch)’ 기술. 사진처럼 별도의 QR코드 등 없이도 자판기 속 음료캔을 촬영하면 제품 상세정보가, 음반 재킷이미지를 촬영하면 해당 음악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이날 스마트워크 게이트웨이보다 시선을 끌었던 기술은 이미지와 디지털 콘텐츠를 연결해주는 ‘미디어 스위치’였다. 인쇄된 이미지를 모바일 기기로 촬영하기만 하면 웹사이트, 동영상, 음성 등 전자정보로 연결돼 크로스 마케팅 툴로 활용할 수 있다. 이대로라면 수천∼수만장의 전단지를 찍어내고 뿌려대던 시절은 옛말이 될듯하다.

실제로 아래 사진처럼 자판기 속 캔을 촬영하니 곧 음료수에 대한 상세정보가 스마트폰에 나타났다. QR코드와 비슷한 원리지만 내용 수정이 보다 용이하고, 별도로 코드제작이나 공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이는 별도 안내를 잘 해놓지 않으면 고객들이 ‘미디어 스위치’가 되는지 알기 힘들다는 점에서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촬영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야 하는 점도 번거롭게 느껴진다. 향후 해결해야 할 지엽적인 과제쯤 되겠다.)

미디어 스위치 전용앱을 통해 촬영하면(왼쪽) 즉시 제품 상세정보(오른쪽)를 확인할 수 있다. 웹페이지, 동영상 등 연결된 디지털 콘텐츠는 언제든 수정이 가능하고 바로바로 반영된다. 접속 고객 정보가 쌓이면 빅데이터화도 가능하다.
후지제록스 외에도 HP, 캐논, 엡손 등 프린트 업체들은 일찌감치 ‘클라우드 솔루션’ 영역을 향후 주력 사업으로 선정하고 관련 서비스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대세가 된 ‘종이 버린 프린트업계’의 경향은 동전, 자판기, 공중전화 등 많은 향수 아이템들에 이어 종이 역시 사라짐의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는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여전히 책이나 신문은 영원할 거라 보는 이들이 많지만, 당장 소멸하지 않을뿐 점점 사라지는 수순을 밟는듯 보이기도 해서다. 실제로 새해 벽두부터 북센과 함께 양대 출판도매상 중 하나인 송인서적이 1차 부도를 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다. 신문·잡지·책·만화 등 모든 종류의 출판물이 전자문서 형태로 더 활발히 배포되는 시대다. 늦은 밤 다 쓴 기사를 인쇄소에 보내 ‘판을 마감하던’ 신문사들은 새벽에 변동·추가된 팩트들을 ‘PDF판’에서 몇 초 만에 간단히 수정한다.

태블릿 전문기업 와콤(Wacom)이 디지털 시대에도 종이공책의 필기감을 살려 아날로그 방식을 느낄 수 있도록 한 스마트패드 ‘뱀부 슬레이트’. 어떤 종이든 해당 패드 위에 올려 전용볼펜으로 필기하면 블루투스로 연결된 스마트 기기에서 실시간 디지털화된다.
최근 한켠에서 나타나는 아날로그 감성 부활의 움직임 또한 종이가 사라지는 시대를 예견한다. 소니의 LP턴테이블, 몽블랑의 디지털 만년필 등 ‘디지털 속 아날로그 감성’ 트렌드는 다시 아날로그의 시대가 온다기보다는 대세 자리를 꿰 찬 디지털이 ‘한 물 간’ 혹은 ‘사라지기 일보직전인’ 아날로그에 베푸는 아량처럼 느껴져서다. 이러한 분위기에 맞춰 종이·기록물 영역에서는 태블릿 전문기업 와콤이 종이에 쓴 필기내용을 실시간 디지털화할 수 있는 아날로그 감성의 스마트패드 신제품을 선보였다. 종이공책과 스마트 기기, 클라우드, PC를 기반으로 한 IT 환경을 연결하고자 한 새로운 시도다.

글·사진=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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