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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불 끈 '광역버스 대란'…여전히 해결책은 없다

입력 : 2018-08-17 08:00:00 수정 : 2018-08-16 22: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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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난을 호소하며 운행중지를 예고했던 인천 광역버스 업체 6곳이 폐선 신고를 철회하면서 우려했던 수도권 교통대란은 다행히 일어나지 않게 됐다. 하지만 구체적 대응방안이 없어서 같은 일이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

박준하 인천시 행정부시장은 “인천시는 광역버스 노선이 폐선되면 (완전) 공영제 형태로 시가 직접 운영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며 “시가 사업면허를 반납받는 방안까지 고려하자 폐선 신고를 철회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16일 밝혔다.

시는 이날까지 광역버스 업체들이 제출한 폐선 신고서에 대한 답변을 주기로 되어 있었다.

◆ 인건비 상승 등 경영난 호소…폐선 시 교통대란 우려

인천 시내 6개 광역버스 업체는 지난 9일 폐선 신고서 제출 때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인건비 상승 등 경영난이 심각하다며, 시 재정지원이 없을 땐 오는 21일부터 19개 노선 259대의 운행 중단을 예고했다.

노선 폐지를 신고했던 업체는 신강교통(1100·1101·1601·9501·9802번), 인강여객(9100·9200·9201번), 선진여객(9300·1800번), 천지교통(1300·1301·1302·2500번), 마니교통(1000·1400·1500·9500번), 신동아교통(1200번)이다.

인천 광역버스 28개 노선 344대 중 75.3%에 이르는 규모며, 신촌·홍대·강남·서울역 등 서울 시내 거점을 지나 수도권 출퇴근 및 통학로의 중요한 다리 역할을 담당해왔다는 점에서 폐선이 현실화할 경우 대규모 교통대란이 일어날 거라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10일 오전 인천시청 앞에 인천과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들이 세워져 있다. 광역버스 업체들은 경영난을 호소하며, 인천시에 버스 준공영제 도입을 촉구하고자 버스들을 이곳에 가져왔다. 연합뉴스.


◆“인천시가 광역버스 준공영제 약속 안 지켜”

업체들은 앞서 경영난을 호소했다. 광역버스에는 ‘인천광역버스 및 근로자대표 일동’ 명의의 안내문도 붙었다.

안내문은 “인천시는 2009년 8월 간선과 지선버스를 대상으로 준공영제를 도입했지만 광역버스는 지금까지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며 “고속도로를 경유하는 버스로서 숙달된 근로자가 확보되어야 하고 질 좋은 서비스 기대감 상승만큼 시내버스보다 우선적으로 준공영제에 참여해야 했으나 인천시는 재정적인 문제를 앞세워 현재까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상태다”라고 밝혔다.

버스 준공영제는 민간업체가 버스노선을 운영하되 운송원가 대비 적자를 공공기관이 전액 지원해 주는 제도다. 이용률이 낮은 원도심의 비인기 노선도 재정 투입으로 버스 운행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익성이 강한 제도다. 업계 등에 따르면 준공영제를 ‘시내버스’에만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

 
인천과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에 붙은 안내문 일부. 김동환 기자.


안내문은 “근무형태와 임금수준 등의 격차로 대부분 종사자가 준공영제 업체를 선호하는 상황”이라며 “경기도 광역버스나 인천시 준공영제버스로 이직해 광역버스 업체들은 운전기사 부족으로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안내문은 그러면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부심과 사명감을 갖고 버텼으나, 계속 이어진 적자 운행 및 근로자의 열악한 처우에 따른 광역버스 근로자 부족으로 해당 사업을 지속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이르렀다”면서 “인천시에 면담을 요청했지만 계속 거절당해 부득이하게 폐선 신청서를 제출, 21일부터 운행을 중지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시내버스에는 준공영제에 근거해 연간 1000억원의 예산을 지원하면서 광역버스에는 한 푼도 지원하지 않는 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분 등 23억원을 지원해 주겠다고 했다가 검토 필요를 이유로 계획을 철회한 인천시 태도 등에 업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업체 중 한 곳의 관계자는 최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시내버스에 먼저 준공영제를 적용한 뒤, 광역버스도 시행한다는 약속을 인천시가 지키지 않고 있다”며 면허를 인천시가 관리하므로 지원도 시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인천시 “준공영제 약속 없었다”…임시 수송대책 마련까지

시는 ‘약속’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박 부시장은 광역버스 업계에 재정지원을 약속한 부분은 전혀 없다면서, 23억원 지원 등 임시 대책으로는 현 사태를 풀 수 없다는 원칙을 훼손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시는 공영제와 함께 전세버스를 광역버스 주요 구간에 투입해 시민들을 수송한다는 계획도 마련했다.

 
16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인천시청 기자회견실에서 박준하 인천시 행정부시장(사진)이 인천 광역버스 업체들의 노선 폐선 신청에 대한 시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인천시청 제공.


공영제 카드가 나오자 일각에서는 민영제인 시내버스 운영 체계를 공영제로 옮기려 한 강원도 춘천시의 예를 들며 막대한 세금이 들어갈 거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 매체에 따르면 강원도 춘천시는 경영 개입으로 재정 투명성, 건전성이 높아지고 노선 통폐합 및 신설 등의 개편도 용이해져 승객의 편의가 향상된다는 이유에서 공영제 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호봉제 도입에 따른 인건비 상승, 복리 증진과 유지관리비 등으로 수백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춘천시의 한 관계자는 해당 매체에 “준공영제나 공영제로 공공성이 강화되고 시민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만 재정에 부담이 가고 혈세를 과도하게 투입한다는 시각도 있어 심사숙고해야 할 사항”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인천시는 공영제라는 틀만 잡되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규모의 예산이 들어갈지는 계산해두지 않았다. 폐선 신고서 제출 이후 결정까지 남은 기간이 매우 짧았고, 액수를 계산하기보다는 시민 수송 대책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해서다.

◆“이번 기회에 준공영제도 손을 봐야 한다” 주장 제기

이번 일을 계기로 시내버스에 적용된 준공영제도 손을 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인천시는 지난 2009년 도입한 시내버스 준공영제가 당시 회계감사권한을 내준 부실합의 탓에 10년째 비난받고 있다.

시는 준공영제를 도입하면서 시내버스운송조합과 ㈔시내버스수입금공동관리위원회에 회계감사권한을 위임했다. 이 때문에 한해 1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지원하면서 세금이 공정하게 집행되는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시내버스업체는 직원급여를 부풀리는 등의 수법으로 사업주가 보조금을 착복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다른 회사에서는 대표가 보조금을 횡령한 혐의로 경찰수사를 받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시내버스 준공영제 투명성 문제 지적과 관련해 박 부시장은 “개선책을 며칠 만에 내놓긴 어렵지만 고심 중”이라며 “제도 투명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이 부분은 버스 업체들에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광역버스 업체들 “시 결정에 내부 논의”

광역버스 업체들은 시 결정을 두고 논의에 들어갔다. 한 업체 관계자는 “향후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는 세계일보의 질문에 “내부에서 회의를 거칠 예정”이라고 답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비슷한 내용의 답변을 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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