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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질 칠판' 사주고 뒷돈 챙긴 '저질 교장'

입력 : 2009-09-25 11:40:51 수정 : 2009-09-25 11: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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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체서 뇌물받은 전·현직 교육공무원 등 적발
조달청 직원은 납품가 조작… 사이비기자는 홍보
질 낮은 칠판을 사주고 수백만원을 뒷돈으로 받아 챙긴 각급 학교 교장 11명이 적발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4일 칠판 제조업체를 운영하며 실제보다 비싼 가격에 계약한 것처럼 꾸며 수십억원의 부당이득을 본 D사 회장 박모(58)씨에 대해 횡령 등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박 회장 청탁을 받고 칠판 조달단가를 높게 책정해 준 조달청 공무원 이모(41)씨와 D사 제조 칠판 납품을 학교에 알아봐 주고 납품액의 25%를 받은 경기 모 초등학교 학교운영위원장 추모(49)씨 등 2명에 대해서도 뇌물수수, 알선수재 등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D사 칠판을 사주고 추씨 등에게서 사례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서울 모 초등학교 교장 김모(61)씨 등 수도권 초·중·고교 교장 11명 등 전·현직 교육 공무원 18명과 브로커 24명을 불구속 입건하거나 교육 당국에 기관 통보했다.

경찰 조사결과 조달청이 칠판 납품단가를 정하면 각 학교는 이 가격에 맞춰 자율적으로 칠판 납품업체를 선정하는데, 조달청 공무원 이씨는 박 회장 부탁을 받고 문서를 조작해 칠판 단가를 99만원에서 110만원으로 높게 책정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박 회장은 브로커 등을 통해 전방위 로비를 벌여 지난 4년여간 서울과 경기 지역 300여개 학교에 칠판 38억3000여만원어치를 납품했다. 전직 교장과 교감, 학교 운영위원 등 교육계 인사로 구성된 브로커 26명은 총 판매 금액의 20%에 해당하는 7억1700만원을 소개료로 챙겼다. 학교 교장과 행정실장 등도 칠판을 사준 대가로 50만∼500만원을 사례금으로 챙겼다.

경찰은 박 회장이 자기 회사 칠판 판매를 늘리기 위해 지난 3월 교육관련 전문지 기자들에게 “D사 칠판이 건강에 좋은 음이온을 배출한다”는 홍보용 기사를 쓰도록 하고 이들에게 1500만원을 건넨 사실을 밝혀내 서모(54·여)씨 등 기자 2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서씨 등은 각 학교가 어떤 회사와 칠판납품 계약을 하고 있는지도 박 회장에게 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최동해 특수수사과장은 “이번 사건은 학교운영위원장과 전직 학교장, 행정실장, 교육기자재 전문 납품업자 등이 낀 전형적인 지역 토착형 비리”라며 “교육기자재 납품 단가에 포함된 20∼25%의 수수료 거품이 제거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h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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