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송영애의 영화이야기] 1966년 vs 2016년 달라진 영화관 풍경

입력 : 2017-05-27 14:00:00 수정 : 2017-05-26 17:21:3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오랜만에 옛날 옛적 딱 반세기 전쯤 영화관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통계치를 이용해 요즘과 비교하면서.

『한국영화연감』을 참고하면 1966년 전국 영화관 수는 534개였고, 올 초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발표한 산업 통계를 참고하면 2016년 전국 영화관수는 417개다.

언뜻 보기에 영화관 수가 100개 이상 감소한 것으로 보이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그 시절에는 영화관 당 스크린 수가 1개였기 때문이다. 2016년 전국 스크린 수는 2575개였다. 반세기 사이 5배 정도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그 시절 영화관은 여러모로 요즘 영화관과 달랐다. 이미 언급했듯이 영화관 당 스크린이 보통 1개였다. 그리고 개봉 영화를 상영하는 개봉관과 이미 개봉이 끝난 영화의 필름을 받아다 상영하는 재개봉관으로 구분되었다. 재개봉이 여러 차례 이어지다보니, 개봉관은 1번관, 재개봉관은 2번관, 두 번째 재개봉관은 3번관 식으로 불리기도 했다.

개봉관들은 1000석 이상의 좌석을 확보한 대규모 극장으로서 도심에 위치한 반면, 재개봉관들은 규모와 시설, 위치 모두 개봉관보다는 열악했는데, 그만큼 입장료는 더 저렴했다. 말하자면, 개봉 영화가 개봉관에서 종영되기를 기다리면, 집에서 좀 더 가까운 영화관에서 저렴하게 볼 수 있었던 셈이다. 물론 개봉관에서 영사되던 필름을 받아다 상영했기 때문에 나빠진 화질은 감수해야 했다.

그래도 연간 영화관을 찾은 관객 수는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 1966년 영화관을 방문한 관객은 1억5634만여명이었는데, 2016년에는 2억1702만여명이 영화관을 방문했다. 1인당 연간 영화 관람 횟수는 1966년 5.4회, 2016년 4.2회로 오히려 감소했는데, 그 사이 증가한 인구 수 때문이다.

결국 요즘보다 그 시절에 관객들은 더 빈번하게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시절엔 영화관에서만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아직 TV도 보급이 거의 되지 않았고, 가정용 VCR은 개발도 되기 전이었다.

1인당 연간 영화 관람 횟수는 1968년에는 최고치인 5.7회를 기록했는데,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1976년부터는 2회 미만으로 감소했다. 1.4회를 기록한 1980년은 웬만한 가정에 TV 수상기 보급이 완료된 시기였다. 이후에도 감소세는 지속되어 1996년에는 1회 미만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 밖에도 1966년과 2016년 영화관 관련 통계들의 차이점은 많다. 서울시내 10개 안팎의 개봉관의 경우 한국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방화관과 외국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외화관으로 구분되었는데, 모든 영화의 입장료는 그때그때 달랐고, 보통 한국영화 입장료가 외국영화 입장료보다 저렴했다. 1966년 평균 영화관 입장료는 100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요즘에야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이 외국영화를 능가하지만, 1966년에는 한국영화보다는 외국영화 관람을 선호하는 분위기였다. 정부의 여러 허가 절차를 통해 일정 편수만 수입될 수 있었기 때문에, 당시 국내에 개봉되는 외국영화들은 고르고 골라 수입되는 영화였다. 한국영화와의 수준 차가 더더욱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한국영화와 외국영화를 찾는 관객층은 세대로 확연히 구분되었는데, 청년 세대는 외국영화를, 중년 세대는 한국영화를 선호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1950~60년대 한국영화의 주 관객층은 중년 여성들이었다. 그러다보니 가장 많이 제작되는 한국영화 장르는 멜로영화였고, 부부, 가족 문제들이 주 소재였다.

당시 중년 여성 관객은 한국영화 매출에 지대한 공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고무신족’이라는 다소 여성비하적인 용어로 칭해지기도 했다. 외국영화보다 수준이 낮은, 눈물콧물 쏙 빼는 신파성 멜로 영화나 보는 수준 낮은 관객 식으로 인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영화관 당 스크린 1개, 개봉관과 재개봉관의 구분, 방화관과 외화관의 구분 등 요즘 영화관과는 많이 다른 반세기 전 영화관 풍경의 낯설음부터 중년 여성 관객을 향한 여성비하적인 시선의 씁쓸함까지 반세기를 사이에 두고 시간 여행을 잠시 해보았다.

달라진 영화관 풍경만큼 우리의 생각과 행동, 일상도 달라졌다. 시간이 흘렀다고 반드시 모든 것이 더 좋아지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고 평등하고 편안하길 바란다. 영화관 안팎 모두에서.

서일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